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왼쪽)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과 서재유씨가 15일 서울역 농성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주용 기자



13년을 일해도 기본급은 매번 최저임금도 안 돼요. 역사 관리, 민원 해결, 주차장 관리까지 도맡아 하지만 급여 등 처우는 여전히 신입사원 수준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코레일 자회사 소속 역무원 서재유씨

13년 차 역무원 서재유씨(민주노총 전국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부지부장)는 야마토통기계 도봉역의 역무원이다. 매일 아침 출근해 역사를 관리하고 역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 사고를 처리한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장애인 휠체어 바퀴가 빠지면 해결해주고 늦은 밤 의자에 쓰러져 잠든 취객을 수습해 내보내는 것도 그의 일이다.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역사 내 화재를 예방하고, 열차 안에서 소란이 발생하면 질서 유지도 해야 한다. 하루 사이다릴게임 하루가 기차처럼 숨 가쁘게 돌아간다.
그런 그가 지난 9일부터 차가운 서울역 대합실 한편에서 주저앉았다. 17일부터는 단식에 돌입했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라"며 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역무원이다. 계약 형태는 무기계약직으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적 바다이야기슬롯 정임금'을 주문하며 언급한 공공기관 비정규직에 해당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왜 사람을 쓸 때 꼭 최저임금만 주냐"며 적정임금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지시한 바 있다.
서씨가 속한 코레일네트웍스는 코레일이 관리하는 전철역 190여 개(경원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서해선 등) 중 14 사이다쿨접속방법 0여 개를 위탁받아 관리한다. 서울지하철 1호선(경원선)을 예로 들면 신이문역은 코레일네트웍스가 운영하지만 바로 옆 외대앞역은 코레일이 자체 관리한다. 문제는 코레일과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역무원들이 똑같은 일을 하지만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와 낮은 수준의 식대, 부족한 수당을 받으며 일한다는 점이다.

야마토게임같은 일 하는데…급여 차이 '197만 원'



코레일 역무원과 코레일네트웍스 역무원 급여 차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우선 서씨의 급여 체계를 살펴보자. 코레일네트웍스의 '2025년 임금표'를 보면 역장부터 사무보조, 고객센터 등 31개 직무 모든 직원의 기본급이 202만 원으로 고정됐다. 1년 차 신입사원이나 20년 차 베테랑 직원이나 똑같다. 식대 역시 모든 직원에게 월 14만 원씩 준다. 직무수당은 선임역장, 여객매표소장, 주차관리소장 등 상위직급 몇 개를 제외하면 1만~5만 원 수준이다.
이 기준으로 20년 차 역장 월급을 계산해보면 기본급 202만 원에 직무수당 1만 원, 식대 14만 원을 더해 217만 원을 받게 된다. 올해 월급 기준 최저임금이 209만6,270원이니 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코레일네트웍스 역무원과 똑같은 일을 하는 20년 차(4급 18호봉) 코레일 소속 역무원 급여는 어떨까. 기본급 371만3,500원에 식대 20만 원이 붙는다. 또 위험수당, 가족수당, 기술수당 등 각종 수당 22만8,360원이 더해져 414만1,860원을 받는다. 같은 기간 '동일노동'을 하고도 급여는 197만1,860원이 차이 난다.
노동자들은 급여 차이도 문제지만 그 안에는 뿌리 깊은 차별이 존재한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식대다. 서씨는 "코레일 역무원들은 한 달 평균 165시간을 일하면서 식대 20만 원을 받는데 자회사 직원들은 200시간 가까이 일하고도 14만 원만 받는다"며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먹는 것으로 차별을 받는 것은 정말 서럽다"고 토로했다.
이뿐 아니라 코레일 직원이 받는 위험수당(2만 원), 가족수당(3만 원), 기술수당(2만 원) 등은 자회사 직원들에게 단 하나도 적용되지 않는다. 위험한 일을 해도, 역사를 관리하기 위해 소방기술 자격증을 따도 차별의 벽을 마주해야 한다. 특히나 가족수당까지 차별받는 건 가족들까지 대접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어 서러움이 몰려온다고 했다. 서씨는 "차별에 의한 박탈감이 어마어마하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처우가 나아지지를 않으니 역무원들은 서로 (업무가 늘어나는) 역장을 맡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복지제도 역시 차이가 크다. 코레일 직원은 상여금 60만8,000원과 고정성과급 약 700만 원, 복지포인트 80만 원, 명절상여금 약 445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코레일네트웍스 직원은 상여금과 고정성과급이 0원이고 복지포인트는 50만 원을 받는다. 명절상여금은 100만 원 수준으로 코레일 직원의 25% 수준이다.



