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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119sh.info
다큐 인사이트 ‘인재 전쟁-공대에 미친 중국’을 연출한 KBS 정용재PD./사진=김흥구
얼마 전 ‘나는 북경의 택배 기사입니다’를 쓴 중국의 N잡러 작가 후안옌을 인터뷰했다.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 일한 한 청년의 성실한 노동 르포로 바라본 중국은, 너무 크고 너무 치열하고 너무 빨리 바뀌고 너무 자주 배신했다. 노동자도 사장도, 관리직도 임시직도, 아르바이트생이나 자영업자도 심지어 고객으로 사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빌런이 되어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중국 사회를 앞으로 굴리고 있었다.
바다신릴게임 지난여름 방영된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 전쟁-공대에 미친 중국’은 전혀 다른 얼굴의 중국을 보여준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딥시크와 텐센트, 화웨이와 BYD, 포니AI의 중국. 저가의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닌 반도체와 AI, 배터리와 전기차로 우뚝 선 ‘인벤티드 인 차이나’의 중국. 한국의 인재들이 ‘의대’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 야마토게임무료다운받기 어가는 동안, 중국은 소수 정예 천재를 모아 기초과학을 키우고, 엄청난 흡인력으로 전 세계 인재들을 흡수했다.
과거에도 그랬듯 사회주의 독재 정부는 풍부한 지원을 무기 삼아 과학자들을 자기편으로 묶어둘 수 있고, 중국은 화학, 물리, 수학, 공학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AI 질서가 수시로 재편되는 가운데, 이 세계의 게임체인저인 뽀빠이릴게임 ‘딥시크’의 량원펑은 현재 중국 아이들의 꿈의 모델이다.
변동불거(變動不居). 세상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면서 변하고 있고, 중국은 거침없이 그 변화를 받아들여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중국의 무역 흑자는 1조 759억 달러.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도달한 적 없는 규모다. 최근 트럼프는 젠슨 황의 의견을 받아들여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 엔비디아 H200의 중국 판매를 허가했다. 아직은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미국 천재들이 만든 혁신의 사다리를 오르는 것은 결국 중국 기업이 될 거라는 우려가 크다.
더욱 치열해지는 AI 전장의 한가운데서,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한국의 인재는 어디를 향하고 있나? 중국과 한국의 교육 현장을 두 차례에 걸쳐 대조적으로 조명한 ‘인재 바다이야기부활 전쟁’의 프레임이 아프게 꽂힌다.
‘공대에 미친 중국’과 ‘의대에 미친 한국’.
다큐를 바탕으로 제작된 책 ‘인재 전쟁’의 저자 KBS 정용재 PD를 만나 중국 첨단 기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았다.
중국은 천재를 모아 기초과학을 키우고 해외 인재까지 불러들여 기술 자립을 설계했다. 돈과 제도, 명분까지 동원해 인재로 미래를 사는 중국.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전쟁’의 한 장면.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라는 헤드라인이 충격적입니다. 소송에 미친 미국까지 곁들이면, 세 나라 국민의 욕망과 가치 시스템까지도 선명하게 건드리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의제를 던졌습니까?
“주위를 둘러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어요. 반도체까지는 어떻게 왔지만, 경제도 그다음 방향이 안 보여요. 파이팅을 해도 모자란대 갈등은 격화되고, 다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인재들은 다 의대로 방향을 잡고 행군 중이에요. 신약 개발해서 인류에 헌신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고소득, 잘릴 걱정 없는 직장이라는 방어적 이유로.
생각해 보세요. 90년대까지만 해도 인재들은 물리학과, 컴퓨터 공학과로 가서 성장을 주도하고 삼성, LG 같은 기술 기업이 경제를 끌어올렸어요. 우리는 중동처럼 기름 한 방울 안 나고 유럽처럼 관광 자원도 풍부하지 않아서, 오직 인재와 기술로 여기까지 왔거든요. 게다가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왜 다른 문이 다 닫히고 ‘의대’라는 좁은 문만 남겨진 걸까… 진짜 궁금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딥시크 쇼크였어요.”
전 세계를 덮친 딥시크 돌풍의 중심에는 혜성처럼 등장한 ‘토종’ 천재 창업자 량원펑이 있었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항저우시 저장대학교 출신으로 중국 밖을 나가본 적 없는 토종 공학도다.
AI 핵심 거점으로 떠오른 항저우시는 딥시크를 비롯해 유니트리, 딥로보틱스 등 6개의 유망한 기술 기업, 일명 ‘항저우 6룡(六龙)’을 배출해 내며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떠올랐다.
-중국의 신생 스타트업 딥시크가 챗GPT의 개발비 10% 수준으로 챗GPT를 능가하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뉴욕 증시가 휘청했죠. 2025년 1월 일인데, 벌써 옛날 일 같습니다.
“올 1월에 엔비디아 주가가 16.97퍼센트 훅 빠졌어요. 월가 시가총액 5,890억 달러가 증발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이건 엄청난 전조구나! 도대체 량원펑이 누군가? 항저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어떻게 중국밖에 나가본 적도 없는 토종 천재들이 혁신을 주도하게 되었을까?
가정과 국가는 그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가르치나? 질문이 생겼어요. BBC 방송국이나 해외 다큐 자료를 찾아봤는데, 놀랍게도 없었어요. 중국의 IT 교육과 인재 양성 시스템에 대한 콘텐츠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딥시크 로고. 1999년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에 이어 량원평은 중국의 아이들에게 꿈의 모델이 되었다.
-이유가 뭐죠?
“해보니 알겠어요. 섭외가 진짜 어려웠어요. 화웨이, 샤오미 다 두드렸는데, 취재가 쉽지 않았어요. 우리가 알만한 중국 기업은 다 내부에 소수의 천재반을 두고 키웁니다. 엄청난 웃돈을 주고 스카우트해서 좋은 연구 환경을 마련해서 신입사원들을 키워냅니다. 다만 공산주의 국가라 그걸 공개적으로 내세우려 하지 않아요.”
-전 세계적으로 AI 인재 전쟁은 현실이더군요. 여기서 135만 달러 받는 엔지니어를 순식간에 1,350만 달러에 보너스, 스톡옵션까지 주고 빼가잖아요. 오픈AI나 구글, 메타 등에서도 스카우트 전쟁이 치열합니다.
“중국은 일찌감치 그 준비를 했어요. 인재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세계정세가 워낙 위태로워서 ‘전쟁’이라는 표현만 조심할 뿐, 천재 공화국으로 방향을 틀었죠.”
-중국의 스탠퍼드라고 불리는 저장대학교, 칭화대학교의 인재들, 교수들, 창업자들, 인저우 고등학교, 초등생이 있는 가정 등을 두루 방문했는데, 현장에 어땠습니까?
“미쳐있다, 말이 사실이었어요. 중국은 공대에 진심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있는 집에 갔을 때부터 충격이었어요. 항저우에 40년 된 주공 아파트인데, 20평도 안 되는 규모에 집값이 11억이 넘었어요. 맹모삼천지교의 시조국다웠어요. 교육 열기는 대치동 풍경과 비슷해요. 주말이 되면 차로 1시간 거리 코딩 학원에 엄마 아빠 여동생까지 다 와서 기다려요.
