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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seastorygame.top
경로당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경주 내남에 위치한 한 리퍼브마트에서 행거를 고르고 있다.
소소한 만능배달꾼에게는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는 과정이 '소멸 위기' 마을의 삶을 들여다보는 창이었다. 창 너머로는 적막과 불편 속에서도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일상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담담한 각오 속에서 오히려 또렷해지는 온기가 고스란히 비쳐왔다.
# 작지만 큰 일상 속 행복
"경로당에 옷걸이가 없는데, 옷걸이 좀 사다 줄 수 있는교?"
소박해 보 바다신릴게임 이는 의뢰지만 어르신들의 생활 속 작은 불편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경로당 총무를 맡고 있는 서정희(69) 할머니는 10만원을 건네며 "튼튼한 걸로 골라오면 된다"라고 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경로당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경주 내남에 위치한 한 리퍼브마트. '없는 게 없다'는 소문처럼 각종 생활용품이 가득했지만, 야마토게임연타 어르신들이 원하는 디자인의 행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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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배달꾼이 가구거리에서 행거를 구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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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영(84) 할아버지가 종묘사에서 천리향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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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사이, 또 한 번 처음 보는 물건이 배달 목록에 올랐다. '천리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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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배달 의뢰는 겉으로 보기에 사소하다. 없어도 큰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박한 일상의 행복을 차지하는 것들이다.
시골에서는 원하는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없고, 작은 것 하나도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래서 배달의 시간은 어르신들에게는 단순한 물건 구매 이상의 뜻을 지니고, 배달꾼에게는 작은 온기를 나누는 순간이다.
우창길 노인회장, 안병수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아기 울음 들은 지 30년"
배달이 없을 때는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들과의 대화는 물건 대신 말과 마음을 주고받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일상의 활기를 전해주는 또다른 배달이었다.
상월평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우창길(80) 노인회장은 "마을이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인 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담담히 답했다.
그는 "내가 태어나고 살아온 곳이 없어질 거라 생각하면 서글프지. 조상 대대로 몇백 년 살아온 곳인데..."라고 덧붙였다. 묻어 뒀던 복잡한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다만 퇴직 후 다시 고향을 찾는 사람들도 꾸준히 있고, 땅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노년을 보내기 위해 시골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니 '소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보다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되지 않겠냐는 게 우 회장의 생각이다.
마을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더욱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지 않겠냐고 하자 "먹고 살 길이 없어. 직장도 직장이고, 놀러 가거나 구경할 곳도 없고. 특히 아이들 공부시키려면 학교가 있어야 하는데 학교도 없어"라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학생 수 감소로 지난 2012년 폐교된 봉월초등학교 건물을 현재는 주민들이 활용하고 있다.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교였던 봉월초등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지난 2012년 폐교돼 두동초와 통폐합됐다. 현재 학교 건물은 주민들이 새롭게 활용하고 있다.
함께 대화를 나누던 안병수(78) 할아버지는 "아기 울음소리 들어본 지도 참 오래됐지.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도 잘 안 나. 얼추 30년은 넘은 것 같애"라고 떠올렸다. 시골 공동체의 세대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상월평마을의 한 축사에서 송아지가 갓 출생했다.
상월평마을의 한 축사에서 송아지가 갓 출생했다.
# 소 울음으로 채워진 마을의 시간
상월평 마을에는 아이 울음 대신 들리는 울음소리가 있다. 바로 소 울음소리다.
상월평 마을이 있는 두동면은 울주군 한우 사육과 유통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보니 주민 대부분이 축사를 운영하고 있어 하루 일과를 소 돌보는 일로 시작해 마무리한다.
집집마다 소를 키우다 보니 주민들 사이 오가는 이야기도 축산 관련 주제가 주를 이룬다.
한 달 남짓, 경로당으로 출퇴근하며 조일영·신두리 부부네 축사에서 새 생명의 탄생을 함께 축하할 수 있었다.
부부는 앞서 출산한 소가 예정일을 훌쩍 넘기는 바람에 걱정했던 경험이 있어 매순간 긴장하는 눈치였다. 송아지가 뱃 속에서 너무 커버리면 출산 시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한동안 배달꾼의 인사도 "송아지 태어났어요?"로 시작됐다.
할아버지는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핸드폰 속 축사 CCTV로 수시로 소의 상태를 살폈다.
며칠 뒤 결국 출산 예정일을 넘긴 소에게 유도제를 맞춘 후 상태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신 할머니의 소식을 들었다.
배달꾼은 부부의 축사 주변을 수시로 왔다갔다 하며 기다려 신비로운 새 생명의 탄생 직후를 마주할 수 있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이었다.
고생한 소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부부의 눈빛에는 안도와 애정이 묻어났다.
마을 축사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지만 새 생명을 잉태하는 소들의 숨결 속에서 이들의 삶이 묵묵히 이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
소소한 만능배달꾼에게는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는 과정이 '소멸 위기' 마을의 삶을 들여다보는 창이었다. 창 너머로는 적막과 불편 속에서도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일상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담담한 각오 속에서 오히려 또렷해지는 온기가 고스란히 비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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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영(84) 할아버지가 종묘사에서 천리향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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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평마을의 한 축사에서 송아지가 갓 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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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 울음으로 채워진 마을의 시간
상월평 마을에는 아이 울음 대신 들리는 울음소리가 있다. 바로 소 울음소리다.
상월평 마을이 있는 두동면은 울주군 한우 사육과 유통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보니 주민 대부분이 축사를 운영하고 있어 하루 일과를 소 돌보는 일로 시작해 마무리한다.
집집마다 소를 키우다 보니 주민들 사이 오가는 이야기도 축산 관련 주제가 주를 이룬다.
한 달 남짓, 경로당으로 출퇴근하며 조일영·신두리 부부네 축사에서 새 생명의 탄생을 함께 축하할 수 있었다.
부부는 앞서 출산한 소가 예정일을 훌쩍 넘기는 바람에 걱정했던 경험이 있어 매순간 긴장하는 눈치였다. 송아지가 뱃 속에서 너무 커버리면 출산 시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한동안 배달꾼의 인사도 "송아지 태어났어요?"로 시작됐다.
할아버지는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핸드폰 속 축사 CCTV로 수시로 소의 상태를 살폈다.
며칠 뒤 결국 출산 예정일을 넘긴 소에게 유도제를 맞춘 후 상태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신 할머니의 소식을 들었다.
배달꾼은 부부의 축사 주변을 수시로 왔다갔다 하며 기다려 신비로운 새 생명의 탄생 직후를 마주할 수 있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이었다.
고생한 소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부부의 눈빛에는 안도와 애정이 묻어났다.
마을 축사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지만 새 생명을 잉태하는 소들의 숨결 속에서 이들의 삶이 묵묵히 이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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