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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갈준라소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5-10-11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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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년 3월1일
남자: 전에는 페이스북 같은 경로를 통해 대담하는 건 우리 같은 구시대 사람으로 할 짓이 못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우리에게 이렇게 좋은 기회가 될 줄은 몰랐지요. 특판고금리 나는 서울사람이지만 이 시대 풍속을 잘 몰라서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미디어가 서툴러요. 요즘은 제주사람들도 이같은 에스엔에스를 많이 이용하겠지요. 그러나 혜수 씨는 나처럼 그런 것에 젬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자: 저도 그 비슷한 처지입니다. 이 정도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것도 저의 힘에 부친 일입니다. 장 선생님 프로필을 제2금융권학생대출 봤더니, 저랑 딱 맞는 콤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육십대 나이이지만, 이제껏 뜻에 맞는 남자친구가 없었습니다. 제 남편하고는 대화할 소재가 궁하다고 투정한답니다. 그런 말을 하다보니까 이런 경로를 통해서도 남자친구가 나올 수 있다더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거지요. 장 선생님에 대해서는 남편에게 통하지 않는 말을 실컷 털어놓는 친구로 생각키로 하고 이런 메시 복전철 지를 모두 남편에게 보여줄 것입니다. 세상에 이런 부부도 있다는 걸 알면 사람들이 놀라겠지요. 이 시대는 이 정도 가지고는 놀라지 않을 정도로 놀랄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 남편은 저와 동갑인데, 저에게는 저보다도 한참 어린 남자로 보입니다. 인생 경험이 많은 장 선생님이 저의 말 상대가 되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장 선생님과 저의 관계를 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 친구로 하지 말고 오빠 동생 관계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제부턴 제가 장 선생님을 오라버니라고 부르고 싶네요. 
남자: 그것도 좋은 생각이오. 난 원래 누이동생이 없어서 섭섭했던 사람이오. 나이 차이도 열 살이나 되니까, 내가 오래비 되는 것이 자연스럽겠소. 프로필 사진을 보니까, 혜수 동생 얼굴이 마치 내가 옛날에 남몰래 좋아하던 4대보험포털사이트 여자 얼굴하고 꼭 닮았소. 얼마 안 남은 나의 인생 끄트머리가 혜수 동생 만나서 섭섭을 면하게 되었소. 난 일찍 상처를 한 몸이어서 메시지 보여줄 여편네도 없다오. 
여자: 오늘 3월 1일은 춘3월 첫째 날 기념할 만한 날이네요. 문자 메시지 너무 많이 써서 눈이 뽀야지네요. 오늘은 이만 하지요. 
남자: 내일부터는 매일 이 시간에 메시지 보내지만 많이 쓰지 말고 압축해서 간단히 합시다. 
여자: 좋아요. 
****년 3월 5일 
남자: 지난 며칠 동안은 동생에게 메시지 보내고 받느라고 바빴소. 메시지에 무슨 말 쓸까 고심하고, 보내고 난 다음에는 내가 그런 말 보낸 거 잘했는가 곰곰이 돌아보고 그러느라고 하루 시간 다 간 것 같소. 메시지를 매일 보내는 건 무리이고 그냥 생각날 때 보내기로 합시다. 
여자: 저도 매일 메시지 보내기는 무리인 거 같습니다. 저의 남편에게 말하는 것보다 오라버니에게는 더 어려웠어요. 저의 남편에게 할 말이 별로 없는 건, 남편에게 쎈스가 없어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마음의 창문을 걸어잠근 탓도 있네요. 하여간, 다른 남자라면 할 말이 무진장 많을 줄 알았는데, 오라버니에게도 할 말을 찾느라고 고심해야 됐어요. 보내고 나선 후회스러운 것이 그렇게도 많고요. 남편에게는 실수로 한 말도 그냥 넘어갈 수 있고 나중에 수정하기도 편한데 오라버니한테는 할 말 못할 말을 가려서 해야 하니까요. 
남자: 우리도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야겠소. 난 우리 집 가족들에 대해 말하고 싶다보니 괜히 쓸데없는 말까지 끄집어낸 것이 마음에 걸리오. 난 아들 딸 모두 출가하여 혼자 사는 것이 운명인 것 같소. 아이들이 가끔 찾아오는 것만 해도 행운이라 보고있소. 요식업체에서 아침마다 배달해 주는 도시락밥으로 하루 식사를 해결한다오. 