5% 아이들만 시험 봐서 들어가는 소수반이고, 그걸 온 가족이 자랑스러워해요. 대기실에 다 그런 가족들이 죽 앉아 있어요. 아이도 부모도 저장대 공대 진학하면 최소 연봉 1억은 보장된다는 생각이 깔려있어요(GNP가 한국의 1/3인 걸 참작하면 3배다). 취업 안 해도 창업 환경이 너무 좋고, 실패하면 그 실패를 포트폴리오 삼아 다시 대기업에 입사할 수도 있다고 해요.”
전 세계 상위 2% AI 인재의 반이 중국에 있다. 노트북을 보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칭화대 학생들.
-정부에 공대 출신 정치 지도자들이 많다는 것도 ‘과학 기술 사회’로 가는데 유리하겠습니다. 시진핑도 칭화대 화학공학과 출신이고 리창 총리도 저장대 농기계학과 출신이지요?
“맞아요. 후진타오 전 총리도 칭화대 공대 출신이었어요. 그런 정책 결정자들이 포진해 있으니 연구 사업에서 ‘실패’는 당연하다고 여겨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국책 연구 과제 성공률 99.5%는 이상한 거예요. 될 연구만 골라서 한다는 거죠.”
진취적인 분위기에 국가에서도 밀어주니, 아이들도 자기 미래에 신이 나 있다고 했다.
-자기 미래에 신이 나 있다니… 어떤 분위기인가요?
“어린아이들도 사회 분위기를 느껴요. 우주 항공, AI, 전기차, 배터리 다 중국이 치고 나갔으니까. 일단 젊은 이공계 히어로들이 많습니다. 사족 보행 로봇 개를 만들어낸 왕싱, 딥시크의 량원펑, 배터리, 드론 분야에도 스타가 많아요. 극단적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유튜브에서 람보르기니 타는 피부과 의사가 선망의 대상이라면, 중국은 과학자들이 그런 존재죠.
중국 아이들은 자신이 국가를 돌리는 톱니바퀴 중 하나라는 교육을 받고 자랍니다. 그런 바탕에서 정부도 유능하고 자본도 있고 롤모델도 많은 데 못할 게 뭐야? 이런 패기랄까. 실제로 그런 즐거운 효능감, 미국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에너지가 확 올라간 느낌입니다.”
취재 과정을 들어 봐도 처음만 까탈스럽지,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극진하게 손님 대접해서 내 편으로 만드는 ‘꽌시’ 문화도 그들만의 포용성, 확장성으로 기능하는 듯했다.
중국은 휴머노이드, AI,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등 모든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다.
-모든 게 다 성장하는 나라의 특징이지요.
“맞아요.과학계 일각에서는 그러더군요. 앞으로 우리가 중국 가서 발 마사지 받으며 기분 내는 호시절은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매년 신기술이 갱신되고 세계 순위 올라가고 수출 결과가 나오면 ‘못할 게 뭐냐’ 밤새워 연구실 불 밝히던 시절, 지금 중국은 마치 80년대 한국 이공계 분위기와 비슷하다고요.”
-한편으로 중국의 성장은 두 얼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AI와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인재가 모이고 고소득자가 넘치지만, 글로벌 물류의 중심에 있는 자국의 육체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씩 밤낮이 뒤바뀐 채 소비사회의 인프라로 소모되고 있더군요. ‘나는 북경의 택배 기사입니다’라는 책을 쓴 중국이 N잡러 후안옌을 몇 개월 전 인터뷰 했는데, 그런 식의 착취는 당하지 않겠다고 드러누운 탕핑족을 비롯해서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졸자 청년층의 고민도 깊다고 들었어요.
“지적하신 대로 급성장하는 나라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제조와 물류 분야의 필수 노동자들을 ‘대체가능한 인력’으로 돌려 쓰는 ‘메이드 인 차이나’, 글로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AI 히어로들이 부양하는 ‘인벤티드 인 차이나’의 공존, 양극단의 계급이 온몸으로 떠받치며 고속 성장하는 모습이 사회주의 중국의 현재였다.
-공대 합격 통지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학부모의 말도 인상적이었어요.
“대학도 공대 중심으로 돌아가고 취직도 이공계만 잘 되니, 그 길이 진리가 되는 거예요. 간혹 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야말로 사명감이에요. 공공의료 시스템 속에서 의사 연봉이 높지 않아요. 엔지니어가 의사보다 세 배 이상 법니다. 부호 순위도 테크 관련 젊은 기업가가 상위에 있고요. 그러니 중국 부모들 심장은 다 비슷하죠.”
그 모든 게 국가가 세팅한 결과라고 했다. 아이러니하지만 한국의 문화예술이 글로벌 K콘텐츠가 된 건 국가가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술은 자유를 먹고 자라지만, 과학은 돈을 먹고 자란다. 중국의 과학기술은 철저하게 국가의 지원 하에 이루어졌다.
칭화대 야오반과 베이징대 튜링반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AI 증강 인간으로 성장하는 중국의 초등학생들.
-반도체, AI, 양자정보, 우주 항공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중국의 ‘14차 5개년 계획(2021~2025)을 보면 마치 과거 한국의 경제 개발 계획, 한강의 기적이 떠오릅니다.
“그게 기술 굴기죠. 중국의 R&D 예산이 우리 돈 721조 원(2024년)이에요. 201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어요. 흔들리지 않고 정책을 밀고 나갔죠. 딥시크는 중국이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사 와서 그 기술로 론칭한 게 아니에요. 량원펑은 해외를 나가본 적도 없어요. 중국 공교육의 결과입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천인계획’이라고 해서 중국은 해외에서 무서운 집념으로 인재를 데려왔어요. 천인계획은 2008년에 시작했어요. 제조업만으로는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영미권의 석학들을 대거 중국에 유치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시절이라, 실직한 교수들이 많았고 그 틈을 이용해서 파격적인 대우로 중국 대학교와 연구소로 이공계 석학들을 불러들였어요.”
-어떤 천재들이 왔나요?
“해외 연구소에서 활동하던 중국 학자들을 비롯해 나중엔 튜링상, 노벨상급, 아이비리그의 종신 재직권을 가진 브레인들이 들어왔어요. 10년 동안 7천 명이나. 그 석학들이 미국에서 했던 연구를 그대로 중국에 가져와서 이른바 ‘그림자 연구소’를 만들었는데, 그 프로세스로 더 빨리 미국을 따라잡았습니다.
튜링상을 수상한 야오치즈 교수도 정부 요청으로 들어와서 칭화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를 이끌면서 속칭 천재반인 ‘야오반’을 만들었어요. 그 야오반 출신 인재가 자율 주행 기술의 대표 기업인 포니AI를 창업했습니다. 튜링상 수상자인 홉 크로프트도 베이징 대학교에 ‘튜링반’을 만들었어요. 대학 끼리도 경쟁하면서 그렇게 최정예 인재들을 전략적으로 배출하고 있어요.”
