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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늘 선두에 있었다. 누군가의 뒤꽁무니를 쫓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길을 택했다. 모두의 시선 끝에 그가 있었지만, 그는 항상 저 너머의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 현대 도예의 선구자로 불리는 도예가 신상호의 이야기다. 누가 뭐라 해도 60년의 세월을 묵묵히 흙으로 빚어 온 그의 세계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300㎡ (1000평) 전시장에 열린다. 작가가 이룩해온 조형 언어와 실험적 여정을 담은 대규모 회고전 <신상호: 무한변주>다.
전시장 중앙홀에 설치된 작품 '아프리카의 꿈-토템', 2000-2002, 혼합 게임몰릴게임 토, 가변크기,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이번 전시는 도자 작가로는 최초로 과천관 제1전시실과 2전시실을 모두 사용한다. 전통 도자에서 시작한 흙을 향한 작가의 사유가 조각, 건축, 회화로 옮겨가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전시함으로써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역사서를 읽듯 그 발자취를 따라가며 릴게임손오공 감상할 수 있다. 무려 1000평이 넘는 대규모 전시인 만큼 공간을 채운 작품 수도 방대하다. 공식 자료에는 도자 예술 작품 90여 점과 아카이브 70여 점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작품을 구성하는 자기 하나하나를 따진다면 약 600~700점이 관람객과 만나는 셈이다. 준비 기간만 1년 반가량이 걸렸고, 크기와 무게가 남다른 작가의 작품을 미술관 내부에 배치하 사아다쿨 는 데 기중기까지 동원됐다.
1960년대 장작 가마 앞의 신상호. /작가 제공
흙에 죽고 흙에 산 60년 일대기의 시작
작가는 1960년대 ‘도예’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을 때부터 흙을 다뤘다. 흔히 오션파라다이스예시 ‘옹기장이’, ‘가마장이’로 치부되던 시절, 학부생 때 현장학습으로 다녀온 이천에서 그는 일찌감치 흙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봤다. 전시장에서 만난 신상호 작가에게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를 물었다.“나 어릴 때는 장난감이라는 게 없던 시절이야. 흙장난이 유일한 놀이였지. 가지고 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직업이 돼버리고 말았네. 바다이야기2 그런데 흙이라는 재료의 가능성은 어떤 매체보다도 크다고 생각해. 과학기술과 만나면 더 무궁무진하지. 흙은 고갈되지 않는 근원적 물질이잖아.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도 마찬가지고. 이 둘이 만나면 이제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는 거지.”
몰두해야 할 대상을 찾은 작가는 망설임 없이 행동했다. 당시 가마가 없던 대학교 대신 무작정 이천으로 향했다. 무려 40여 일 동안 행방불명된 아들을 찾다 이천까지 내려온 그의 부모는 결국 그에게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고무신으로 맞아도, “장남이나 돼서 가마장이가 된다”며 원망 어린 한탄을 들어도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한번 몰입하면 절대로 말릴 수 없는 그의 성미를 잘 알고 있던 아버지는 끝내 작가에게 가마 하나를 사 준다. 그저 치기 어린 일탈이겠거니 “어디 한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라”라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아버지가 마련해준 이 가마를 불씨 삼아 그는 도예를 향한 열정을 활활 불태우기 시작했다.
60년간 흙을 매개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신상호 작가.
한국 근현대 도예 역사를 바꾼 사람
“나라는 사람을 한자리에서 이렇게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거야. ‘신상호를 통해 한국 근현대 도예 역사가 이렇게 바뀌었다. 그것이 현실이다’라는 걸 얘기하고 싶어.”
한국 현대 도예의 역사를 바꿨다는 작가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는 전통 위에 자신의 상상력과 시대의 변화를 쌓아 올리며 도자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발전시켜왔다. 언제나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새로움을 갈구하고 자신의 예술적 탐구심을 펼치고자 했다.
