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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으로 일했다. 어느 날 동네에서 두어 번 마주친 40대 초반 여성의 얼굴에서 벼랑 끝에 선 위태로움을 보았다고 한다. 인사도 나눈 적 없는 사이였지만 사회복지 공무원의 직감으로 그녀의 팔을 붙들고 물었단다. “무슨 일 있으세요?” 그녀가 풀어놓은 사연은 참혹했다.
“너무 불쌍해서” 결혼했다 파국
그녀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늘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 아버지는 학교도 못 다니게 막았지만, ‘중학교는 졸업해야 될 거 같다’는 생각에 두들겨 맞으면서 겨우 학교를 졸업했다. 그런데 집과 학교를 오가는 길목에는 이른바 ‘난쟁이’로 소비자물가상승 불리는 왜소증 남자가 천막을 치고 살고 있었다. 그 남자는 동네 사람들에게 걸식하며 살았는데, 그녀는 그 남자가 너무 불쌍해서 ‘나중에 크면 저 사람의 가족이 되어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단다. 20대가 된 그녀는 정말로 남자의 천막을 드나들며 끼니를 챙겨주다 결혼도 하고 딸 아이도 낳았다. 그리고 남자의 폭력이 시작되었다.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술에 개인회생신청비용 절어 살면서 모녀를 때렸고, 그녀는 결국 어린 딸을 둘러업고 집을 나왔다.
남자는 수시로 그녀의 집과 일터에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그 와중에 딸 아이도 왜소증 진단을 받았다. 사춘기가 된 딸은 “왜소증이 유전될 수도 있는데, 왜 자식을 낳았냐!”며 엄마에게 분노를 쏟아냈고, 학교도 자퇴하고 방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던 서민금융총괄기구 어느 날 남자가 칼을 들고 그녀가 일하던 식당으로 찾아왔고, 그 칼부림을 막다가 그녀는 손가락 몇 개를 잃었다. 하지만 식당 주인이 가입해둔 보험 덕분에 그녀는 당분간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보험금을 받았고, 남편도 감옥에 가게 되어, 손가락을 잃은 게 크게 아쉽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딸 옆에 온전히 있어 줄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돼 안도했다 경조금 고 한다.
생명 같은 보험금도 빌려줬다 떼이고
거액의 보험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여기저기서 돈을 꿔달라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중에는 예전에 그녀가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부잣집의 사업가 부부도 있었다. 그녀는 3개월만 빌려주면 이자까지 크게 갚겠다는 그 부부에게 그 돈을 몽땅 빌려줬다. 하지만 그들은 돈을 갚기는커 생활비대출 기등록 녕 전화마저 피하기 시작했다. 수차례 그들의 집으로 찾아가 겨우 만났을 때 그들은 “지금은 사업이 망해서 당장은 돈을 갚을 수 없으니 일단은 우리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월급을 받으라”는 제안을 했다. 당장 돈이 급한 데다 손가락 때문에 취업도 불가능했던 그녀는 그 제안을 수락했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 돈이 없다며 몇 달째 가사도우미 월급도 주지 않고 일만 부려먹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그들이 어디론가 도망가 버릴까 봐 매일 그 집으로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그 돈은 딸의 미래를 위한 마지막 희망이었기에 그녀의 심장은 새카맣게 타들어 갔다.
나의 어머니가 그녀를 마주쳤을 때가 그때였다. 어머니는 법률 상담과 긴급 일자리, 자녀에 대한 심리 상담과 교육 등 가능한 모든 제도적 지원을 연결해준 뒤 그녀를 새까맣게 잊었다. 그리고 10년쯤 지났을까, 그녀가 어머니가 근무하던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새 어머니는 전근을 몇 차례 했기 때문에 그녀는 물어물어 찾아왔다고 했다.
그녀는 말했다. “이제야 삶이 처음으로 안정됐습니다. 아이도 하고 싶은 게 생겨서 대학에 진학했고, 저도 평생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전 남편도 더 이상 찾아오지 않고…. 돌아보니 이 모든 게 10년 전에 선생님을 만나서 가능했습니다.”
구원자 의식은 선의로 포장된 오만
그날 어머니는 그녀가 주고 간 선물을 풀어보며 나에게 이 사연을 들려줬다. 사연을 다 들은 뒤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남자가 불쌍해 보여서 결혼을 한 게 그렇게 큰 죄인가요? 신이 있다면, 어떻게 그녀의 선의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처벌할 수가 있죠?”
어머니의 대답은 단호했다. “결혼은 불쌍한 사람과 하는 게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거지. 누군가를 구원하기 위해 결혼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인간은 자기 자신도 겨우 구원할 수 있을까 말까야. 자신이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엄청난 오만이지.”
내가 ‘선의’라고 읽은 대목을 어머니는 ‘오만’이라고 읽고 있었다. 20대의 나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심리학에서 구원하려는 자와 구원받는 자가 가학과 피학의 관계로 발전하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카프만 박사가 제시한 ‘카프만의 삼각형’은 구원자-희생자-박해자의 삼각관계를 보여주면서, 구원자가 자신이 구원해주려는 사람을 통제하고 괴롭히는 ‘박해자’가 되거나 또는 구원해주려는 사람으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희생자’가 된다고 설명한다.
위 사연의 그녀는 희생자가 되었지만, 박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게 고아를 입양한 뒤 그 아이를 학대하는 사람들이다. ‘이상한 정상가족’을 쓴 김희경 작가는 한 칼럼에서 구원적 관점에서 입양을 결정하게 되면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처럼 구렁으로 미끄러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지적하면서 “입양 제한 사유에 ‘구원자적 목적’을 넣어야 한다”는 입양인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나는 나의 일을 하고 너는 너의 일을 한다
구원이 왜 감사와 보답으로 끝나지 않고 파국으로 끝나는 걸까? 구원하려는 자도 구원받으려는 자도 그다지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하지 않은 심리끼리 역동을 일으키며 그들의 만남은 성장과 성숙의 길 대신 퇴행과 파괴의 길을 걷게 된다.
그래서 김혜남 정신과 전문의는 이렇게 말했다. “단언컨대 사랑하는 사람을 구원하려 하거나 치유하려 들지 마라. 만일 당신이 상대를 치유하려 들면 어느새 당신은 상대를 지배하려 할 것이고, 상대는 자신을 통제하려는 당신에게 엄청난 분노를 쏟아낼 것이다. 결국 서로 상처투성이가 된 채 파국으로 치닫는다.”(‘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중에서)
특히 구원자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의 내면에도 구원을 받길 바라는 사람과 똑같이 ‘심리적 고아’가 있다. 실은 구원받고 싶은 사람이 구원자로 나서는 것이다. 이들에겐 독일 심리학자 프리츠 펄스의 ‘게슈탈트 기도문’이 자기해방의 위로가 될 것 같다.
“나는 나의 일을 하고 너는 너의 일을 한다.
나는 너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너도 나의 기대에 따르기 위해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너는 너
나는 나
만약 우연히 우리가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
만약 서로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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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후 afterthislif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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