여자: 저도 외롭게 지내기는 마찬가지예요. 지난 며칠 동안 오라버니에게 미술과 음악에 대한 저의 취미생활을 말씀드렸는데, 그런 취미도 누구와 더불어서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고심했던 겁니다. 오빠가 그런 방면에 저의 남편처럼 그렇게 무감각하진 않으신 거 같아서 저의 마음이 얼마나 푸근해지는지, 매우 기뻤습니다. 
남자: 동생이 그런 예술 취미를 가진 게 부럽소. 난 요즘에 하루 종일 집에 박혀서 할 일이 없으니 무료하고 우울증에 빠질 때가 많소. 오라는 데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으니 하루 종일 시간 죽이는 게 걱정이오. 옛날에 직장생활로 바쁠 때가 그립소. 
여자: 젊은이는 희망에 살고 노인들은 추억에 산다고 하쟎습니까. 회상되는 추억은 많으실 거 아닙니까. 무역업을 하셨다니까 세계여행도 많이 하셨을 거고요.
남자: 일이야 이것저것 많이 손 댔었지요. 그런데 이젠 나에게 남는 게 없다 이거요. 뭔가 손에 잡히는 것이 있어야는데, 하루 종일 맨손으로 앉았다, 누웠다, 기껏해야 텔레비전 앞에서 왔다 갔다, 이것이 나의 하루살이 인생이오. 
여자: 오빠의 과거를 연상시키는 것들, 영화나 세계여행 기행문이나 그런 거 많찮습니까. 좋은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다음 메시지에는 그런 영화나 여행기 같은 거 감상을 보내주시지요. 저도 재미있을 겁니다. 
남자: 좋소.
****년 4월 10일
남자: 지난 며칠 동안은 동생 말대로 재미가 좋았소. 영화나 여행기로 나의 추억을 되살리는 거 좋은 아이디어였소.
여자: 저도 재미 있었습니다. 
남자: 내가 말하는거 재미있다는 말을들으니 내가 혼자 사는 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요. 내가 말한 걸 동생이 듣고 싶어하는 건 기분 좋은데, 그게 여러 날 되니까 딴 생각이 들어요. 재미 있기만 하지는 않았단 말이오. 지나간 일인데 부끄러운 행동이나 바보같은 짓이 자꾸 생각나서 추억여행도 오래는 못하겠소. 부끄러운 일 같은 거 다 잊었는가 했는데, 여차하면 다시 되살아난단 말이오. 영화를 봐도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들 인생이 나보다 더 똑똑하고 행복한 거 같아서 괜히 기가 죽고 우울해진단 말이오. 
여자: 앞으로는 그런 건 다 제외하고 들려주시죠.
남자: 그렇게 해야겠소. 그런데, 내가 과거의 추억을 더듬으면서 새로 생각 난 게 있소. 이런 추억 여행을 혼자서 하면 아까 말한 거처럼 부끄러웠던 일이 더욱 생생하게  떠오른단 말이오. 그렇지만, 만약에 내가 혜수 씨를 눈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한다면 좋았던 일만을 얘기할 것 같단 말이죠. 본능적으로 남 앞에서는 잘 보이자는 욕망이 우선이니까 그럴 거란 말이오. 
여자: 글쎄요, 저는 아직 그런 구별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잘 모르겠네요.
남자: 내가 오늘 기분 좋은 일 하나 말할 게 있소. 나의 거처엔 제주도에 관한 볼꺼리가 아무것도 없었소.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물건을 들여놓고 혜수 동생 얼굴을 상상해보고 싶어서, 난 며칠 전 꽃집에다가 제주도에서 나오는 식물을 주문했소. 그랬더니 새우난이란 걸 보내왔소. 난초 중에는 꽃을 제일 많이 피우고, 제주도 사람들처럼 생명력이 강하다고 하데요.
여자: 오라버니, 감사합니다.
****년 5월 5일
남자: 동생이 저번 날 해준 말이 생각 나요. 남편에게 할 말이 별로 없었는데, 그건 자기 잘못이었다고 말이오. 남편 이해가 모자랐단 말로 들렸소. 나도 이제 와서 과거를 돌이켜 보면 내 아내에 대한 몰이해가 미안하단 말이오. 그 땐 이 여자가 왜 이리 이해성이 없을까, 원망이 많았소.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성 없는 건 나 자신이었단 말이오. 어찌 미안해지는지. 