한국의 과학자들도 예외 없이 영입 제안을 받았다.
“얼마 전 SK가 펀딩한 학술원 세미나에 갔더니, 거기 모인 30여 명의 공대 석학들이 그러세요. “여기 모인 분 중에 중국에서 스카우트 제안 안 받아본 분들 없잖아요. 우리가 왜 안갑니까? 애국심 때문 아닙니까?” 그만큼 중국의 헤드헌터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거죠.”
그들이 제시하는 것은 단순히 연봉이 아니라 연구 패키지라고 했다. 연구자가 필요로 하는 금액의 10배에서 100배까지 조건 없이 제공할 뿐만 아니라, 박사 2,000명을 마음대로 뽑는 권한, 과학자를 영웅 대접하는 사회 분위기까지 합쳐지면 떨쳐내기 어렵다.
-거부하기 힘든 조건이군요.
“사실 공학자들은 연봉보다는 연구 환경에 마음이 움직여요. 방송으로 치면 좋은 프로그램 만드는 데 제작비도 풀로 쓰고 톱스타 캐스팅도 마음껏 하라고 판을 깔아주는 식이죠. 창작자들은 다 그런 환경을 꿈꾸지 않겠어요? 고액 연봉보다 좋은 환경, 마음 맞는 동료, 비전 같은 것들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런데 애국심, 자부심 같은 것들로 버텨온 한국 과학자들이 작년에 R&D 예산 깎이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왜 이런 대접 받으면서 여기 있나…’
현직 교수는 여전히 중국행에 주저하겠지만, 정년 퇴임을 앞둔 분들은 더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꽃이나 가꾸고 있느니, 중국에 가서 하던 연구를 계속하는 게 낫겠지요. 푸단대학교 석좌교수로 간 메타 물질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이영백 교수도 그 경우인데… 실제 만나보니 정말 만족도가 높아 보였어요.”
촘촘한 현장 취재로 중국의 공대 열풍과 한국의 의대 열풍을 분석한 책 ‘인재 전쟁’
-과학자들은 실제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나요?
“푸단대학교 석좌교수인 이영백 교수를 취재하려고 저녁에 찾아갔더니, 5성급 호텔 스위트 룸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제공되고 모든 서비스가 무제한이고, 호텔의 모든 스태프가 이 교수를 정말 칙사 대접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중국은 과학자들을 전략적으로 우대해요. 중국에는 원사 제도라는 게 있어요. 원사는 14억 중국 인구 가운데 과학 기술 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입니다.”
학문적 권위와 행정적 지위를 동시에 부여받는 원사는 2025년 현재 1,800명 정도가 있고, 매년 120명 정도의 신진 원사가 선발된다. 이들은 한계 없는 보너스, 수십억 원대의 연구 설비 지원, 평균 240억 원에 이르는 프로젝트 지원에, 75세까지 연구 활동을 보장받는다.
-한국의 젊은 과학 인재들도 중국행을 많이 선택합니까?
“아니요. 그들은 미국으로 많이 가죠. 왜냐하면 중국이 원해서 스카우트하는 인재는 해외 석학 레벨입니다. 중국은 석학들로부터 당장 쓸 수 있는 기술과 교육을 수혈받아요. 젊은 인재는 이미 중국에서 자체 육성을 일관되게 하고 있으니, 그쪽의 수요는 별로 없어요.”
육성과 스카우트라는 투 트랙으로 중국의 과학 기술은 이제 무섭도록 성장해서 과거 서구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기술 이전의 방향이 이미 역전되고 있다. 예컨대 폭스바겐은 중국 현지 기업과 협력하며 전기차 기술을 배우고, 토요타는 BYD, CATL과 배터리 부문에서 협력하고, 혼다는 딥시크, 텐센트로부터 배운다.
중국은 지금도 국방비의 두 배에 달하는 예산을 과학기술에 쏟아붓고 있고, 그 결과 세계의 과학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영국의 ‘네이처 인덱스’에서 상위 10위 기관 중 무려 8곳을 중국 연구 기관이 차지했다.
1위가 중국과학원, 2위가 하버드대, 10위가 막스플랑크연구소, 그 사이 순위는 전부 중국의 대학과 연구소가 차지했다. 서울대는 52위, 카이스트는 81위다.
-인재의 투 트랙이 육성과 영입인데, 스카우트는 석학 레벨인 ‘천인계획’으로, 육성은 소수 위주의 천재 교육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건데... 기술 인력을 무기화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쟁에서 군비를 축적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저장성 인저우 고등학교에 가서 경시대회 준비반과 창신반(전교생 2천 명 가운데 40명만 선발된다)에 대해 제가 물었어요. ‘혹시 학생 차별이라는 비판은 없느냐?’ 그때 들은 대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아이들이 중국 공산당 간부나 재력가의 자식들이 아니다. 소수반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열려있다. 과학 기술에 재능을 지닌 아이들을 공교육 안에서 돕고 있다.’ 축구나 음악을 잘하는 아이가 특별 레슨을 받듯 과학 영재도 특화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요. 위화감이 아니라 실용주의적 구별이라는…”
-어찌 보면 시스템은 한국의 K팝 아티스트 인큐베이팅 같군요. 한국에선 매니지먼트가 중국에선 국가가 주도한다는 것만 다를 뿐…
“네. 그래서 한국의 공대 교수들의 불만이 많아요. 문화 예술도 중요하지만 사실 과학기술은 굉장히 직접적인 국가 전략 자원이니까. 국가의 명운과 생존이 달린 문제니 조기 육성이 시급하다고요.”
-우주 개발, 핵무기 경쟁에 이어 AI 경쟁으로 달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너무 많이 늦은 건 아닌지 걱정스럽군요.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많이 늦었지만, 불가능하진 않아요. 일단 우리 인재들이 지금 미국으로 많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그것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해요. 중국도 미국에서 배운 방식대로 국내에 ‘그림자 연구실’을 만들어 급히 따라잡을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가는 게 아니라 오도록 하는 거예요. 중국은 ‘천인계획’으로 보상과 유인이 확실했지만, 한국은 없어요.
미국에서 5억 받는데 한국에서 1억 준다고 하면 누가 오겠어요? 애국심 강조하는 건 실효성이 없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술력도 기반도 있는 나라잖아요. 반도체, AI, 2차 전지… 공학자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포트폴리오도 탄탄하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나라에요. 중국이나 미국처럼 자본을 대거 투하할 수는 없지만, GDP 규모도 있고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거든요.”
얌체 운전, 끼어들기까지 하는 바이두의 로보택시
-80년대에 빗길을 달리는 자율주행차를 한국 과학자들이 처음 개발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맞아요. 한민홍 전 고려대 교수팀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 주행 기술을 갖고 있었어요. 1995년에 빗길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율주행 무인차를 세계 최초로 시연했습니다. 한국의 일론 머스크였죠. 당시에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그룹이 와서 이 기술을 배워 갔는데, 지금 적용되는 많은 기술이 당시 한국 연구팀에서 이미 개발한 것들이라고 해요. K 테슬라가 먼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우수한 학생들은 당연하듯 물리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과로 몰려가고 캠퍼스마다 공학도의 자부심이 넘치던 80~90년대 K공학의 부흥은, 그러나 IMF 구제 금융을 맞으면서 막을 내렸다. IMF 외환 위기는 한국 사회의 가치체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IMF는 거의 모든 사회 시스템을 후퇴시켰습니다.
