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서사와 장애 가시화 운동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앨리스 웡이 지난달 14일 타계했다. 그는 스스로를 “신탁 예언자이자 이야기꾼이고 사이보그이며 트러블메이커이고 활동가”로 불렀다. 1974~2025. 앨리스 웡 인스타그램, ©Maria Esme del Rio


여기 낯선 ‘에스에프(SF) 문학’ 한 편이 있다.
작품의 제목은 ‘미래에서 날아온 회고록’(2022). 주인공은 1974년 ‘크립턴’ 행성에서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교외로 당도한 한 뮤턴트(돌연변이)로 제 소개를 시작하는 앨 바다이야기부활 리스 웡. “지구 중력” 때문에 고개를 잘 들지 못했고, 기지 못하다 겨우 걸었고, 7~8살부터는 걷지 못했다. 의사는 그가 중증 장애로 18살을 넘기지 못할 거라 말해 부모를 울렸다. 짧은 기대 수명에도 불구하고 앨리스는 내내 남들과 분리되기 일쑤였으니 ‘보이지 않는 존재’. 조롱과 멸시, 차별, 이후로도 눈물은 마를 수 없는 세계에서 전동 휠체어 위 호 황금성게임랜드 흡기 주렁주렁 내건 사이보그….
하지만, 아니 그래서 앨리스의 감각은 섬세하다. 뾰족하다. ‘뮤턴트적’인 것이다. 일찌감치 깨쳤다. 자신의 존재에 “숨겨진 메시지를 소환해 현시하려면 열망, 야망, 감수성, 창조성이 필요”하다는 것. “미지의 상황에 뛰어들고, 부정의에 맞서서 포효하고, 발톱으로 헤쳐 가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은밀히 움직 온라인야마토게임 여 행동하고, 다중우주 곳곳에서 제 성질을 긁는 모든 이에게 욕을 퍼부으려면 호랑이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 마침 동양력으로 쳐보니 그는 호랑이띠다.
크립턴 출신 앨리스는 비장애 중심주의 사회에 맞서 ‘주술’을 왼다. ‘정상’도, ‘자립’도 “매우 유동적”인 개념이고, “상호의존은 강점이고, 모든 신체는 그 자체로 온전하고 완전하며, 바다이야기모바일 우리의 자유는 다른 이들의 자유와 연결되어 있고, 현 체제에서 가장 크게 고통과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리더가 되어 우리를 이끌어야 할 전문가”라고, “뛰어난 장애인들이 한데 모이면 마법이 일어난다”고. 크립턴은 불구를 뜻하는 크립(Crip)을 전유하여 ‘정상 사회’에 내던지는 언어유희와 같다. 에스에프의 세계는 하나씩 도래했다. 이제 물을 만하 메이저릴게임사이트 다. 앨리스 웡의 에스에프적 세계는?
장애 서사와 장애 가시화 운동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앨리스 웡이 지난달 14일 타계했다. 선천성 근육위축증, 고관절 이형성증, 척추측만증 등으로 어려서부터 수술받고 배제되고 차별받던 아이가 스스로 이르길 “신탁 예언자이자 이야기꾼이고 사이보그이며 트러블메이커이고 활동가”로서 시대와 삶을 돌파한 51년이 지구에서 그가 보낸 시간이다.
“나는 내게 음식물을 공급하는 튜브가 있어/ 나는 내게 호흡을 공급하는 튜브가 있어/ 삐이이이이이!” 심박 모니터의 돌연한 정지 상태에 압도된 시로 자신의 생애를 예고한 여고생이 웡이었다. 동시에 “테크놀로지, 접근성, 그리고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그의 정체성이었으니, ‘미래에서 날아온 회고록’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유쾌한 웡의 생애와 활동 기록이다.
홍콩 이민자 가정에서 1974년 3월 태어난 웡은 인디애나대학에서 영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의료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약함, 선천성, 결함, 병리, 비정상 같은 단어들과 늘 결부되어 살”되, 그가 소실해 온 근육을 대신한 것은 차별 경험에 따른 분노와 에스에프 문학이었다. “아시아계 이민자 장애 여성으로서… 에스에프의 모든 것에 대한 나의 사랑이 나의 정체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는 말만으로는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라며 그 세계 단어들이 “차차 힘과 저항의 원천으로 바뀌었다”고 웡은 말한다.
‘쓰기’는 가장 유력한 권리 운동이자 퍼포먼스였다. 2014년 장애인 미국인들을 인터뷰해 기록·보관(아카이빙)하는 ‘장애 가시화 프로젝트’가 대표적. 그가 창안하고 주도한 프로젝트의 결실 일부가 미 장애인법(ADA) 제정 30주년에 맞춰 당사자 37명의 이야기를 엮어 펴낸 논픽션 ‘급진적으로 존재하기’(2020년, 국내 출간 2023년, 가망서사)다.
