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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비 온다."
토요일인 13일 오전 10시쯤 강원 강릉 교1동 사거리. 도로 위로 달리던 차량이 지나가자 물보라가 힘차게 튀어 올랐다. 흙냄새 섞인 빗물이 번지자, 메마른 도심이 오랜만에 숨을 돌렸다.
운전자 오 모 씨(39)는 "차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줄 몰랐다"며 "삑삑거리는 와이퍼 소리도 즐겁다"고 웃었다.
극 개인신용조회정보 심한 가뭄으로 재난 사태까지 선포된 강릉에 마침내 단비가 내렸다. 식당과 카페, 거리 어디에서든 시민들은 비와 해갈 기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최악의 가뭄 끝에 전날 밤부터 쏟아진 빗방울은 기다리던 눈물 같았다.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지 국민은행 현금서비스 역에 많은 비가 내린 13일 오전 우산을 쓴 시민이 마른 저수지에 내리는 단비를 바라보고 있다. 2025.9.13/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오봉저수지 우산 행렬…비경 만난 듯 감탄
이날 오전 오봉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말구리재 전망대엔 우산을 든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바닥이 별내지구미분양 드러나 갈라졌던 저수지에 빗물이 쏟아지자, 이들은 마치 비경을 보듯 휴대전화로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김 모 씨(68·구정면)는 "이게 얼마 만에 내리는 비다운 비냐”며 "이 비가 일주일 내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또 다른 시민은 "전국 소방관이 집결하고 군인까지 강릉에 모였다. 얼마나 죄송하고 면목 생애첫주택구입자금 없는 일이냐"며 "80㎜ 정도 내린다고 했는데, 예보가 틀려서라도 더 많은 비가 내리길 바란다. 기상청 예보가 틀리길 바라기는 또 처음"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13일 오전 비로 물살이 거세지며 소방 대용량포 방사 작업이 잠시 끊을수없는 멈춰선 모습. 2025.9.13/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단비에 멈춘 원수·급수 작업 '역설'
역설적으로 이날 비는 원수 공급과 급수 작업을 멈추게 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 강릉 도로를 가득 채웠던 급수 차량 행렬도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쉼 없이 뛰던 소방관, 군인, 공무원들에게는 재난 사태 선포 보름 만에 찾아온 잠시의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 수백 대의 급수 차량이 오가며 엔진음으로 가득하던 홍제정수장 진입도로에도 이날은 추적추적 빗소리만 울렸다. 운반급수는 비가 그칠 예정인 14일 재개된다.
비슷한 시각, 홍제동 남대천 임시취수장. 분당 10톤씩 쏟아내던 소방 대용량포도 멈췄다. 당초 소방 당국은 대용량포 방사 작업을 중단 없이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호우로 강물이 불어나면서 물살이 거세져 작업을 강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장에선 굵어진 물살 탓에 장비를 고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13일 오전 홍제동 남대천 임시취수장에 물이 불어난 모습. 2025.9.13/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한 소방 관계자는 "물살은 물론, 비로 인해 굴착 현장의 흙탕물이 심해진 것도 방사 작업을 잠시 멈춘 이유"라며 "흙탕물만 조금 가라앉으면 다시 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뭄을 막는 비가 동시에 현장에는 새로운 변수가 된 셈이다.
이날 남대천 취수장엔 김홍규 강릉시장도 형광빛 우비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 시장은 "남대천 취수 현장은 이미 가뭄 사태를 버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비가 내리면서 현장 상황이 어떤지 점검하러 왔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물길과 장비를 차례로 살펴본 뒤 소방 관계자 등 현장 인력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단비'로 저수율 13%대 회복…최대 40㎜ 추가 강수 전망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강릉시내에는 106.1㎜의 비가 내렸다. 강릉 식수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 인근 닭목재에는 82.5㎜, 도마 78.5㎜, 삽당령 77.5㎜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기상청은 14일 새벽까지 강릉 등 동해안에 10~40㎜의 비가 추가로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날 내린 비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3%를 넘어섰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오봉 저수지율은 13.1%를 기록 중이다. 이는 전날(11.5%)보다 1.6%p 높아진 수치다. 강릉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저수율은 지난 7월 23일 36.7%를 기록한 뒤 52일 만에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됐다.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13일 오전 교1동 사거리 도로에서 차량이 도로 위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가고 있다. 2025.9.13/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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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강릉시내에는 106.1㎜의 비가 내렸다. 강릉 식수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 인근 닭목재에는 82.5㎜, 도마 78.5㎜, 삽당령 77.5㎜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기상청은 14일 새벽까지 강릉 등 동해안에 10~40㎜의 비가 추가로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날 내린 비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3%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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