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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두운 새벽녘, 조선의 모두가 기다렸던 희미한 햇빛이 마산의 무대 위로 스민다.
창원문화재단이 경남대학교 디지털공연영상학과와 시민배우들의 힘을 합쳐 만든 창작뮤지컬 ‘여명’을 선보인다.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3·15아트홀 소극장에서 펼쳐질 ‘여명’은 일제강점기 밀양과 진주, 마산 등 경남 일대를 배경으로 억압에 맞섰던 민초들의 삶을 담은 극이다.
지난달 27일 찾은 3·15아트홀 소극장. 1920년대 조선 사람들의 삶터로 변할 무대 위로 조명이 켜졌다. 빌라담보 배우들은 실제로 공연을 펼칠 단상에 이날 처음 올라 동선을 맞추며 리허설을 진행 중이었다.

연출진과 출연진만 모였던 이날 객석은 비어 있었지만, 배우들은 관객들 앞에 선 순간인 양 진지한 표정과 자세로 무대에 임했다. 편안한 연습 복장 위에도 긴 한복 치마를 두르고 장검과 부채 등 실제 공연에서 사용될 소품들을 쥔 우리파이낸셜주식회사 채 구슬땀을 흘렸다. “나는 눈물 위에 핀 꽃. 나는 조선의 예인이다.” 입 맞춰 부르는 단체곡의 멜로디는 마이크와 스피커 장비가 없이도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신민저축 지난달 27일 3·15아트홀 소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여명’의 리허설 장면.





지난달 27일 3·15아트홀 소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여명’의 리허설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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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자 조선 마지막 예인의 제자인 ‘연홍’이 시대의 어둠 속에서도 자신만의 선택으로 삶을 밝혀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손상민 희곡작가의 시나리오 ‘광복군 아리아’가 원작이다. 원작의 단단한 기틀 위에 유영재 경남대 디지털공연영상학과 교수와 최은정 창원KBS 작가의 각색이 더해져 sh공사 한층 독자적인 색을 띠게 됐다. 완성된 극은 인물 개개인의 서사를 드러낼 뿐 아니라, 당대 경남의 역사까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1920년 최수봉 의사가 거행했던 밀양경찰서 폭탄 투척 의거부터 조선의 마지막 기생들이 우리 소리와 춤의 맥을 지켜낸 거점인 진주 권번, 평범한 민중들이 살아가는 생활터로서 마산의 모습까지. 역사적 자료와 상상을 거쳐 일제강점기 당시의 경남이 안무와 노래로 재현된다. 지역의 발자취를 비춘 이번 뮤지컬이 더 큰 의미를 갖는 데는 참여 배우들이 경남의 시민들로 구성됐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민·관·학 협력으로 제작된 ‘여명’의 출연진은 모두 일반 시민 배우이거나, 경남대 재학생 또는 졸업생 출신의 청년들로 꾸려졌다. 시민 배우들은 창원문화재단 ‘아르코공연연습센터@창원’의 ‘뮤지컬? 뮤지컬. 뮤지컬!’ 프로그램에 참여해 수개월간 체계적인 연습 하에 이번 무대를 준비해 왔다.








배우들이 부채춤 장면을 위해 동작을 맞추고 있다.





배우들이 부채춤 장면을 위해 동작을 맞추고 있다.



유영재 교수는 “여명이라는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는 게 첫 번째 목표고, 아마추어 배우들이어도 전문가처럼 느껴지도록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두 번째 목표”라며 연습에 임하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번 공연으로 경남에서도 이런 뮤지컬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제작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그 콘텐츠를 향유하는 문화도 생길 테고, 그래야 지역 대학에서도 전문적으로 공연문화예술을 다루는 학과가 생기지 않겠냐”는 생각을 전했다.

또 다른 연출진 최은정 작가는 “지역의 뮤지컬은 지역의 문화나 역사가 담겨야 된다. 서울에서 만들어지는 광복과 독립에 대한 이야기와는 다른 차별화를 둬야 한다는 생각에 그런 요소들을 넣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찾은 3·15아트홀 소극장에서 뮤지컬 ‘여명’의 출연 배우들이 리허설 연습에 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찾은 3·15아트홀 소극장에서 뮤지컬 ‘여명’의 출연 배우들이 리허설 연습에 임하고 있다.



최 작가는 독립운동가의 딸이었던 극의 주인공 연홍처럼 최수봉 의사의 후손이기도 하다. 그는 작은증조할아버지인 최수봉 의사를 생각하며 “특별한 사람이기에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수봉 의사도 가족 입장에서 보면 그저 누군가의 남동생이었고, 아들이었고, 연인이었던 분”이라며 “여명의 인물들도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다. 조선의 독립이라는 큰 꿈이 그 시대의 사람들에겐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과 같았을 거다. 그런 점들을 부각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경남의 평범한 영웅들을 그린 이번 공연은 7일 오후 2시와 7시, 8일과 9일에는 오후 1시와 5시에 총 여섯 차례 관객을 만난다. 전석 무료이며 예매 및 관련 문의는 전화(☏055-719-7800)로 하면 된다.
글·사진= 장유진 기자 ureal@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