“특히 그때 겪은 실업과 실직이 엄청난 결핍과 불안을 낳았어요. 평생직장이 덧없는 꿈이라는 걸 알게 됐고, 전문직인 의사, 변호사,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죠. 한 사회가 겪은 공포가 다음 세대의 꿈까지 바꿔버렸달까요. IMF를 겪어 보니 “내 친구 의사는 안 잘리더라’는 생각이 확고해졌고, 그런 수축된 미래 인식이 자식들에게도 이어진 거죠.”
-실직 트라우마가 미래를 잡아먹었군요.
“맞아요. IMF를 겪고 어느새 고도 성장기도 끝나면서 이제는 지키는 게 중요한 사회가 돼버렸어요. 취재를 해보면 아이들이 원하는 것도 안정입니다. 대학도 꿈을 펼치는 출발점이 아니라, 12년을 갈아 넣은 뒤에 쟁취하는 종착지… 타이틀과 보상으로만 작동해요. 그 최종 트로피가 의대고요. 이 트로피 들고 동창회 나가면, 명절에 친척들 만나면, 어깨가 쫙 펴지겠지… 한 몸에 부러움을 사겠지…
게다가 청년들 입장에서 더 중요한 건, 의대에 가면 더 이상의 테스트가 없다는 거예요. 인턴 레지던트 하고 전문의 달면 피부과에 취직해서 레이저만 쏴도 연봉 1~2억은 기본이에요. 그런데 공대에 가면 그때부터 다시 불확실성이 시작돼요. 꿈을 펼치기 위해 취직의 관문도 통과해야지, 해외로 가서 공부할지 말지도 선택해야지, 창업했다가 망하면 3~4년은 날아가지…”
한 사회가 똑똑한 아이들에게 주는 비전과 트랙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현재 중국의 엘리트는 공대로, 한국의 엘리트는 의대로 간다.
-핵심은 불확실성입니까?
“맞아요. 대학을 보상으로 인식하는 한국에서 똑똑한 아이들에겐 두 갈래의 길이 있어요. 의대라는 큰 선물 바구니와 공대라는 랜덤박스. 잘하면 김범수나 이찬진처럼 되겠지만, 그것도 과거 모델이죠. 그래서 지금 한국의 의대 열풍은 돈이 아니라 안정에 대한 집착입니다. 그게 중국과 가장 다른 점이죠. 인생의 백미는 도전과 경험인데 우리는 자녀 세대에게 반대로 가르치고 있어요.”
‘안정적으로 살아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으면, 눈동자에 반짝임이 사라진다. 중국 청소년들은 제2의 량원펑, 제2의 마윈이 되겠다고 제 각자 야망의 빛으로 번뜩이는데, 대치동 학원가 청소년들의 눈은 피곤으로 풀린 채, 그마저도 의대라는 좁은 길만 보고 달린다고 정용재 PD는 안타까워했다.
수순처럼 한국에서는 최근 3년간 이공계 상위 20개 학과 정시를 모두 의대가 차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일타 강사들은 대치동이 사교육계의 태릉선수촌이라면 의대는 금메달인 동시에 에르메스 가방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 AI가 일자리를 위협하는 불안 속에서 라이선스가 있는 의대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구명조끼라고.
중국은 공대로, 한국은 의대로, 유한한 인생의 가성비를 따지며 저마다 좋은 일자리를 향한 교육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 전자는 생존 기술의 최종 목적지가 글로벌 테크 전쟁에서 앞서가는 것이고, 후자는 안정된 고소득으로 은퇴 없이 좋은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라는 게 차이일 뿐.
택배 노동자로 굴러가는 ‘메이드 인 차이나’와 IT 영웅들로 치고 나가는 ‘인벤티드 인 차이나’가 공존하는 중국. 사진은 인구 3만의 어촌도시에서 1,300만 명의 ‘캘리차이나’로 도약한 중국 선전.
중국은 전쟁을 많이 한 나라고, 그 정복의 역사를 통해 철학의 사이즈도 커진 것 같다고 정용재 PD는 덧붙였다. “그들은 평범한 이슈도 삼국지를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안 될 것 같은 데도 희망에 차 있어요. 가령 지진 예측 경보 시스템이 될까 싶은데도, 투자받았다고 들떠있죠. 거의 모든 창업자가 다 그래요.”
-도시 전체에 그런 변화의 기운이 느껴지던가요?
“처음 선전에 도착했을 때 마치 영화 ‘인셉션’의 화면들이 펼쳐지는 것 같았어요. 제 직장이 여의도에 있어서 초고층 타워가 익숙한데도, 선전은 정말 압도적인 사이즈였습니다. 엄청난 역동성, 개방성이 느껴졌어요. 전통적인 대기업이 아니라 텐센트나 알리바바 같은 거대 신생기업들이 스카이라인을 장악해서 더욱.
거리엔 차 소리나 오토바이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BYD 등 모든 탈 것이 전기 배터리로 움직이고 있었지요. 한국의 삼성이 소니를 넘어설 때 아날로그를 건너뛰고 디지털로 가서 잡았다고들 합니다. 중국도 신용카드와 내연 기관차를 건너뛰고 QR과 전기차로 바로 갔어요. 글 모르는 노점상 할머니들도 스마트폰의 위챗페이로 결제하고, 비밀번호나 지문인식도 없이 모든 진출입이 얼굴인식으로 자동화돼 있었어요. 미래 사회가 이런 모습일까, 싶었습니다.”
중국의 가정, 학교, 스타트업 현장을 방문해 과학 엘리트의 현주소를 짚어낸 KBS 정용재PD.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한 책 '인재전쟁'에서 풍부한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냈다./사진=김흥구
-마지막으로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 사회를 바라본 후, 더 보탤 의견이 있으신가요? ‘건강하게 미친다’는 것, 인재에 대한 식견도 함께 나눠주시지요.
“저는 일단 불행한 인재는 본 적이 없습니다. 스스로 재미를 좇는 과정에서 커리어가 깊어지고 역사에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의욕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저희가 본 인재들은 일단 행복해 보였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거에 미쳐 있었어요. 떼돈을 벌든 망하든, 내 아이디어를 믿고 투자해 주는 사람에 대한 감사, 함께 미친 동료에 대한 신뢰, 결과물에 대한 즐거움이 놀라운 에너지를 만들더군요.