신상호, 〈앞선 꿈-인간〉, 1992-1993, 혼합토, 상감, 50×40×30cm, 작가 소장
총 5개 영역으로 구성한 이번 전시의 2부에서 만날 수 있는 ‘도조陶彫’ 역시 이런 그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 분야다. 도조는 ‘도자 조각’이라는 뜻으로, 1986년 작가가 처음 선보인 개념이다. 물레를 돌려가며 완성하는 도자기의 천편일률적 형태를 탈피하고자 한 그는 몸통만 물레로 만든 후, 흙으로 넓은 판을 빚어 몸통에 덧붙여가며 말이나 소 등이 연상되는 동물의 모습을 탄생시켰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윤소림 학예사는 도조를 통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를 두려워하지 않은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도조는 신상호 작가의 본격적인 조각적 언어가 형성되기 이전, 전환기의 작품이라고 보면 돼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딱 5년 동안만 이 작품 활동을 했어요. 분청 작업에서 옮겨가며 소성 과정이나 건조 방식 등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것을 바꿔야 했기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신상호, 〈구운 그림-마스크〉, 2006, 혼합토, 50×50×1×(16)cm, 작가 소장.
작가는 도자와 건축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도 선보였다. 사람처럼 건물도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고 여긴 그는 ‘구운 그림’ 시리즈를 제작했다. 구운 그림은 흙 위에서 소성된 독특한 질감과 색채를 캔버스의 물감 표현과 구분하기 위해 지은 명칭으로, 가로세로 각각 50cm의 정사각형 도자 타일이다. 옷처럼 자유자재로 타일을 바꾸려면 시멘트로 붙이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기존의 접착 방법으로는 한번 부착하면 깨뜨려야만 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작가는 외벽과 타일을 탈착할 수 있는 암수 구조의 장치를 개발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타일에 이 구조를 붙이기 위한 본드까지 만들기에 이른다. 건물 외벽에 붙이는 타일인 만큼 눈이나 비 등의 환경에도 절대 떨어지지 않게 제작한 특수 본드는 특허까지 받았다고. 이 타일을 활용해 대형 외벽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그는 서울 센트럴시티 고속터미널의 ‘밀레니엄 타이드’를 시작으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금호아시아나 사옥(현 콘코디언 빌딩), 서초 삼성타운 등의 외벽에 도자 타일을 설치하며 흙과 도자의 무한한 잠재력을 증명해냈다.
작가의 수집품과 수집품과 도자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4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배신자', '이단아'라는 비판에도 마이 웨이
장작 가마가 일반적이던 1970년대에 국내 최초로 가스 가마를 들여와 큰 반향을 일으킨 사람도 신상호다. 가스 가마를 도입해 도자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우리 식탁에는 스테인리스 식기가 아닌 도자가 오를 수 있었다.
“장작 가마는 완성품을 5~10%밖에 건질 수가 없어. 온도 조절도 힘들고 나무의 재가 기면에 달라붙어 대량 생산하기 힘들거든. 그런데 일본에 가니까 가스 가마로 너무나 쉽게 완성하는 거지. 그래서 제조 회사를 방문해가면서 가스 가마를 우리나라에 들여왔어. 지금은 다 가스 가마를 사용하지만, 당시에는 전통을 배신했다며 반역자니, 배반자니 욕도 많이 먹었지. 그런데 나는 다른 사람 말 하나도 신경 안 썼어. 원래 성미 자체가 그래. 지금도 혼자 노는 게 더 재미있어.”
여든의 나이, 작가는 여전히 혼자가 즐겁다. 홍익대학교 교수직을 내려놓은 이후로는 친구도 만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가꾸는 데 여념이 없다. 주로 혼자 사유하고 상상하는 것이 취미인 그는 머릿속에 펼쳐진 우주를 흙을 매개 삼아 현실로 끄집어내느라 바빴다.
“지금도 나는 낮이나 밤이나 항상 상상하며 놀아. 생각했다 잊어버리고 항상 반복이야. 쓰는 재주는 없어서 이야기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 대신 흙으로는 남겨놓을 수 있지.”
