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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로 야속했지만"주변 숙소는 웃돈을 얹어도 예약조차 힘들다고 하는데 우린 아직 잘 모르겠어요. APEC이 이제 한 달여 남았는데 지역 상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글쎄 잘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라는 초대형 국제 행사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 온 지난 19일 오후 경주의 대표 상권 중 하나인 노동동 일대 이른바 '금리단길'. 활기와 기대가 넘칠 것으로 예상했던 경주 주요 상권은 생각했던 것보다 온도차가 컸다. 행사가 한 달 넘게 남았다고는 하지만, 주변은 'APEC 효과'를 느끼기도 기대하기도 부족해 보였다. 'APEC 효과'를 말하려면, 금리단길로 불리는 원도심이 잃어버린 활기를 되찾아야 한다는 게 이 지역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다. 금리단길은 한때 경주 패션의 중심거리였다. 빽빽히 들어선 의류매장을 마이너스통장 발급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모여들며 활기찼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블록, 한 블록 이동할 때마다 '임대' 안내문이 붙은 빈 상가가 다수다. 한눈에 봐도 활기를 잃었다는 것을 체감하기에 충분했다. 경주의 젊은이들이 발길을 끊기 시작한 후로, 의류 매장이 주축이던 이곳 상권이 빠르게 무너졌다고 주변 상인들은 전했다. 이날 금리단길에서 만난 한 경주시민은 "젊은 공무원급여 수요층을 인근 대도시인 대구나 부산에 많이 빼앗겼고, 온라인 쇼핑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진 뒤로 금리단길은 활기를 잃었다"고 전했다. 그는 "황리단길은 관광객들이 먹여살리는 상권이라,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몰리는데, 금리단길은 그쪽보다 임대료가 5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데도 점포가 채워지지 않는다"며 "큰 국제 행사가 열린다고 이미 활기가 꺾인 상권이 창업진흥원ci 다시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고 푸념했다.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금리단길이 관광객들과 지역민 모두를 품는 상권으로 부활하기를 지역 상인들이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도 이런 바람을 잘 알기에 상권 부활에 힘을 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주문화재단, LG헬로비전은 9월 첫 주말이던 지난 6일과 7일, 신라시대 산업은행 필기 후기 고분 유적인 봉황대에서 문화축제 'APEC 뮤직스퀘어'를 열었다. 윤도현밴드와 다비치, 지오디가 무대에 올랐다. 금리단길 초입에서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은 가게 바로 앞에서 열린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천명의 인파를 보며 문화 콘텐츠의 위력을 실감했다. APEC 정상회의 기간을 전후로 진행되는 민·관 협업행사도 있다. 다음달 24일부터 26일까지 금리 화의기업 단길에서는 문화축제 '황금카니발'이 열린다. 상권에 속한 카페, 미용실 사장들이 자신의 사업장을 공연장으로 제공한다. 거리로 사람들을 모이게 할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시와 지역 아티스트, 상인들이 힘을 모으는 모습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작년 9월말 개최했던 유료 록페스티벌인 '황금카니발'을 올해는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맞춰 10월 24~26일에 열 예정"이라며 "침체 중인 지방 원도심을 살려보기 위해 중소기업벤처부가 공모한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경주시가 기획한 황금카니발이 선정되면서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복 집계인 걸 감안하고 볼때, 작년 황금카니발엔 3일간 15만명이 다녀갔다"고 했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디저트 카페 스윗문을 운영 중인 장성희(여·37) 대표는 "황리단길은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서 임대료도, 상품·서비스 가격도 많이 올라 현지인들은 잘 안 가는 상권이 되고 있는 반면, 금리단길은 임대료도, 상품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상권"이라고 강조했다. 장 사장은 "상권 활기가 약하다 보니 '과연 버틸 수 있을까'라는 걱정 탓에 상인들이 선뜻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관광객들과 현지 젊은이들의 유입이 끊기지 않게 할 콘텐츠가 지역 상권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축제와 같은 즐길거리와 놀거리에서 상권 부활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인들은 APEC 이후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문화 콘텐츠가 일회성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생산돼야 한다는 얘기다. 봉황대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수빈(여·28) 씨는 "경주에서 개최되는 대부분의 행사는 시나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열리는데, 민간이 주최할 수 있는 행사가 더 많을수록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같은 방식으론 행사 수나 기획 아이디어 측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민간에 기회를 주면 행사가 양적, 질적으로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 현지 상인은 "빈 점포에 다시 상인이 들어오게 만들 유인책도 시급하다"며 "창업 지원 등 경주시가 진행하는 여러 형태의 지원이 있지만 아직 참여도가 낮아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주/글·사진=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지난 19일 오후 찾아간 경주 노동동 금리단길이 썰렁하다. [사진= 김수연기자]






지난 19일 경주시 황남동 황리단길이 내외국인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경주시 금리단길에서 각각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장성희(위) 대표, 이수빈 사장. [사진=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