여자: 저는 아직까지는 남편에게 나의 몰이해가 미안할 정도는 아닌데, 아마도 남편이 살아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시간이 가면서 제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 정말 <내 마음 나도 몰라>입니다. 
****년 5월 10일
남자: 혜수 동생 생일이 5월 15일이라는 건 페이스북 프로필에서 봤소. 내가 축하 화분을 보내려고 하니까, 주소를 보내주시오. 
여자: 제가 부담스럽겠네요. 저는 상상도 못한 일인데요. 
남자: 이 오빠가 즐거운 일 하나 하도록 그냥 놔두면 되는 거요.
여자: 오라버니, 감사하옵니다.
****년 5월 17일
여자: 생일 축하 화분을 잘 받았습니다. 받고 감동했습니다. 장미꽃이 백 송이나 되는 축하 화분은 저에게 처음입니다. 
남자: '백만 송이 장미꽃'이라는 노래를 듣고는 내 일생 중에 이런 축하 화분을 한번 보내 볼 수 있을까, 기다리던 참이었소.
****년 6월 5일
남자: 나의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소. 늙음이란 게 기억력만이 아니라 감각도 둔해지고 분별력도 왔다갔다 하는 거 같소. 자식들이 옆에서 자주 일깨워주지 않으니까 감각이 더 무디어지는거 같소. 그럴 때는 시집을 펼쳐보기로 했소. 오늘은 제주도 출신 시인들 작품을 읽어보았소. 섬에서 자란 시인들은 소박하고 단순한 시를 좋아할 것 같아서, 우리 집 손주에게 제주 출신 시인의 시집을 사다 달라고 한 거요. 혜수 동생도 이런 시를 좋아하면 좋겠소. 다음은 서귀포 출신 서정시인 김광협의 작품 <동백꽃>의 한 구절이오.         진홍에 또 진홍 몇 개를 합친세상에 더는 없는 빛깔인데,그 뉘라 겁 하나 없는 채로 동백꽃의 그 슬픈 낙화를 바라보랴.세상 뉘 하나 울어보지 않은 멋 기맥히게 나는 그 울음을 쾅쾅 울어볼 것인가. 얼마나 기가 막히게 우는 통곡이면 울음소리가 쾅쾅하고 들리겠느냐 하는 거요. 동백꽃 하면 생명력의 상징이라는데, 기막히게 우는 울음소리에서도 생명력을 느끼는가 봐요. 제주도 사람들은 그런지, 시적인 표현들이 도시적인 세련미나 우아미는 느껴지지 않고 투박하고 거칠다는 느낌이어서 제주도가 얼른 생각났소. 
여자: 오라버니 말씀을 들으니 저도 공감이 가네요.
****년 9월 15일
남자: 우리 집 며느리에게서 전화 받고 놀랐을 거요. 그날 따라서 내가 무슨 때문인지 기절하고 쓰러졌던 모양이오. 그래서 혜수 동생의 메시지에 응답을 못했는데, 그게 이상해서 동생은 내게 전화를 한 모양이오. 우리들 전화번호는 기왕에 알고 있었으니까. 기절한 나는 동생의 전화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를 상황이었으니, 동생이 죽어가는 나를 살린 거요.
여자: 정말 천만다행이었네요.
****년 9월 30일
남자: 난 암만 생각해도 오래 살지는 못할 거 같소. 죽기 전에 혜수 동생하고 식사 한 번 같이하고 싶소. 겸사겸사 해서 한 번 만납시다. 내가 제주공항을 내리면 공항 구내식당에서도 좋으니 거기서 우리 점심 한번 같이 합시다. 
여자: 오라버닌 제주까지 비행기 타고 오실 처지가 못됩니다. 말씀만도 고맙고 감동하오니, 그런 생각이랑 조용히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남자: 허, 그거 나의 심정을 그리도 몰라주실까. 나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했고 나의 살아야할 이유를 만들어준 혜수 동생하고 점심 한 번 같이 먹으면 안될 일이 있는감. 
(그날 그 시간 이후 남자가 여러 번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기까지 했으나 여자 쪽에서는 아무런 회신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자기를 잊어주기를 바라고 그랬을 것 같다. 이상은 어느 지인의 경험담을 듣고 감동하여 이를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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