취재해 보면 한국이 유달리 세속적인 욕심이 많아 의대로 쏠리는 게 아닙니다. 세습되어 온 거대한 불안이 보장된 안정으로 모였을 뿐이지요. 크게 보면 인재는 자기 인생의 이용권을 다채롭게, 행복하게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고민들에 섬세하게 반응하고 보상하는 사회만이 인재를 가질 수 있어요. 더는 ‘스카이보다 의대지’ ‘그 점수로 공대 가긴 아깝네’ ‘취직은 어디로?’ 같은 길 없는 논평들이 우리의 미래를 왜곡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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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는 북경의 택배 기사입니다’를 쓴 중국의 N잡러 작가 후안옌을 인터뷰했다.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 일한 한 청년의 성실한 노동 르포로 바라본 중국은, 너무 크고 너무 치열하고 너무 빨리 바뀌고 너무 자주 배신했다. 노동자도 사장도, 관리직도 임시직도, 아르바이트생이나 자영업자도 심지어 고객으로 사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빌런이 되어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중국 사회를 앞으로 굴리고 있었다.
바다신릴게임 지난여름 방영된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 전쟁-공대에 미친 중국’은 전혀 다른 얼굴의 중국을 보여준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딥시크와 텐센트, 화웨이와 BYD, 포니AI의 중국. 저가의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닌 반도체와 AI, 배터리와 전기차로 우뚝 선 ‘인벤티드 인 차이나’의 중국. 한국의 인재들이 ‘의대’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 야마토게임무료다운받기 어가는 동안, 중국은 소수 정예 천재를 모아 기초과학을 키우고, 엄청난 흡인력으로 전 세계 인재들을 흡수했다.
과거에도 그랬듯 사회주의 독재 정부는 풍부한 지원을 무기 삼아 과학자들을 자기편으로 묶어둘 수 있고, 중국은 화학, 물리, 수학, 공학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AI 질서가 수시로 재편되는 가운데, 이 세계의 게임체인저인 뽀빠이릴게임 ‘딥시크’의 량원펑은 현재 중국 아이들의 꿈의 모델이다.
변동불거(變動不居). 세상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면서 변하고 있고, 중국은 거침없이 그 변화를 받아들여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중국의 무역 흑자는 1조 759억 달러.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도달한 적 없는 규모다. 최근 트럼프는 젠슨 황의 의견을 받아들여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 엔비디아 H200의 중국 판매를 허가했다. 아직은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미국 천재들이 만든 혁신의 사다리를 오르는 것은 결국 중국 기업이 될 거라는 우려가 크다.
더욱 치열해지는 AI 전장의 한가운데서,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한국의 인재는 어디를 향하고 있나? 중국과 한국의 교육 현장을 두 차례에 걸쳐 대조적으로 조명한 ‘인재 바다이야기부활 전쟁’의 프레임이 아프게 꽂힌다.
‘공대에 미친 중국’과 ‘의대에 미친 한국’.
다큐를 바탕으로 제작된 책 ‘인재 전쟁’의 저자 KBS 정용재 PD를 만나 중국 첨단 기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았다.
중국은 천재를 모아 기초과학을 키우고 해외 인재까지 불러들여 기술 자립을 설계했다. 돈과 제도, 명분까지 동원해 인재로 미래를 사는 중국.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전쟁’의 한 장면.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라는 헤드라인이 충격적입니다. 소송에 미친 미국까지 곁들이면, 세 나라 국민의 욕망과 가치 시스템까지도 선명하게 건드리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의제를 던졌습니까?
“주위를 둘러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어요. 반도체까지는 어떻게 왔지만, 경제도 그다음 방향이 안 보여요. 파이팅을 해도 모자란대 갈등은 격화되고, 다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인재들은 다 의대로 방향을 잡고 행군 중이에요. 신약 개발해서 인류에 헌신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고소득, 잘릴 걱정 없는 직장이라는 방어적 이유로.
생각해 보세요. 90년대까지만 해도 인재들은 물리학과, 컴퓨터 공학과로 가서 성장을 주도하고 삼성, LG 같은 기술 기업이 경제를 끌어올렸어요. 우리는 중동처럼 기름 한 방울 안 나고 유럽처럼 관광 자원도 풍부하지 않아서, 오직 인재와 기술로 여기까지 왔거든요. 게다가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왜 다른 문이 다 닫히고 ‘의대’라는 좁은 문만 남겨진 걸까… 진짜 궁금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딥시크 쇼크였어요.”
전 세계를 덮친 딥시크 돌풍의 중심에는 혜성처럼 등장한 ‘토종’ 천재 창업자 량원펑이 있었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항저우시 저장대학교 출신으로 중국 밖을 나가본 적 없는 토종 공학도다.
AI 핵심 거점으로 떠오른 항저우시는 딥시크를 비롯해 유니트리, 딥로보틱스 등 6개의 유망한 기술 기업, 일명 ‘항저우 6룡(六龙)’을 배출해 내며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떠올랐다.
-중국의 신생 스타트업 딥시크가 챗GPT의 개발비 10% 수준으로 챗GPT를 능가하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뉴욕 증시가 휘청했죠. 2025년 1월 일인데, 벌써 옛날 일 같습니다.
“올 1월에 엔비디아 주가가 16.97퍼센트 훅 빠졌어요. 월가 시가총액 5,890억 달러가 증발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이건 엄청난 전조구나! 도대체 량원펑이 누군가? 항저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어떻게 중국밖에 나가본 적도 없는 토종 천재들이 혁신을 주도하게 되었을까?
가정과 국가는 그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가르치나? 질문이 생겼어요. BBC 방송국이나 해외 다큐 자료를 찾아봤는데, 놀랍게도 없었어요. 중국의 IT 교육과 인재 양성 시스템에 대한 콘텐츠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딥시크 로고. 1999년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에 이어 량원평은 중국의 아이들에게 꿈의 모델이 되었다.
-이유가 뭐죠?
“해보니 알겠어요. 섭외가 진짜 어려웠어요. 화웨이, 샤오미 다 두드렸는데, 취재가 쉽지 않았어요. 우리가 알만한 중국 기업은 다 내부에 소수의 천재반을 두고 키웁니다. 엄청난 웃돈을 주고 스카우트해서 좋은 연구 환경을 마련해서 신입사원들을 키워냅니다. 다만 공산주의 국가라 그걸 공개적으로 내세우려 하지 않아요.”
-전 세계적으로 AI 인재 전쟁은 현실이더군요. 여기서 135만 달러 받는 엔지니어를 순식간에 1,350만 달러에 보너스, 스톡옵션까지 주고 빼가잖아요. 오픈AI나 구글, 메타 등에서도 스카우트 전쟁이 치열합니다.
“중국은 일찌감치 그 준비를 했어요. 인재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세계정세가 워낙 위태로워서 ‘전쟁’이라는 표현만 조심할 뿐, 천재 공화국으로 방향을 틀었죠.”
-중국의 스탠퍼드라고 불리는 저장대학교, 칭화대학교의 인재들, 교수들, 창업자들, 인저우 고등학교, 초등생이 있는 가정 등을 두루 방문했는데, 현장에 어땠습니까?
“미쳐있다, 말이 사실이었어요. 중국은 공대에 진심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있는 집에 갔을 때부터 충격이었어요. 항저우에 40년 된 주공 아파트인데, 20평도 안 되는 규모에 집값이 11억이 넘었어요. 맹모삼천지교의 시조국다웠어요. 교육 열기는 대치동 풍경과 비슷해요. 주말이 되면 차로 1시간 거리 코딩 학원에 엄마 아빠 여동생까지 다 와서 기다려요.