장애인법이 갓 통과되었다는 기사를 읽던 순간을 웡은 기억한다. ‘와아, 나 혼자 집을 나서서 버스나 기차를 탈 수 있는 곳에 사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시사주간지 타임에 실린 독자 편지의 발신자가 된다.
“저는 16살의 장애인입니다. 제 친구들은 운전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저는 머지않아 장애인도 더 자립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어 안심이 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법을 통해, 장애를 가진 것은 장애인들이 아니라 닫힌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고용주들이 알게 되리라 생각합니다.”(1990년 7월)
대학에서 장애 사회학을 ‘발견’하고, 확장되는 블로그, 언론 기고, 팟캐스트, 미디어 제작 활동 등은 한마디로 장애 정의 운동에 수렴된다. ‘장애 정의’는 풀이되기보다 원칙과 실천으로 뜻매김될 만하다. 현상 개조를 위한 모든 시도를 “체계적으로 훼손하는 구조적 조건”에 다름 아닌 “초고도 자본주의, 백인 우월주의, 비장애 중심주의 사회”에서 “정직한 것과 더불어 취약한 것이 집합적인 해방을 이루는 데 핵심”이라는 게 웡이 새긴 장애 정의의 원칙 중 하나다. 상식과 선의로도 왜곡과 배제를 낳기 십상인 ‘접근성’의 확대는 지난한 실천 과제다.
웡이 기획한 책 ‘급진적으로 존재하기’는 인간성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현재가 허락하지 않은 미래를 먼저 살던 이들의 얘기라 해도 무방하겠다. 책 속 “장애인으로서 어떤 영역을 점유한다는 것은 항상 혁명적인 일”이라는 샌디 호(장애 정책 연구 및 조직가)의 말대로다. 장애가 신탁 예언의 힘을 갖게 되는 연유일 터, 위기 사회의 깃대종처럼 코로나19로 “감염되면 사망하게 되는” 웡은 2020년 8월 강연에 나선다. ‘최후의 장애인 신탁 예언자’란 제목 아래 2029년을 가정한 내용으로 “우리는 세상에 보여야 하고 들려야 하며 그러기 위해 싸운다. 우리는 기쁨과 급진적인 수용성으로 저항하며 살아간다”고 외친다. 자신의 첫 단독 단행본인 회고록(국내 출간 2024년, 오월의봄)을 매듭지은 꼭지는 아예 ‘2070년’을 때로 해 자신이 쓴 자신의 ‘부고 기사’다. 향년 96. 2029년을 살았으며 근미래 또한 다녀간 셈이니, 서문이 이렇다.
“당신이 읽고 있는 책은 미래에서 왔습니다. 저도 미래에서 왔어요.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 긴 여정을 거쳐왔고, 당신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지구에서 보낸 몇십 년은 아시아계 미국인인 장애 여성이 적대적이고 가차 없는 풍토를 살아냈다는 점에서 무척 대단한 일이었어요….”
통상 장애인 회고록이 역경과 도전의 놀라운 그러나 제 것이긴 원치 않는 서사로서 기대, 소비되는 풍토를 비판할 뿐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사람들이 저를 생각하는 방식이 너무 과해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라는 웡은 다른 장애인의 롤모델 또한 되길 마다한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결함과 모순을 가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웡의 회고록은 회고를 넘어 예고가 된다.
“‘기억하기’라는 행위는 우리를 우리의 힘과 상상에 접하게 해주며, 이것이 회고록이 가치 있는 이유입니다. 이제까지 저는 계속해서 저의 존재를 세상에 밀어 넣었고, 기억의 힘은 자신의 미래를 현재로 소환해 현시할 수 있는 능력과도 연결됩니다.”
2025년 영원한 마감자들
지난 11월 웡의 부고에 앞서 올 한해 ‘영원한 마감’을 마친 작가들 소식이 적지 않았다. 부음에 추세가 있을 리 만무하나, 영미권에선 ‘장르 문학’의 현대적 전범을 제각기 창조해 온 이들이 궂기니 빈자리를 부감시킨다. 지난 10월과 9월 죽음을 알려 온 영국 작가 질리 쿠퍼(1937)와 미국 작가 토머스 페리(1947)가 손에 꼽힌다. 쿠퍼는 탈고한 원고를 버스에 두고 내린 뒤 14년 뒤에야 다시 쓴 소설 ‘라이더스’(1985)와 2024년 영상으로 재소환된 ‘라이벌’(1988) 등의 세계적 베스트셀러와 함께 로맨스·통속 문학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라이더스’를 두고 “불륜으로 자극받았을 것”이라는 매체 비평에 쿠퍼는 “시골에 반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계급, 관계 등을 비추는 풍자도 그의 강점이거니와, 영국 왕실의 추모까지 받은 데엔 섹스 신조차 한갓 섹스 신이 아니었다는 함의가 있다. ‘정육점 소년’(‘사라진 도살자’로 국내 번역·절판) 등을 통해 ‘지적·심리 스릴러’를 일군 페리에 이어, 냉전 시대적 통찰과 탐정물 장르를 접목한 마틴 크루즈 스미스(1942년~올 7월, 미국), 영국 해외정보국(MI6) 정보원, 기자 출신답게 조사 기법으로 세공한 첩보·정치 스릴러로 때로 이야기의 진위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던 프레더릭 포사이스(1938년~올 6월, 영국)도 눈을 감았다. 혹여 이름이 낯설다면, 영화로도 만들어진 스미스의 ‘고리키 파크’, 포사이스의 ‘자칼의 날’ 따위 떠올려 볼 만하지만, 이들은 앞서 장르를 문학의 한 축으로 격상시켰다는 데 더 선명한 족적을 남긴다.



