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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를 마친 북한이 다음 수순으로 들어갔다. 2026년 초 개최가 예상되는 노동당 제9차 당대회를 향해 가고 있다. 당대회는 5년마다 열린다. 이번 당 창건 80주년 행사는 9차 당대회를 향한 징검다리다.


10월9일 저녁 평양 5·1경기장에서는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이 어우러진 전야제가 열렸다. 다음 날인 10월10일 밤 김일성 광장에서는 야간 열병식이 펼쳐졌다. 김정은 즉시연금 국무위원장은 전야제 연설에서 “우리 당이 장장 80성상 동안 단 한 번의 노선상 착오나 오류도 없었다”라며 노동당과 지도부의 무오류성과 절대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열병식에서는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전면에 등장했다. 북한이 핵 능력을 질적으로 고도화한 단계에 진입 하나은행 했음을 과시한 셈이다. 외빈석에는 중국 리창 국무원 총리, 러시아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베트남 또럼 공산당 서기장이 나란히 앉았다. 북한의 진영 외교 전략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김정은 위원장과 노동당은 9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국가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15년 차를 우리은행 오토론 맞는 김 위원장은 ‘핵보유국’과 ‘사회주의 강국’을 내세워 또 다른 ‘김정은 시대’를 선포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행사는 2021년 제8차 당대회 이후 5년간의 성과를 집약해 과시하는 자리였다. 화성-20형 ICBM과 핵무력 고도화, 평양 5만 호 주택 건설, 원산 갈마 관광지구 완공, 평양종합 국민은행 1년적금 병원 완공 등은 대표적인 업적이다. 모두 9차 당대회에서 내세울 자랑거리다. 북한은 이를 공개 선전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9차 당대회를 준비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노동당 창건 기념 열병식은 당대회를 앞둔 ‘심리전 무대’라는 점에서 전통이 있다. 1980년 6차 당대회 직전인 1978년 당 창건 인터넷주식담보대출 30주년 행사 때도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2021년 8차 당대회를 앞둔 2020년에도 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이 개최되었다. 당대회를 앞두고 열리는 대규모 열병식은 “우리는 준비됐고, 이룬 것이 많다”라는 메시지를 확산시켜 당대회를 승리자의 축제로 만들기 위한 의도다.


이번 당 창건 80주년 열병식 행사는 과거 60주년(2005년)과 70주년(2015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2005년 당 창건 60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연설 없이 손짓으로만 화답했다. 대미 강경 메시지는 군 장성이 대독했다. 전반적으로 선군정치를 강조하며 미국에 대한 적대를 노골화했다.


2005년 당 창건 60주년 열병식은 낮에 열렸고 전통 무기가 중심이었지만, 2015년 당 창건 70주년에는 대형 ICBM 모형이 등장했고 외빈은 중국 대표단에 한정됐다. 70주년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연설하며 당과 군의 업적을 자랑했다. 미국과 남북 관계는 절제된 어조로 언급했다.


반면, 이번 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는 최첨단 무기체계가 대거 등장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에 직접 첨단무기를 언급하며 군사 강국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그의 연설은 2020년 당 창건 75주년 연설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2020년 당시 김 위원장은 “인민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라며 북한 지도자로는 이례적으로 울먹이는 목소리로 코로나19로 인한 민생난을 토로했다. 이번에는 감정 노출을 자제한 채 체제 결속과 국방력 강화를 역설했다. 당 창건 75주년 연설이 내부 동요를 달래며 인민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한 측면이 강했던 데 비해, 당 창건 80주년 연설에는 국가 위상을 과시하고 국제무대에서 우군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군중시위·횃불야회가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렸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주석단 외빈이 드러낸 북한 외교 전략

이 때문에 이틀에 걸친 대규모 행사에서 가장 많은 카메라를 받은 곳은 주석단이었다. 중국의 리창 국무원 총리는 ‘혈맹의 연대 복원’을, 러시아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안보협력의 심화’를,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제3의 경제·외교 루트’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상징했다.


중국·러시아·베트남의 최고위급 참석은 단순한 축하를 넘어선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외교 협조를 강화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중국·러시아·쿠바·베트남 등을 우선순위로 언급했다.