5% 아이들만 시험 봐서 들어가는 소수반이고, 그걸 온 가족이 자랑스러워해요. 대기실에 다 그런 가족들이 죽 앉아 있어요. 아이도 부모도 저장대 공대 진학하면 최소 연봉 1억은 보장된다는 생각이 깔려있어요(GNP가 한국의 1/3인 걸 참작하면 3배다). 취업 안 해도 창업 환경이 너무 좋고, 실패하면 그 실패를 포트폴리오 삼아 다시 대기업에 입사할 수도 있다고 해요.”
전 세계 상위 2% AI 인재의 반이 중국에 있다. 노트북을 보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칭화대 학생들.
-정부에 공대 출신 정치 지도자들이 많다는 것도 ‘과학 기술 사회’로 가는데 유리하겠습니다. 시진핑도 칭화대 화학공학과 출신이고 리창 총리도 저장대 농기계학과 출신이지요?
“맞아요. 후진타오 전 총리도 칭화대 공대 출신이었어요. 그런 정책 결정자들이 포진해 있으니 연구 사업에서 ‘실패’는 당연하다고 여겨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국책 연구 과제 성공률 99.5%는 이상한 거예요. 될 연구만 골라서 한다는 거죠.”
진취적인 분위기에 국가에서도 밀어주니, 아이들도 자기 미래에 신이 나 있다고 했다.
-자기 미래에 신이 나 있다니… 어떤 분위기인가요?
“어린아이들도 사회 분위기를 느껴요. 우주 항공, AI, 전기차, 배터리 다 중국이 치고 나갔으니까. 일단 젊은 이공계 히어로들이 많습니다. 사족 보행 로봇 개를 만들어낸 왕싱, 딥시크의 량원펑, 배터리, 드론 분야에도 스타가 많아요. 극단적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유튜브에서 람보르기니 타는 피부과 의사가 선망의 대상이라면, 중국은 과학자들이 그런 존재죠.
중국 아이들은 자신이 국가를 돌리는 톱니바퀴 중 하나라는 교육을 받고 자랍니다. 그런 바탕에서 정부도 유능하고 자본도 있고 롤모델도 많은 데 못할 게 뭐야? 이런 패기랄까. 실제로 그런 즐거운 효능감, 미국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에너지가 확 올라간 느낌입니다.”
취재 과정을 들어 봐도 처음만 까탈스럽지,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극진하게 손님 대접해서 내 편으로 만드는 ‘꽌시’ 문화도 그들만의 포용성, 확장성으로 기능하는 듯했다.
중국은 휴머노이드, AI,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등 모든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다.
-모든 게 다 성장하는 나라의 특징이지요.
“맞아요.과학계 일각에서는 그러더군요. 앞으로 우리가 중국 가서 발 마사지 받으며 기분 내는 호시절은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매년 신기술이 갱신되고 세계 순위 올라가고 수출 결과가 나오면 ‘못할 게 뭐냐’ 밤새워 연구실 불 밝히던 시절, 지금 중국은 마치 80년대 한국 이공계 분위기와 비슷하다고요.”
-한편으로 중국의 성장은 두 얼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AI와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인재가 모이고 고소득자가 넘치지만, 글로벌 물류의 중심에 있는 자국의 육체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씩 밤낮이 뒤바뀐 채 소비사회의 인프라로 소모되고 있더군요. ‘나는 북경의 택배 기사입니다’라는 책을 쓴 중국이 N잡러 후안옌을 몇 개월 전 인터뷰 했는데, 그런 식의 착취는 당하지 않겠다고 드러누운 탕핑족을 비롯해서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졸자 청년층의 고민도 깊다고 들었어요.
“지적하신 대로 급성장하는 나라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제조와 물류 분야의 필수 노동자들을 ‘대체가능한 인력’으로 돌려 쓰는 ‘메이드 인 차이나’, 글로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AI 히어로들이 부양하는 ‘인벤티드 인 차이나’의 공존, 양극단의 계급이 온몸으로 떠받치며 고속 성장하는 모습이 사회주의 중국의 현재였다.
-공대 합격 통지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학부모의 말도 인상적이었어요.
“대학도 공대 중심으로 돌아가고 취직도 이공계만 잘 되니, 그 길이 진리가 되는 거예요. 간혹 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야말로 사명감이에요. 공공의료 시스템 속에서 의사 연봉이 높지 않아요. 엔지니어가 의사보다 세 배 이상 법니다. 부호 순위도 테크 관련 젊은 기업가가 상위에 있고요. 그러니 중국 부모들 심장은 다 비슷하죠.”
그 모든 게 국가가 세팅한 결과라고 했다. 아이러니하지만 한국의 문화예술이 글로벌 K콘텐츠가 된 건 국가가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술은 자유를 먹고 자라지만, 과학은 돈을 먹고 자란다. 중국의 과학기술은 철저하게 국가의 지원 하에 이루어졌다.
칭화대 야오반과 베이징대 튜링반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AI 증강 인간으로 성장하는 중국의 초등학생들.
-반도체, AI, 양자정보, 우주 항공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중국의 ‘14차 5개년 계획(2021~2025)을 보면 마치 과거 한국의 경제 개발 계획, 한강의 기적이 떠오릅니다.
“그게 기술 굴기죠. 중국의 R&D 예산이 우리 돈 721조 원(2024년)이에요. 201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어요. 흔들리지 않고 정책을 밀고 나갔죠. 딥시크는 중국이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사 와서 그 기술로 론칭한 게 아니에요. 량원펑은 해외를 나가본 적도 없어요. 중국 공교육의 결과입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천인계획’이라고 해서 중국은 해외에서 무서운 집념으로 인재를 데려왔어요. 천인계획은 2008년에 시작했어요. 제조업만으로는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영미권의 석학들을 대거 중국에 유치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시절이라, 실직한 교수들이 많았고 그 틈을 이용해서 파격적인 대우로 중국 대학교와 연구소로 이공계 석학들을 불러들였어요.”
-어떤 천재들이 왔나요?
“해외 연구소에서 활동하던 중국 학자들을 비롯해 나중엔 튜링상, 노벨상급, 아이비리그의 종신 재직권을 가진 브레인들이 들어왔어요. 10년 동안 7천 명이나. 그 석학들이 미국에서 했던 연구를 그대로 중국에 가져와서 이른바 ‘그림자 연구소’를 만들었는데, 그 프로세스로 더 빨리 미국을 따라잡았습니다.
튜링상을 수상한 야오치즈 교수도 정부 요청으로 들어와서 칭화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를 이끌면서 속칭 천재반인 ‘야오반’을 만들었어요. 그 야오반 출신 인재가 자율 주행 기술의 대표 기업인 포니AI를 창업했습니다. 튜링상 수상자인 홉 크로프트도 베이징 대학교에 ‘튜링반’을 만들었어요. 대학 끼리도 경쟁하면서 그렇게 최정예 인재들을 전략적으로 배출하고 있어요.”
한국의 과학자들도 예외 없이 영입 제안을 받았다.
