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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간 의사로 살아온 김화숙(79) 대한의사협회 고문이 이달 7일까지 서울 중구문화원 예원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김도균 기자


평생 죽음의 문턱 앞을 지키며 환자를 보살핀 김화숙(79) 대한의사협회 고문은 최근 밤마다 붓을 잡는다. 54년째 의사 외길을 걷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또 다른 ‘처방전’을 건네기 위해서다. 낮에는 청진기, 밤에는 붓을 들며 완성한 작품은 어느덧 50여 점이나 쌓였다. 현미경 속 세포를 연필로 따라 그리며 의사의 꿈을 키웠던 그가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젠 환자의 심신(心身)을 보듬는 의사이자 화가로서 제2막을 열었다.
김 고문은 이화여대 의대 재학 시절, 세포학과 조직학을 배우며 현미경 속 세포파칭코
하나하나를 연필로 그리곤 했다. 스스로도 이를 즐겼다던 김 고문은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인지 현미경 속 세상에서도 예술적 욕구가 샘솟았다”고 했다. 1971년 처음 의사 가운을 입은 뒤로도 ‘언젠가 한 번은 붓을 잡으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의사로 정신없이 살아오던 1999년, 김 고문은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신한 주식
각 하나로 동네 화실을 찾았다. 말기 암, 백혈병 등 시한부 환자들을 숱하게 마주해왔던 만큼 그에게도 마음의 평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꽃병에 담긴 들국화를 화폭에 담아냈는데, 이 작품으로 한 미술전에서 상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해 말 친오빠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충격에 미술 활동을 이어갈 동력을 잃었다. 네 명의 자녀를 키우고 환자들을 진료하는KEC 주식
데 집중하다 보니 붓을 다시 잡을 힘조차 남아나질 않았다. 김 고문은 “마음의 병을 앓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런 김 고문의 삶에 지난 2020년 변곡점이 생겼다. 자신의 마음뿐 아니라, 의사로서 마주하는 시한부 환자들의 마음도 치유해보자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붓을 잡았다. 일선에서 주식연구
물러나 주 1~2일 진료를 보며 시간적 여유도 생겼다. 그렇게 이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작품 활동을 재개했지만, 2023년 한국문화미술대전과 국제문화미술대전 등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빛을 발했다. 지난 3년간 그린 그림만 50여 점이다. 주로 자연의 풍경을 따뜻하고 평화로운 유화로 표현했다.
김 고문의 그림은 자신은 물론,코리아써키트 주식
다른 이들의 마음까지 치유하는 ‘처방전’이 됐다. 그는 모교인 이화여대와 이대목동병원에 자신의 그림을 기증해 전시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복도에도 그림을 걸어뒀다. 때로는 환자들에게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다. 종종 환자들이 “덕분에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며 고마움을 전한다고 한다.
김 고문은 앞으로 그림을 그려 발생하는 수익을 모교에 장학기금으로 기부해 후학 양성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또 그는 “여생 역시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물하는 의사로서 살아가고 싶다”며 “그 과정에 나의 그림이 환자들의 삶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 고문의 첫 개인전 ‘김화숙 作品展’은 서울 중구문화원 예원갤러리에서 이달 7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