도자와 건축의 가능성을 증명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신상호 작가는 이 미술관의 초대 관장으로 일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신상호: 무한변주'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그의 작품 중에는 말이나 여우, 물소, 홍학 등 특정한 동물이 연상되는 것이 많다. 하지만 특정 동물을 대상화했다기보다 가상의 동물에 가깝다. 그때그때 손이 움직이는 대로 느낌을 따라 상상의 동물을 구현한 것이라고. 하지만 모티프가 된 것은 있다. 다리가 여럿 달린 ‘구조와 힘’ 연작은 살아남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는 아프리카의 짐승들, 초원을 내달리는 동물들의 다리에서 느낀 강렬한 역동성을 표현한 것이다. 사실 아프리카는 작가의 도업(陶業)에서 매우 중요한 서사다.
작가미상, 〈부족미술 컬렉션〉, 연도미상, 신상호 소장.
신상호 작가가 수집해 온 아프리카 예술품과 부족들의 생활용품. /신상호스튜디오
늘 사유하고 잊는 게 일상이라는 작가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1995년 10월 4일을 말할 것이다. 그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영국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교환교수로 머무는 동안 <아프리카: 대륙의 미술>전을 접하게 된다. 아프리카 전통 미술과 유산을 소개하는 이 대형 전시가 열리는 수개월 동안 작가는 매일같이 줄을 서서 입장하며 하나라도 놓칠세라 작품들을 보고 또 봤다. 아프리카의 원시적 이미지와 생동감, 샤머니즘은 그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당시 감정을 “좋아서 돌아버릴 정도”라고 표현한 걸 보면, 그 자극이 얼마나 강렬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 도예의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고뇌해온 그의 도자 세계는 이 시기부터 아프리카로 옮겨가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또한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아프리카 미술품과 공예품, 생활용품 등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네 번째 전시 공간인 ‘사물과의 대화’에서는 작가가 1990년대부터 모아온 수집품을 공개한다. 아프리카 공예품뿐 아니라 유럽에 수출된 중국 청화백자, 오래된 산업 기기 등 컨테이너 단위로 실어 오며 수집한 서로 다른 문명과 시대의 사물들은 작가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장난감이 됐다. 수집한 물건과 도자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며 그의 도업에 새로운 장르를 만들기도 했다.
'생명수', '묵시록' 연작 등 작가가 최근 작업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의 마지막 공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영원히 꺼지지 않을 에너지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는 작가가 최근 작업한 작품들이 나와 있다. 흙을 매개로 한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생명수’와 ‘묵시록’ 연작은 흙으로 ‘그린다’는 생각으로 평면 회화를 구성한 것이다. 이천에서 경기도 양주로 작업실을 옮겨오며 마당에 심었던 50년 된 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며 부서지듯 빛나는 모습을 손으로 찍어내듯 표현했다. 작품을 보면 손을 무작위로 움직여 표현한 것 같지만, 작가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 미리 컴퓨터로 완벽한 패턴을 제작한다. 이후 그 패턴을 따라 한 패널당 6~7개의 흙덩어리를 붙여가며 흙의 두께감과 색감 등을 계획적으로 조합해 재료 간 공명을 한 화면에 담는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최대 관심사는 ‘묵시록’ 연작을 관람객이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에 있다며, 새로운 도전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르지 않는 열정으로 한국 현대 도예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남은 그는 젊은 도예가와 도예 지망생에게 애정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신상호는 각종 철제 도구를 모아 목재 합판 위에 마치 퍼즐을 맞추듯 배열해 '도구 컬렉션'을 구성했다. 이 도구들은 주로 유럽에서 수집된 것으로, 신상호스튜디오의 여러 작업 공간 중 일명 ‘대장간’이라 불리는 철조 작업장의 상부 공간에 설치되어 있었다. 작가미상, 〈도구 컬렉션〉, 연도미상, 스틸, 가변크기, 신상호 소장.