“얼마 전 SK가 펀딩한 학술원 세미나에 갔더니, 거기 모인 30여 명의 공대 석학들이 그러세요. “여기 모인 분 중에 중국에서 스카우트 제안 안 받아본 분들 없잖아요. 우리가 왜 안갑니까? 애국심 때문 아닙니까?” 그만큼 중국의 헤드헌터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거죠.”
그들이 제시하는 것은 단순히 연봉이 아니라 연구 패키지라고 했다. 연구자가 필요로 하는 금액의 10배에서 100배까지 조건 없이 제공할 뿐만 아니라, 박사 2,000명을 마음대로 뽑는 권한, 과학자를 영웅 대접하는 사회 분위기까지 합쳐지면 떨쳐내기 어렵다.
-거부하기 힘든 조건이군요.
“사실 공학자들은 연봉보다는 연구 환경에 마음이 움직여요. 방송으로 치면 좋은 프로그램 만드는 데 제작비도 풀로 쓰고 톱스타 캐스팅도 마음껏 하라고 판을 깔아주는 식이죠. 창작자들은 다 그런 환경을 꿈꾸지 않겠어요? 고액 연봉보다 좋은 환경, 마음 맞는 동료, 비전 같은 것들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런데 애국심, 자부심 같은 것들로 버텨온 한국 과학자들이 작년에 R&D 예산 깎이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왜 이런 대접 받으면서 여기 있나…’
현직 교수는 여전히 중국행에 주저하겠지만, 정년 퇴임을 앞둔 분들은 더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꽃이나 가꾸고 있느니, 중국에 가서 하던 연구를 계속하는 게 낫겠지요. 푸단대학교 석좌교수로 간 메타 물질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이영백 교수도 그 경우인데… 실제 만나보니 정말 만족도가 높아 보였어요.”
촘촘한 현장 취재로 중국의 공대 열풍과 한국의 의대 열풍을 분석한 책 ‘인재 전쟁’
-과학자들은 실제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나요?
“푸단대학교 석좌교수인 이영백 교수를 취재하려고 저녁에 찾아갔더니, 5성급 호텔 스위트 룸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제공되고 모든 서비스가 무제한이고, 호텔의 모든 스태프가 이 교수를 정말 칙사 대접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중국은 과학자들을 전략적으로 우대해요. 중국에는 원사 제도라는 게 있어요. 원사는 14억 중국 인구 가운데 과학 기술 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입니다.”
학문적 권위와 행정적 지위를 동시에 부여받는 원사는 2025년 현재 1,800명 정도가 있고, 매년 120명 정도의 신진 원사가 선발된다. 이들은 한계 없는 보너스, 수십억 원대의 연구 설비 지원, 평균 240억 원에 이르는 프로젝트 지원에, 75세까지 연구 활동을 보장받는다.
-한국의 젊은 과학 인재들도 중국행을 많이 선택합니까?
“아니요. 그들은 미국으로 많이 가죠. 왜냐하면 중국이 원해서 스카우트하는 인재는 해외 석학 레벨입니다. 중국은 석학들로부터 당장 쓸 수 있는 기술과 교육을 수혈받아요. 젊은 인재는 이미 중국에서 자체 육성을 일관되게 하고 있으니, 그쪽의 수요는 별로 없어요.”
육성과 스카우트라는 투 트랙으로 중국의 과학 기술은 이제 무섭도록 성장해서 과거 서구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기술 이전의 방향이 이미 역전되고 있다. 예컨대 폭스바겐은 중국 현지 기업과 협력하며 전기차 기술을 배우고, 토요타는 BYD, CATL과 배터리 부문에서 협력하고, 혼다는 딥시크, 텐센트로부터 배운다.
중국은 지금도 국방비의 두 배에 달하는 예산을 과학기술에 쏟아붓고 있고, 그 결과 세계의 과학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영국의 ‘네이처 인덱스’에서 상위 10위 기관 중 무려 8곳을 중국 연구 기관이 차지했다.
1위가 중국과학원, 2위가 하버드대, 10위가 막스플랑크연구소, 그 사이 순위는 전부 중국의 대학과 연구소가 차지했다. 서울대는 52위, 카이스트는 81위다.
-인재의 투 트랙이 육성과 영입인데, 스카우트는 석학 레벨인 ‘천인계획’으로, 육성은 소수 위주의 천재 교육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건데... 기술 인력을 무기화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쟁에서 군비를 축적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저장성 인저우 고등학교에 가서 경시대회 준비반과 창신반(전교생 2천 명 가운데 40명만 선발된다)에 대해 제가 물었어요. ‘혹시 학생 차별이라는 비판은 없느냐?’ 그때 들은 대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아이들이 중국 공산당 간부나 재력가의 자식들이 아니다. 소수반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열려있다. 과학 기술에 재능을 지닌 아이들을 공교육 안에서 돕고 있다.’ 축구나 음악을 잘하는 아이가 특별 레슨을 받듯 과학 영재도 특화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요. 위화감이 아니라 실용주의적 구별이라는…”
-어찌 보면 시스템은 한국의 K팝 아티스트 인큐베이팅 같군요. 한국에선 매니지먼트가 중국에선 국가가 주도한다는 것만 다를 뿐…
“네. 그래서 한국의 공대 교수들의 불만이 많아요. 문화 예술도 중요하지만 사실 과학기술은 굉장히 직접적인 국가 전략 자원이니까. 국가의 명운과 생존이 달린 문제니 조기 육성이 시급하다고요.”
-우주 개발, 핵무기 경쟁에 이어 AI 경쟁으로 달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너무 많이 늦은 건 아닌지 걱정스럽군요.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많이 늦었지만, 불가능하진 않아요. 일단 우리 인재들이 지금 미국으로 많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그것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해요. 중국도 미국에서 배운 방식대로 국내에 ‘그림자 연구실’을 만들어 급히 따라잡을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가는 게 아니라 오도록 하는 거예요. 중국은 ‘천인계획’으로 보상과 유인이 확실했지만, 한국은 없어요.
미국에서 5억 받는데 한국에서 1억 준다고 하면 누가 오겠어요? 애국심 강조하는 건 실효성이 없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술력도 기반도 있는 나라잖아요. 반도체, AI, 2차 전지… 공학자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포트폴리오도 탄탄하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나라에요. 중국이나 미국처럼 자본을 대거 투하할 수는 없지만, GDP 규모도 있고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거든요.”
얌체 운전, 끼어들기까지 하는 바이두의 로보택시
-80년대에 빗길을 달리는 자율주행차를 한국 과학자들이 처음 개발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맞아요. 한민홍 전 고려대 교수팀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 주행 기술을 갖고 있었어요. 1995년에 빗길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율주행 무인차를 세계 최초로 시연했습니다. 한국의 일론 머스크였죠. 당시에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그룹이 와서 이 기술을 배워 갔는데, 지금 적용되는 많은 기술이 당시 한국 연구팀에서 이미 개발한 것들이라고 해요. K 테슬라가 먼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우수한 학생들은 당연하듯 물리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과로 몰려가고 캠퍼스마다 공학도의 자부심이 넘치던 80~90년대 K공학의 부흥은, 그러나 IMF 구제 금융을 맞으면서 막을 내렸다. IMF 외환 위기는 한국 사회의 가치체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IMF는 거의 모든 사회 시스템을 후퇴시켰습니다.