(사진 왼쪽부터) “모든 투쟁과 운동은 서로 얽혀 있다”며 가자지구 지원 프로젝트도 주도했던 앨리스 웡. 1974.3~올 11월. 로맨스·통속 문학의 대모로 통한 영국 작가 질리 쿠퍼. 1937.2~올 10월. 지적·심리적 스릴러로 유명한 미국 작가 토머스 페리. 1947.8~올 9월. 작가 신경숙(62)이 필사했다고 했던 단편 ‘강’의 작가 서정인. 1936.12~올 4월. 작가 인스타그램·누리집, 한겨레 자료 사진


그 밖에 남미 문학의 거장으로 201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요사(1936년~올 4월), 아프리카 탈식민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1938년~올 5월)가 국경 없이 전세계 주요 매체의 조명을 받았다. 일본 언론은 일본인 문학인 외 재일동포 작가 이회성(1935년~올 1월)의 부음에 큰 비중을 할애했다.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첫 외국 국적자라는 사실(1972)은 일본 문학계가 오래전 예시한 비문과도 같다. ‘고전의 재발굴’이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영국의 유명 독립출판사 피츠카랄도는 지난 7월 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고전의 기준은 세상을 떠난 작가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이곳 한반도에서 소설가 서정인(1936년~올 4월), 윤후명(1946년~올 5월) 등이 ‘고전’에 자신의 작품들을 올렸다.
이들과 달리 언론의 주목은커녕 ‘흔적’도 찾기 쉽지 않은 작가들이 있다. 가자지구의 문학인들이다.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아마도 화염 속) 떠난 작가가 최소 13명에 이른다는 집계가 나왔을 때가 2024년 1월이었다. 2023년 12월6일 북가자지구 공습에 숨을 거둔 리파아트 아르이르(1979~2023, 시인이자 문학 교수)가 그나마 서구 언론을 통해 비극적으로 타전되었다. 2011년 지은 ‘내가 죽어야 한다면’이란 시가 ‘나의 죽음이 이야기를 불러오고, 희망을 불러온다’는 메시지로 세계인과 뒤늦게 만난 계기였다. 이후는 유사한 보도조차 접하기 어렵다. 결국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려 아랍계·독립 매체와 영국·프랑스 매체, 미국 문학 전문 웹사이트 등까지 메타 분석해 보았다. 단건처럼 파편화한 팔레스타인 작가 사망 정보를 긁어모으는 일을 1차로, 휴전이 합의된 10월 말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은 문학인만 최소 20명 넘게 추정된다고 에이아이는 알려준다. 저널리즘, 문화계를 포함하면 30~40명 내외로까지 본다. 무명씨 작가는 미래의 작가란 말과 다르지 않다. 올 2월 출간된 가자지구 시인 선집(‘가자: 죽음 전 삶이 있는가?’)에 20대 누르 알딘 하자즈도 참가하고 있다. 1998~2023. 아르이르보다 사나흘 앞선 공습에 유명을 달리했으니, 그의 죽음은 이제 겨우 ‘흔적’을 남겼다. 선집에 참여한 작가 26명 가운데 하자즈를 포함해 2명이 죽임을 당했다. 시집에 실린 글이 하자즈의 유언 격이다.
“마지막 장면은 신경 쓰지 말아요. 불에 타든, 익사하든, 높은 데서 떨어지든, 칼에 찔리든. 가자에서 우리는 죽음 전에도 여러 번 죽습니다.”
‘죽고 또 죽는다’는 하자즈의 시구로 보건대, 죽음의 진실이 한낱 죽은 자의 숫자에 있지 않겠다. 아르이르의 ‘시참’대로 죽음은 바야흐로 또 다른 서사의 시작인 것. 가자지구에서 무차별 살상이 자행되던 때 미국에선 ‘가자지구에 이심(디지털 유심) 지원하는 크립들’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가자 주민들에게 인터넷·전화망을 제공하기 위한 모금 활동이었다. 공동 창립자가 ‘크립턴’ 행성에서 온 ‘크립’ 중의 크립, “우리는 과거이고 현재이고 미래이고 영원하다”고 말했던 앨리스 웡이었으니 뜻밖일 게 없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