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김유종 기자


# 끈질긴 보복, 뒤끝 대마왕
1408년 5월에 태조 이성계가 죽자, 태종은 그동안 숨기고 있던 계모 강씨에 대한 증오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태종은 1409년 2월 23일에 신덕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을 도성 밖으로 옮기도록 한 뒤, 이런 명령을 내렸다.
“참찬은 태평관 감조 제조이니, 정릉의 정자각을 헐어서 누각 3간을 짓고, 관의 옛청사를 가지고 동헌·서헌을 창건하면, 목석의 공력을 덜고 일도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황엄(명나라 사신)이 일찍이 말하기를, ‘정자 터를 높이 쌓고, 오션파라다이스게임 가운데에 누각을 짓고, 동쪽·서쪽에 헌(軒)을 지어 놓으면 아름다울 것이다’ 하였는데, 지금 이 누각을 짓는 것은 황엄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정릉의 돌을 운반하여 쓰고, 그 봉분은 자취를 없애어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하는 것이 좋겠으며, 석인은 땅을 파고 묻는 것이 좋겠다.”
태종은 이렇듯 신덕왕후 강씨의 능을 아예 없애버렸다 바다이야기무료머니 . 그리고 땅에 묻어뒀던 돌은 다시 캐내어 광교 돌다리를 만드는 데 쓰도록 했다. 사람들로 하여금 밟고 다니게 만든 것이다. 어린 시절 자신을 길러줬던 강씨를 철저히 짓밟으려는 의도였다.
태종의 강씨에 대한 증오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태종은 곧 강씨를 후궁으로 강등시키고, 강씨의 자녀들인 방번과 방석, 경순공주 등을 모두 서자와 서녀 백경게임랜드 로 격하시켰다. 그들의 목숨을 앗은 것도 모자라서 신분까지 강등시켜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태종은 뒤끝 끝판왕이었던 것이다.
후궁으로 강등된 강씨와 그 자녀들의 신분은 이후로 250년 동안 회복되지 못했다. 강씨가 다시 왕후로 복위된 것은 현종 대인 1669년이었다. 현종 당시 예론이 크게 일어나 송시열의 주장에 따라 가까스로 신분이 회복돼 오션파라다이스게임 오늘날 왕후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 막 나가는 아들, 얄짤없는 아비
태종은 1410년에 자신의 처남들인 민무구와 민무질을 죽였다. 그들 두 사람은 왕비 민씨의 장남이자 세자였던 이제(양녕대군)와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세자는 어린 시절 외가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던 터라 외숙들과 친분이 두터웠는데, 그들은 어린 세자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를 끼고 권력을 농단하려 했다는 죄목을 씌고 사약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죽자, 태종은 뜻밖의 도전에 직면한다. 태종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는 다름 아닌 장남이자 세자인 제였다. 그때 17세가 된 세자 제(양녕대군)는 이미 결혼 4년 차의 유부남이었다. 그런데 이 유부남 세자는 그때부터 넘쳐나는 욕정을 주체하지 못해 보는 여자마다 처소로 불러들이는 통에 도성에 세자의 성 추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태종이 그 말을 듣고 노발대발하여 세자전의 환관들에게 매질을 하고 유배형을 내리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세자전의 종들을 모두 잡아다 감옥에 가두자, 세자는 식음을 전폐하고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세자의 단식이 지속되자, 태종은 별수 없이 환관과 종들을 모두 풀어주고 세자의 마음을 달랬다.
그 뒤로 세자는 한층 대담해졌다. 걸핏하면 동궁으로 기생들을 끌어들여 동침하였고, 악공과 한량들과 어울리며 주색잡기를 일삼았다. 심지어 큰아버지 정종과 동침했던 기생 초궁장과 사통하여 동궁에서 함께 지내기도 했다.
또 곽선의 첩 어리가 절색이라는 소리를 듣고 그녀를 납치하여 겁탈했으며, 도성에서 방유신이라는 사람의 손녀가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방유신을 협박하여 그 손녀를 취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태종은 죄도 없는 방유신에게 장 100대를 때리고 3000리 밖으로 유배까지 보냈다. 그리고 방유신의 손녀가 미인이라고 소개한 이귀수란 자는 사형을 당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뒤에도 세자의 엽색 행각은 계속되었다. 다시 어리를 불러들여 아이를 잉태시켰던 것이다. 그러자 태종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세자를 폐위시켜버렸다.