“나는 다른 직업은 가져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후배들에게 흙만 만지고도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증인인 거지. 분명 어려운 순간이 많아. 나도 생계 때문에 이천에서 화병을 보자기에 싸다가 종로통 꽃가게에 내다 팔던 때도 있었어.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자면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 중턱까지 갔는데 힘들다고 다시 내려오는 사람이 허다하지. 그런데 그러면 안 돼. 힘들어도 그 한계를 넘어야 해. 넘고 넘고 넘다 보면 기대하지도 않은 결과물이 나와서 나처럼 될지도 몰라. 끝내 정상에 오르면 여태 넘어온 저 너머가 다 보일 거야.” 전시는 3월 29일까지 이어진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기자 admin@slotmega.info
전시장 중앙홀에 설치된 작품 '아프리카의 꿈-토템', 2000-2002, 혼합 게임몰릴게임 토, 가변크기,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이번 전시는 도자 작가로는 최초로 과천관 제1전시실과 2전시실을 모두 사용한다. 전통 도자에서 시작한 흙을 향한 작가의 사유가 조각, 건축, 회화로 옮겨가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전시함으로써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역사서를 읽듯 그 발자취를 따라가며 릴게임손오공 감상할 수 있다. 무려 1000평이 넘는 대규모 전시인 만큼 공간을 채운 작품 수도 방대하다. 공식 자료에는 도자 예술 작품 90여 점과 아카이브 70여 점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작품을 구성하는 자기 하나하나를 따진다면 약 600~700점이 관람객과 만나는 셈이다. 준비 기간만 1년 반가량이 걸렸고, 크기와 무게가 남다른 작가의 작품을 미술관 내부에 배치하 사아다쿨 는 데 기중기까지 동원됐다.
1960년대 장작 가마 앞의 신상호. /작가 제공
흙에 죽고 흙에 산 60년 일대기의 시작
작가는 1960년대 ‘도예’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을 때부터 흙을 다뤘다. 흔히 오션파라다이스예시 ‘옹기장이’, ‘가마장이’로 치부되던 시절, 학부생 때 현장학습으로 다녀온 이천에서 그는 일찌감치 흙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봤다. 전시장에서 만난 신상호 작가에게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를 물었다.“나 어릴 때는 장난감이라는 게 없던 시절이야. 흙장난이 유일한 놀이였지. 가지고 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직업이 돼버리고 말았네. 바다이야기2 그런데 흙이라는 재료의 가능성은 어떤 매체보다도 크다고 생각해. 과학기술과 만나면 더 무궁무진하지. 흙은 고갈되지 않는 근원적 물질이잖아.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도 마찬가지고. 이 둘이 만나면 이제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는 거지.”
몰두해야 할 대상을 찾은 작가는 망설임 없이 행동했다. 당시 가마가 없던 대학교 대신 무작정 이천으로 향했다. 무려 40여 일 동안 행방불명된 아들을 찾다 이천까지 내려온 그의 부모는 결국 그에게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고무신으로 맞아도, “장남이나 돼서 가마장이가 된다”며 원망 어린 한탄을 들어도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한번 몰입하면 절대로 말릴 수 없는 그의 성미를 잘 알고 있던 아버지는 끝내 작가에게 가마 하나를 사 준다. 그저 치기 어린 일탈이겠거니 “어디 한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라”라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아버지가 마련해준 이 가마를 불씨 삼아 그는 도예를 향한 열정을 활활 불태우기 시작했다.
60년간 흙을 매개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신상호 작가.
한국 근현대 도예 역사를 바꾼 사람
“나라는 사람을 한자리에서 이렇게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거야. ‘신상호를 통해 한국 근현대 도예 역사가 이렇게 바뀌었다. 그것이 현실이다’라는 걸 얘기하고 싶어.”
한국 현대 도예의 역사를 바꿨다는 작가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는 전통 위에 자신의 상상력과 시대의 변화를 쌓아 올리며 도자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발전시켜왔다. 언제나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새로움을 갈구하고 자신의 예술적 탐구심을 펼치고자 했다.