코레일 역무원과 코레일네트웍스 역무원 복지제도 차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인건비 남아도 안주는 중간착취"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역무원 서재유씨가 18일 서울역 농성장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제공


노동자들은 중간착취 문제도 토로했다. 민주노총 전국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에 따르면 회사는 코레일로부터 위탁비로 받아온 예산이 남아도 "인건비로 쓸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산 흐름은 기획재정부가 코레일에 예산을 내려주면 코레일은 코레일네트웍스와 위탁계약을 맺고 위탁비를 준다. 위탁비에는 인건비 등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위탁비 안에 포함된 인건비 규모는 시중노임단가에 정부가 책정한 공공기관 임금인상률을 곱해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 임금인상률이 4%인 올해의 경우 위탁비에 포함된 인건비는 기본급 기준 △역무원 250만5,235원 △총괄매니저 365만465원 △역장 362만1,902원 등이다. 하지만 실제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기본급은 202만 원에 불과했다. 인건비로 볼 수 있는 예산 48만5,235~160만1,902원이 공중에서 증발한 셈이다. 노조는 "사측은 '기재부 예산운용지침'을 이유로 정부가 정한 공공기관 급여 인상률 이상의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회사가 매년 인건비를 아껴 모은 당기순이익 수십억 원을 모회사인 코레일에 배당 형식으로 돌려준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2021년에는 당기순이익 27억9,000만 원 중 14억 원을 배당했는데 이 가운데 13억9,000만 원을 코레일과 코레일유통이 가져갔다는 것. 노동자에게 줘야 할 돈 상당수가 중간착취된 뒤 모회사로 다시 올라가는 셈이다.
인력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코레일네트웍스 역무원들은 3조 2교대로 근무체계가 돌아간다. 3개 조가 주간, 주간, 야간, 야간, 비번, 휴무 순으로 근무를 서는데 일주일을 기준으로 이틀 연속 야간 근무를 서야 한다. 반면 코레일 역무원(3개월 단위 탄력근무제 적용)은 4조 2교대로 주간, 야간, 비번, 휴무 체계로 움직여 연이틀 야간 근무를 피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만큼, 코레일네트웍스 역무원들은 더 자주 권강권을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코레일네트웍스는 기재부 총인건비 지침을 어길 수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정부의 예산 및 인건비 운영 원칙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개별 기관이 독자적으로 정부 지침을 벗어난 결정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남은 위탁비를 모회사에 배당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남은 위탁비를 포함한 수익은) 직원 근무환경 개선, 시설 안전 투자 등 사업 지속성을 위한 재원으로 우선 활용되며 배당은 상법 및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네트웍스 위탁비 및 급여지급 흐름도. 그래픽=신동준 기자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가 기획재정부의 총인건비 지침을 폐기하라는 문구가 적힌 몸자보를 입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씨가 단식까지 택한 건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안을 받았지만 사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노위 조정안은 기본급을 202만 원에서 216만 원으로 올리고 식대를 16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직무수당도 현재 1만 원에서 역장 14만 원, 사원급 4만 원으로 인상하도록 했다.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중재안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수용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이 역시 기획재정부 총인건비 지침을 언급하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 중재안을 수용하면 임금인상률은 6.9%로, 4%가 상한선인 총인건비 지침을 넘어선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기재부와 함께 코레일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가 중재안이 수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입장이다. 김종호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총인건비 적용 지침에 '무기계약직은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만들거나 공공기관 자회사는 예외로 두는 조항을 넣으면 문제가 쉽게 풀린다"며 "현실적 대안은 얼마든 만들 수 있다. 결국 기재부와 국토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서씨는 "이 대통령이 공공기관 적정임금을 직접 언급한 만큼 제대로 된 처우 개선과 중간착취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죽어서든 살아서든 중노위 조정안은 반드시 수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