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장사-64] 지난 11월 민생쿠폰의 소비 기한이 종료되면서 잠시 뜨거웠던 식당가 매출이 빠르게 식고 있다. 소비 위축이 본격화되자 외식 창업 시장의 방향도 분명히 갈라지고 있다. 고가 외식과 ‘스몰 럭셔리’ 업종은 힘을 잃는 반면, 불황형 업종은 다시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이 가격과 가성비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으면서 창업 시장도 이에 맞춰 재편되고 있다. 칼국수·국밥·김밥 등 분식과 가격 파괴형 외식업은 대표적인 불황형 업종으로 꼽힌다. 최근 창업 시장의 분위기는 IMF 외환위기 직후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인기를 바다이야기디시 끌었던 업종들이 다시 식당가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불황기 외식 창업, 국밥·분식·면요리로 쏠림
국밥집의 약진이 가장 두드러진다. 가격 파괴형 콩나물국밥 브랜드 ‘오천집’은 업종 교체가 잦던 서울의 한 상권에서 매일 손님으로 붐비고 있다. 5000원 콩나물국밥을 전면에 릴게임추천 내세웠고, 돈가스 역시 주변 상권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국밥은 가격 파괴 여부와 관계없이 불황기에 꾸준히 선택받아온 메뉴다. ‘더 진국’은 MZ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전국 단위 돼지국밥 브랜드로, 가성비와 가심비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국밥백서’ 직영점은 배달 전문 국밥집으로 월 매출 2억 원을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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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집 콩나물국밥 메뉴. <부자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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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업 역시 불황형 업종의 대표 주자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밥 전문점은 4000원대부터 한 끼 식사가 가능해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이 낮다. 얌샘김밥, 김가네김밥 등은 장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저렴한 김밥으로 진입 장벽을 낮춘 뒤 다양한 식사 메뉴를 더해 객단가를 높이는 구조가 특징이다. 얌샘김밥은 김밥과 닭강정·돈가스·라볶이를 함께 구성한 세트 메뉴 ‘모다기’를 9000원에서 1만1000원대에 판매하며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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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샘김밥 온기 한그릇 메뉴. <부자비즈>



면 요리도 불황기에 강한 업종으로 꼽힌다. IMF 직후와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칼국수 전문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아직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 브랜드는 없지만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하며 확산 중이다. ‘수유리우동’, ‘구포국수’처럼 칼국수·잔치국수·우동 계열 메뉴는 원가율이 낮아 불황기 창업에 유리하다. 가격 저항성도 낮은 편이다. 최근에는 단순 면 요리에 그치지 않고 식사 메뉴와 전골 요리를 함께 구성해 밥과 술 수요를 동시에 흡수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기존 외식 브랜드들도 면 요리를 신메뉴로 강화하고 있다. 얌샘김밥은 겨울 시즌을 맞아 온면 메뉴를 내놨고, 김가네김밥은 들깨 크림 우동을 선보였다. 돈가스 브랜드 화화돈은 쌀국수 비중을 높여 면 요리 경쟁력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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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화돈 매장 외부 전경. <부자비즈>




가격과 건강으로 쪼개진 시장
저가 커피의 확산도 눈에 띈다.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텐퍼센트 등은 장기 경기 침체 속에서 빠르게 점포를 늘리며 프리미엄 커피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스타벅스 역시 각종 쿠폰과 프로모션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원두 가격 상승으로 저가 커피 가격이 1700원대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다. 논카페인 음료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 젊은 층의 일상 소비처로 자리 잡았다. 저가 커피 브랜드 ‘바나타이거’는 겨울 신메뉴를 스페셜티 카페 수준인 3000원에서 4000원대에 출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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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타이거 신메뉴 이미지. <부자비즈>



외식 시장 전반에는 가격 파괴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업종에서는 1인분 양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춘 매장이 늘고 있다. ‘미진축산’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하며 실속형 고깃집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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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꿀통갈비 매장 전경. <부자비즈>



‘꾸석지’처럼 한우 가격 파괴 콘셉트 매장도 한때 창업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최근 론칭한 ‘지리산꿀통갈비’는 돼지 생갈비와 양념갈비를 3000원에서 4000원대에 판매해 소비자 관심을 끌고 있다. ‘피자먹다’, ‘고피자’ 등 1인 피자 브랜드는 저렴한 가격과 메뉴 선택의 자유도를 앞세워 가족 단위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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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베이스 스무디 이미지 사진. <부자비즈>



반면 불황 속에서도 건강 관련 업종은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저당 메뉴, 샐러드, 웜볼 전문점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러닝 붐도 확산되고 있다. 인공 첨가물을 배제한 스무디와 생과일·채소 착즙 주스는 테라피 푸드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뷰티 매거진에서 웰니스 성지로 선정된 서울 가로수길 누베이스는 추운 날씨에도 무첨가 스무디 수요가 늘고 있다. 스무디는 음료를 넘어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소비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불황형 업종은 상당 기간 창업 시장의 중심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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