신상호, 〈앞선 꿈-인간〉, 1992-1993, 혼합토, 상감, 50×40×30cm, 작가 소장
총 5개 영역으로 구성한 이번 전시의 2부에서 만날 수 있는 ‘도조陶彫’ 역시 이런 그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 분야다. 도조는 ‘도자 조각’이라는 뜻으로, 1986년 작가가 처음 선보인 개념이다. 물레를 돌려가며 완성하는 도자기의 천편일률적 형태를 탈피하고자 한 그는 몸통만 물레로 만든 후, 흙으로 넓은 판을 빚어 몸통에 덧붙여가며 말이나 소 등이 연상되는 동물의 모습을 탄생시켰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윤소림 학예사는 도조를 통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를 두려워하지 않은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도조는 신상호 작가의 본격적인 조각적 언어가 형성되기 이전, 전환기의 작품이라고 보면 돼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딱 5년 동안만 이 작품 활동을 했어요. 분청 작업에서 옮겨가며 소성 과정이나 건조 방식 등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것을 바꿔야 했기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신상호, 〈구운 그림-마스크〉, 2006, 혼합토, 50×50×1×(16)cm, 작가 소장.
작가는 도자와 건축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도 선보였다. 사람처럼 건물도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고 여긴 그는 ‘구운 그림’ 시리즈를 제작했다. 구운 그림은 흙 위에서 소성된 독특한 질감과 색채를 캔버스의 물감 표현과 구분하기 위해 지은 명칭으로, 가로세로 각각 50cm의 정사각형 도자 타일이다. 옷처럼 자유자재로 타일을 바꾸려면 시멘트로 붙이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기존의 접착 방법으로는 한번 부착하면 깨뜨려야만 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작가는 외벽과 타일을 탈착할 수 있는 암수 구조의 장치를 개발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타일에 이 구조를 붙이기 위한 본드까지 만들기에 이른다. 건물 외벽에 붙이는 타일인 만큼 눈이나 비 등의 환경에도 절대 떨어지지 않게 제작한 특수 본드는 특허까지 받았다고. 이 타일을 활용해 대형 외벽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그는 서울 센트럴시티 고속터미널의 ‘밀레니엄 타이드’를 시작으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금호아시아나 사옥(현 콘코디언 빌딩), 서초 삼성타운 등의 외벽에 도자 타일을 설치하며 흙과 도자의 무한한 잠재력을 증명해냈다.
작가의 수집품과 수집품과 도자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4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배신자', '이단아'라는 비판에도 마이 웨이
장작 가마가 일반적이던 1970년대에 국내 최초로 가스 가마를 들여와 큰 반향을 일으킨 사람도 신상호다. 가스 가마를 도입해 도자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우리 식탁에는 스테인리스 식기가 아닌 도자가 오를 수 있었다.
“장작 가마는 완성품을 5~10%밖에 건질 수가 없어. 온도 조절도 힘들고 나무의 재가 기면에 달라붙어 대량 생산하기 힘들거든. 그런데 일본에 가니까 가스 가마로 너무나 쉽게 완성하는 거지. 그래서 제조 회사를 방문해가면서 가스 가마를 우리나라에 들여왔어. 지금은 다 가스 가마를 사용하지만, 당시에는 전통을 배신했다며 반역자니, 배반자니 욕도 많이 먹었지. 그런데 나는 다른 사람 말 하나도 신경 안 썼어. 원래 성미 자체가 그래. 지금도 혼자 노는 게 더 재미있어.”
여든의 나이, 작가는 여전히 혼자가 즐겁다. 홍익대학교 교수직을 내려놓은 이후로는 친구도 만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가꾸는 데 여념이 없다. 주로 혼자 사유하고 상상하는 것이 취미인 그는 머릿속에 펼쳐진 우주를 흙을 매개 삼아 현실로 끄집어내느라 바빴다.
“지금도 나는 낮이나 밤이나 항상 상상하며 놀아. 생각했다 잊어버리고 항상 반복이야. 쓰는 재주는 없어서 이야기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 대신 흙으로는 남겨놓을 수 있지.”
도자와 건축의 가능성을 증명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신상호 작가는 이 미술관의 초대 관장으로 일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신상호: 무한변주'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그의 작품 중에는 말이나 여우, 물소, 홍학 등 특정한 동물이 연상되는 것이 많다. 하지만 특정 동물을 대상화했다기보다 가상의 동물에 가깝다. 그때그때 손이 움직이는 대로 느낌을 따라 상상의 동물을 구현한 것이라고. 하지만 모티프가 된 것은 있다. 다리가 여럿 달린 ‘구조와 힘’ 연작은 살아남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는 아프리카의 짐승들, 초원을 내달리는 동물들의 다리에서 느낀 강렬한 역동성을 표현한 것이다. 사실 아프리카는 작가의 도업(陶業)에서 매우 중요한 서사다.