그러자 세자가 편지를 보내 아버지는 수많은 첩을 거느리면서 왜 나는 한 명의 첩도 거느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따졌다.
이 편지를 읽고 태종은 ‘세자의 글을 읽고 몸서리가 친다’고 말했다.
이렇듯 양녕대군은 세자에서 쫓겨났는데, 그 쫓겨난 원인이야 누가 봐도 엽색 행각을 일삼은 양녕이 제공한 것이 맞다. 하지만 양녕이 그렇게 막 나가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양녕의 그런 행동들은 태종에 대한 반발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태종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여러 명의 후궁을 한꺼번에 들이는 바람에 왕비 민씨와 심한 불화를 일으켰고, 그 불화로 인해 민씨의 친정은 쑥대밭이 되었다. 네 명의 처남들은 모두 유배되어 사약을 받았고, 그 가족들은 모두 비참한 처지가 되었다. 그 때문에 왕비 민씨는 몸져누웠고, 우울증까지 앓았다.
말하자면 양녕은 하루아침에 외가붙이를 모두 잃은 것이다. 또한 그들 외숙들이 숙청되는 과정에서 태종은 세자였던 양녕을 철저히 이용했다. 무려 세 번에 걸쳐 전위파동을 일으켜 세자를 몹시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것도 모자라 외숙부에게 어린 세자를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려 했다는 죄를 덮어씌움으로써 아들을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켰다.
이에 양녕은 이 고통의 원인을 제공한 부왕 태종에 대해 엽색행각과 제왕 교육 거부라는 형태로 소심한 복수를 감행했고, 아비 태종은 그 마음을 안아주기는커녕 계속 화만 내고 벌만 가하다가 얄짤없이 자식을 쫓아내버린 것이다.
# 영악하고 야비한 독존의 리더십
태종은 양녕을 세자에서 내쫓고 충녕대군 도(세종)를 세자에 책봉한 뒤, 1418년 7월 6일에 전격적으로 왕위를 세자에게 넘겼다. 하지만 왕위를 넘기면서도 권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군권은 넘겨주지 않는 반 토막짜리 전위였다. 혹 군권까지 넘겨주면 자신의 뒷방 늙은이 취급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세종을 왕위에 앉힌 뒤, 태종은 세종의 장인 심온을 영의정으로 추천했다. 당시 세종의 조정 대신들은 모두 태종이 지명한 자들로 채워졌기 때문에 태종의 추천은 곧 임명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영의정이 된 심온이 명나라 사신으로 가는 날 그를 배웅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하도 많아 그들이 타고 온 수레로 온 도성이 뒤덮일 정도였다는 말을 전해 듣고 태종은 느닷없이 심온 제거 작업에 착수했다. 태종은 심온을 제거할 방도를 모색하다가 일전에 벌어졌던 ‘강상인의 옥’에 엮어 넣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강상인 사건을 아무리 살펴봐도 심온과 연관된 흔적은 없었다. 더구나 역적으로 몰리고 있던 심온은 정작 자신이 역적이 된 사실조차 몰랐다. 심온은 아무것도 모르고 사신의 임무를 마치고 명나라에서 돌아왔고, 의주에 도착하자마자 대역죄인이 되어 체포되었다.
그리고 큰 칼을 목에 찬 채 의금부로 압송되었고, 그때서야 비로소 자신이 대역죄인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그리고 이내 사약을 받고 죽었다. 이후 심온의 아내, 즉 세종의 장모와 그 자녀들은 노비 신세로 전락했다.
태종의 정치가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감히 태종에게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없었다. 태종과 다른 의견을 낸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태종의 정치는 한 마디로 독존의 리더십에서 나왔다고 정의할 수 있다. 그 독존의 리더십 속에는 포용이나 화합, 의리 따위는 없었다. 오직 복종 아니면 죽음뿐이었다.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는 자는 모두 적이며, 적으로 규정되면 일단 죽이고 보는 것이 태종의 행동 방식이었다. 심지어 복종하지 않을지도 모르거나 혹 자신의 힘에 도전할지도 모른다는 의심만 생겨도 가차 없이 죽였다.
그야말로 찍혔다 하면 죽는 것이었다.
작가

■ 용어설명 - ‘강상인의 옥’

세종 즉위년인 1418년 8월에 병조참판으로 있던 강상인이 군권과 관련한 보고를 세종에게만 하고 태종에게는 하지 않았다가 병조 관원들이 대거 처벌된 사건이다.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