이번 행사는 그 약속의 ‘성과 보고서’였다. 북한은 국제 제재의 틈새를 활용해 ‘우회 네트워크’를 제도화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결과적으로 당 창건 80주년 행사는 북한이 중국·러시아·베트남과 ‘비서방 안보·경제 연합’을 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벤트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표인 리창 총리의 방북은 북·중 관계 정상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18~2019년 김정은 위원장·시진핑 주석 연쇄 회동 이후 코로나19로 끊겼던 최고위급 교류가 재개된 것이다. 리창 총리는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중조(중국과 북한)는 산과 강이 잇닿은 사회주의 이웃”이라며 전통적 우의를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는 경제협력과 지역 정세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으로서도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한반도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행보로 평가된다.


러시아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김 위원장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연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열병식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의 ‘해외 군사작전 부대’가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베트남 대표로 방북한 또럼 공산당 서기장은 2005년 이후 20년 만의 최고위급 인사이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양국의 안보·경제 협력을 논의하고 다각적 교류 확대에 합의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2019년) 이후 쌓은 인연을 활용해 베트남과도 접점을 넓히고 있다. 북한이 중국·러시아뿐 아니라 아세안 등 비서방권 국가와 연대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처지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거부권으로 추가 제재 방어막 역할을 한다. 북한은 러시아와는 무기 및 기술 교환을, 중국과는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과의 교류까지 확대해 고립 탈피와 대안적 협력망 구축을 시도하는 셈이다. 2026년 열리는 9차 당대회 이후 북한의 국제무대 복귀를 예고하는 신호로도 읽힌다. 김정은 위원장도 열병식 연설에서 사회주의 진영의 충실한 성원을 자임했다.


해외 언론은 화성-20형을 공개한 열병식을 “작지만 강한(small but sharp)” 퍼레이드라고 평가했다. 규모는 줄었지만 메시지는 더 강렬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야간 퍼레이드는 화려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심야 열병식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대형 스크린과 레이저,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져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력난으로 어둠의 도시인 줄 알았던 평양에서 야간 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선택과 집중’ 무기 퍼레이드

열병식 편제도 이전과 달라졌다. 경찰병·노농적위군 등의 행진은 사라지고 정예 군종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2020년 당 창건 75주년 행사 때는 노농적위군이 등장했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 전국에 조직이 존재하는 노농적위군을 통해 주민들의 결속을 다졌다.


이번 열병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무기는 신형 고체 ICBM인 화성-20형이다. 바퀴축 11개의 대형 이동식 발사대(TEL)에 실려 처음 공개되었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 능력을 과시한 북한은 이를 “최강의 핵전략 무기체계”라고 소개했다. 8차 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2020년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이 공개된 것을 연상한다면, 이번 화성-20형도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화성-20형은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다탄두 ICBM을 완성했다는 의미다.




10월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 때 공개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조선중앙TV



이번 열병식 무기 편성은, 과시할 것은 확실히 과시하면서 숨길 것은 과감히 생략하는 ‘선택과 집중’이 뚜렷했다. 기존 무기는 과감히 생략하고 신형 전략무기 중심으로 구성했다. 굳이 모든 무기를 나열하기보다 핵심 무기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다. 즉 신무기 중심으로 선별 전시한 것은 질적으로 향상된 핵미사일 전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또 성능이 향상된 방사포·드론·전술핵 순항미사일 등 공개는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두 개의 적대국가’로 규정한 맥락과도 맞닿는다(〈시사IN〉 제852호 ‘교전국 관계라는 낯설고 심각한 위기’ 기사 참조).


눈길을 끈 대목은 김주애의 부재였다. 그는 2022년 화성-17형 시험 발사 때 처음 등장해 이후 ‘존귀한 자제분’으로 불리며 후계자설을 낳았다. 이번 행사에 김주애가 모습을 보이지 않은 건, 외빈이 참석한 공식 행사에 어린 자녀를 대동하는 것이 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에 김주애가 동행하여 국제적으로 주목을 끌었다. 해외 언론의 눈에는 봉건적 3대 세습으로 비쳤다. 지난 1년간 김주애 노출이 후계 구도를 과도하게 부각했다는 평가도 있다.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은 화려한 야간 연출, 최신 무기 공개, 외빈 참석과 주민 대대적 동원으로 북한 체제의 군사력·동원력·외교력을 총망라한 종합 과시 무대가 되었다. 북한은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국력 과시를 극대화하여 ‘대내 결속’과 ‘대외 억제’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노린 것이다. 행사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북한은 더 이상 과거의 북한이 아니다.’ 이보다 한 걸음 더 앞서는 우리의 전략이 필요하다.

김창수 (전 코리아연구원 원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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