작가미상, 〈부족미술 컬렉션〉, 연도미상, 신상호 소장.
신상호 작가가 수집해 온 아프리카 예술품과 부족들의 생활용품. /신상호스튜디오
늘 사유하고 잊는 게 일상이라는 작가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1995년 10월 4일을 말할 것이다. 그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영국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교환교수로 머무는 동안 <아프리카: 대륙의 미술>전을 접하게 된다. 아프리카 전통 미술과 유산을 소개하는 이 대형 전시가 열리는 수개월 동안 작가는 매일같이 줄을 서서 입장하며 하나라도 놓칠세라 작품들을 보고 또 봤다. 아프리카의 원시적 이미지와 생동감, 샤머니즘은 그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당시 감정을 “좋아서 돌아버릴 정도”라고 표현한 걸 보면, 그 자극이 얼마나 강렬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 도예의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고뇌해온 그의 도자 세계는 이 시기부터 아프리카로 옮겨가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또한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아프리카 미술품과 공예품, 생활용품 등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네 번째 전시 공간인 ‘사물과의 대화’에서는 작가가 1990년대부터 모아온 수집품을 공개한다. 아프리카 공예품뿐 아니라 유럽에 수출된 중국 청화백자, 오래된 산업 기기 등 컨테이너 단위로 실어 오며 수집한 서로 다른 문명과 시대의 사물들은 작가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장난감이 됐다. 수집한 물건과 도자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며 그의 도업에 새로운 장르를 만들기도 했다.
'생명수', '묵시록' 연작 등 작가가 최근 작업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의 마지막 공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영원히 꺼지지 않을 에너지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는 작가가 최근 작업한 작품들이 나와 있다. 흙을 매개로 한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생명수’와 ‘묵시록’ 연작은 흙으로 ‘그린다’는 생각으로 평면 회화를 구성한 것이다. 이천에서 경기도 양주로 작업실을 옮겨오며 마당에 심었던 50년 된 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며 부서지듯 빛나는 모습을 손으로 찍어내듯 표현했다. 작품을 보면 손을 무작위로 움직여 표현한 것 같지만, 작가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 미리 컴퓨터로 완벽한 패턴을 제작한다. 이후 그 패턴을 따라 한 패널당 6~7개의 흙덩어리를 붙여가며 흙의 두께감과 색감 등을 계획적으로 조합해 재료 간 공명을 한 화면에 담는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최대 관심사는 ‘묵시록’ 연작을 관람객이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에 있다며, 새로운 도전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르지 않는 열정으로 한국 현대 도예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남은 그는 젊은 도예가와 도예 지망생에게 애정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신상호는 각종 철제 도구를 모아 목재 합판 위에 마치 퍼즐을 맞추듯 배열해 '도구 컬렉션'을 구성했다. 이 도구들은 주로 유럽에서 수집된 것으로, 신상호스튜디오의 여러 작업 공간 중 일명 ‘대장간’이라 불리는 철조 작업장의 상부 공간에 설치되어 있었다. 작가미상, 〈도구 컬렉션〉, 연도미상, 스틸, 가변크기, 신상호 소장.
“나는 다른 직업은 가져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후배들에게 흙만 만지고도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증인인 거지. 분명 어려운 순간이 많아. 나도 생계 때문에 이천에서 화병을 보자기에 싸다가 종로통 꽃가게에 내다 팔던 때도 있었어.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자면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 중턱까지 갔는데 힘들다고 다시 내려오는 사람이 허다하지. 그런데 그러면 안 돼. 힘들어도 그 한계를 넘어야 해. 넘고 넘고 넘다 보면 기대하지도 않은 결과물이 나와서 나처럼 될지도 몰라. 끝내 정상에 오르면 여태 넘어온 저 너머가 다 보일 거야.” 전시는 3월 29일까지 이어진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기자 admin@slotmega.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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