“특히 그때 겪은 실업과 실직이 엄청난 결핍과 불안을 낳았어요. 평생직장이 덧없는 꿈이라는 걸 알게 됐고, 전문직인 의사, 변호사,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죠. 한 사회가 겪은 공포가 다음 세대의 꿈까지 바꿔버렸달까요. IMF를 겪어 보니 “내 친구 의사는 안 잘리더라’는 생각이 확고해졌고, 그런 수축된 미래 인식이 자식들에게도 이어진 거죠.”
-실직 트라우마가 미래를 잡아먹었군요.
“맞아요. IMF를 겪고 어느새 고도 성장기도 끝나면서 이제는 지키는 게 중요한 사회가 돼버렸어요. 취재를 해보면 아이들이 원하는 것도 안정입니다. 대학도 꿈을 펼치는 출발점이 아니라, 12년을 갈아 넣은 뒤에 쟁취하는 종착지… 타이틀과 보상으로만 작동해요. 그 최종 트로피가 의대고요. 이 트로피 들고 동창회 나가면, 명절에 친척들 만나면, 어깨가 쫙 펴지겠지… 한 몸에 부러움을 사겠지…
게다가 청년들 입장에서 더 중요한 건, 의대에 가면 더 이상의 테스트가 없다는 거예요. 인턴 레지던트 하고 전문의 달면 피부과에 취직해서 레이저만 쏴도 연봉 1~2억은 기본이에요. 그런데 공대에 가면 그때부터 다시 불확실성이 시작돼요. 꿈을 펼치기 위해 취직의 관문도 통과해야지, 해외로 가서 공부할지 말지도 선택해야지, 창업했다가 망하면 3~4년은 날아가지…”
한 사회가 똑똑한 아이들에게 주는 비전과 트랙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현재 중국의 엘리트는 공대로, 한국의 엘리트는 의대로 간다.
-핵심은 불확실성입니까?
“맞아요. 대학을 보상으로 인식하는 한국에서 똑똑한 아이들에겐 두 갈래의 길이 있어요. 의대라는 큰 선물 바구니와 공대라는 랜덤박스. 잘하면 김범수나 이찬진처럼 되겠지만, 그것도 과거 모델이죠. 그래서 지금 한국의 의대 열풍은 돈이 아니라 안정에 대한 집착입니다. 그게 중국과 가장 다른 점이죠. 인생의 백미는 도전과 경험인데 우리는 자녀 세대에게 반대로 가르치고 있어요.”
‘안정적으로 살아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으면, 눈동자에 반짝임이 사라진다. 중국 청소년들은 제2의 량원펑, 제2의 마윈이 되겠다고 제 각자 야망의 빛으로 번뜩이는데, 대치동 학원가 청소년들의 눈은 피곤으로 풀린 채, 그마저도 의대라는 좁은 길만 보고 달린다고 정용재 PD는 안타까워했다.
수순처럼 한국에서는 최근 3년간 이공계 상위 20개 학과 정시를 모두 의대가 차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일타 강사들은 대치동이 사교육계의 태릉선수촌이라면 의대는 금메달인 동시에 에르메스 가방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 AI가 일자리를 위협하는 불안 속에서 라이선스가 있는 의대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구명조끼라고.
중국은 공대로, 한국은 의대로, 유한한 인생의 가성비를 따지며 저마다 좋은 일자리를 향한 교육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 전자는 생존 기술의 최종 목적지가 글로벌 테크 전쟁에서 앞서가는 것이고, 후자는 안정된 고소득으로 은퇴 없이 좋은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라는 게 차이일 뿐.
택배 노동자로 굴러가는 ‘메이드 인 차이나’와 IT 영웅들로 치고 나가는 ‘인벤티드 인 차이나’가 공존하는 중국. 사진은 인구 3만의 어촌도시에서 1,300만 명의 ‘캘리차이나’로 도약한 중국 선전.
중국은 전쟁을 많이 한 나라고, 그 정복의 역사를 통해 철학의 사이즈도 커진 것 같다고 정용재 PD는 덧붙였다. “그들은 평범한 이슈도 삼국지를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안 될 것 같은 데도 희망에 차 있어요. 가령 지진 예측 경보 시스템이 될까 싶은데도, 투자받았다고 들떠있죠. 거의 모든 창업자가 다 그래요.”
-도시 전체에 그런 변화의 기운이 느껴지던가요?
“처음 선전에 도착했을 때 마치 영화 ‘인셉션’의 화면들이 펼쳐지는 것 같았어요. 제 직장이 여의도에 있어서 초고층 타워가 익숙한데도, 선전은 정말 압도적인 사이즈였습니다. 엄청난 역동성, 개방성이 느껴졌어요. 전통적인 대기업이 아니라 텐센트나 알리바바 같은 거대 신생기업들이 스카이라인을 장악해서 더욱.
거리엔 차 소리나 오토바이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BYD 등 모든 탈 것이 전기 배터리로 움직이고 있었지요. 한국의 삼성이 소니를 넘어설 때 아날로그를 건너뛰고 디지털로 가서 잡았다고들 합니다. 중국도 신용카드와 내연 기관차를 건너뛰고 QR과 전기차로 바로 갔어요. 글 모르는 노점상 할머니들도 스마트폰의 위챗페이로 결제하고, 비밀번호나 지문인식도 없이 모든 진출입이 얼굴인식으로 자동화돼 있었어요. 미래 사회가 이런 모습일까, 싶었습니다.”
중국의 가정, 학교, 스타트업 현장을 방문해 과학 엘리트의 현주소를 짚어낸 KBS 정용재PD.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한 책 '인재전쟁'에서 풍부한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냈다./사진=김흥구
-마지막으로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 사회를 바라본 후, 더 보탤 의견이 있으신가요? ‘건강하게 미친다’는 것, 인재에 대한 식견도 함께 나눠주시지요.
“저는 일단 불행한 인재는 본 적이 없습니다. 스스로 재미를 좇는 과정에서 커리어가 깊어지고 역사에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의욕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저희가 본 인재들은 일단 행복해 보였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거에 미쳐 있었어요. 떼돈을 벌든 망하든, 내 아이디어를 믿고 투자해 주는 사람에 대한 감사, 함께 미친 동료에 대한 신뢰, 결과물에 대한 즐거움이 놀라운 에너지를 만들더군요.
취재해 보면 한국이 유달리 세속적인 욕심이 많아 의대로 쏠리는 게 아닙니다. 세습되어 온 거대한 불안이 보장된 안정으로 모였을 뿐이지요. 크게 보면 인재는 자기 인생의 이용권을 다채롭게, 행복하게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고민들에 섬세하게 반응하고 보상하는 사회만이 인재를 가질 수 있어요. 더는 ‘스카이보다 의대지’ ‘그 점수로 공대 가긴 아깝네’ ‘취직은 어디로?’ 같은 길 없는 논평들이 우리의 미래를 왜곡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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