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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1974년 16살 때 사탕공장 등에 다니며 중학교 검정고시 과정을 공부한 서울 신정동 ‘신정학원’(신정야학) 천막 교실 모습.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남긴 고 김민기가 한때 미술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쳤고, 필자도 그 수업을 들었다. 필자 제공
원아, 3학년을 마치는 봄은 어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너에게 달콤한 사탕이라도 선물해 주고 싶구나.
어떤 사탕을 좋아하니? 갈색의 쫀득한 캐러멜, 투명한 다이아몬드 사탕, 무지개 줄무늬의 구슬 사탕…, 나는 사탕 한국릴게임 만드는 공장에서 한동안 일했어.
동네 목욕탕 벽에 붙은 모집공고를 보고 갔는데 바로 내일부터 나오라더군. 깜짝 놀란 건 나보다 어린아이들이 꽤 있었다는 거야. 일은 또 얼마나 악착스럽게 하는지 감탄할 정도야. 여자가 서른명쯤 되고 남자는 공장장까지 네명 정도.
사탕이 만들어지는 걸 보면 신기하단다.
주임 릴게임온라인 이라는 남자가 엄청나게 큰 솥에 설탕 포대를 쏟아 넣고 물엿 여러통을 가득 부은 후에 노를 젓듯이 큰 주걱으로 휘저으며 오래 끓여. 짙은 눈썹과 두툼한 입술의 주임은 어깨끈이 가느다란 옷을 걸치고 일하는데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불뚝불뚝 솟더구나. 언니들이 뱁새 같은 눈으로 주임의 팔뚝 알통을 힐끔거려. 빙글빙글 돌아가는 거대한 솥 앞에 서서 장인처럼 집중하 바다이야기무료 는 모습이 좀 멋지긴 해. 슬쩍슬쩍 눈빛을 받는 구릿빛 얼굴엔 자만심이 서려 보여. 한참을 팔팔 끓인 후 윤기로 번들거리는 걸쭉한 액체를 기계에 붓고 스위치를 돌리면 틀에서 모양이 만들어진 사탕이 뽑아져 나온단다. 마치 설을 앞둔 방앗간에서 줄줄 나오는 가래떡처럼.
우리는 사탕 포장지 한 묶음을 가지런히 앞에 놓고 무릎 사이로는 빈 설탕 쿨사이다릴게임 포대를 끼운 채 전깃줄 위 참새처럼 기다려. 대형 선풍기 바람으로 식힌 뜨거운 사탕이 컨베이어 철판에 부어지고 벨트가 흐르는 동안 한 무더기씩 제 앞에 끌어당겨 놓고 일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해. 네모 비닐에 사탕을 한알 한알 올린 후 풀리지 않게 양쪽 끝을 꽉 비틀어 돌리는 거야. 반짝반짝 옷을 입은 사탕이 무릎 사이의 자루에 가득 차면 반장이 무게를 달 골드몽 아 적은 후 임금을 지급해. 도급제라고 하더군. 그 후 완성반 팀이 큰 포장지에 담아 접착기로 착착 눌러 시장으로 가는 거야. 완성반의 임금은 월급제로 정해져 있다고 해. 도급제인 우리는 철판 위의 사탕을 최대한 끌어당겨 한개라도 더 빨리 싸려고 손을 놀리게 되지. 그중에도 유난히 척척 자루를 채우는 손 빠른 사람이 있어서 부러움을 산단다.
대형 철판 위에서 수십개의 손가락이 일제히 꽈배기처럼 춤을 추는데, 공간을 채우는 사라락 사라락 소리가 마치 급박해진 시곗바늘처럼 손가락을 달리게 해. 색색의 도안이 인쇄된 빳빳하고 날카로운 비닐을 왼손 검지로 착착 집어 오른손으로 사탕을 올려 한알 한알 싸다 보면 손가락에 피가 맺히거나 베이는 건 다반사란다. 그래도 웬만하면 참고 일해. 한 타임이 끝나면 그제야 반창고를 받아서 감고 또 일하는 거지. 오후가 되면 반창고를 찾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자그마한 키에 자글자글 웃는 부장이 반창고를 들고 돌아다니며 나누어 주는구나.
어떤 사탕과 캐러멜에는 나와 동료들의 손가락에서 톡 떨어진 피 한방울이 묻어 있을지도 몰라.
지금 내 양쪽 검지에도 반창고가 감겨 있어. 벌써 이러다가는 손가락이 남아날지 모르겠다 싶기도 해. 베이고 닳아도 너에게 편지는 쓸 수 있겠지. 하하.
1974년 신정야학 친구들과 찍은 사진. 왼쪽 두번째가 필자. 그는 “소중히 보관해 온 사진 속 친구들의 연락을 바란다”고 말했다. 필자 제공
공장 정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사장 집이 붙어 있어. 그러다 보니 사장이 수시로 불쑥불쑥 공장 안을 한바퀴 돌고 가는데 그가 들어선 딱 그때 입안에 사탕을 물고 있다가는 낭패야. 아무래도 산더미처럼 쌓인 사탕이 눈앞에 있으니 하나씩 집어먹게 되거든. 사장은 고양이처럼 살며시 들어와 매의 눈빛으로 사람들 얼굴을 쭉 훑어. 아니 입 모양을 훑는다는 게 맞겠지. 볼록해진 입에 꽂힌 사장의 화살을 꿈에도 모르고 달콤한 침을 삼키며 열심히 손을 놀리다 보면 급기야 분위기가 싸해진단다. 고개를 들면 사장이 너, 하고 지목해 일으켜 세우는 거야. 달콤했던 위장은 잠시, 순식간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거지. 사장이 세워 놓고 일장 연설을 하는 동안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뱉지도 먹지도 못한 채 울상이 되고. 놀란 가슴 쓸어내린 나머지 사람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계속 손만 움직이는 동안 사장은 온갖 고사성어를 들먹이며 도덕군자의 훈시를 해. 끝에 꼭 붙이는 말은, 내가 이런 이야기 대학교 가서 하면 얼마 받는지 알아? 하고는 징그러운 벌레라도 털어내는 듯 눈빛을 쏘고 휙 나가 버려.
하필 그때 사탕을 입에 넣은 죄로 벌은 벌대로 받고 자루는 덜 채우게 된 이들은 다음 타임에서 더 죽어라 사탕을 싸는 거야. 궁여지책으로 반장 눈을 피해 사탕 몇개를 주머니에 집어넣은 후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빠르게 먹기도 해. 사장의 눈이 화장실까지 따라올 수는 없으니까.
얼굴이 백납같이 하얗고 장대처럼 호리호리한 사장은 전직 고등학교 교사였다는데 이 깐깐한 사장이 그래도 교사였기에 야학에서 공부하는 나를 정시에 내보내 준걸까? 사람 좋은 부장이 공부 열심히 하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한 것도?
아니 어쩌면 다른 이유인지도 모르겠는데 이 공장에 설탕을 납품하러 온 분이 야학 선생님이었어. 잠시 국어를 가르친 분인데 국어 좋아하는 나를 기억하시지. 점심시간에 공장 마당에 들어온 트럭에서 선생님이 내리셔서 깜짝 놀랐어. 웃는 얼굴로 격려해 주시는 선생님의 설탕 트럭 소리에 귀를 세웠는데 언젠가부터 안 오시더라. 공교롭게도 이즈음 사장이 무슨 암으로 죽고 공장장이라는 직함으로 현장을 돌던 그의 형이 인수했대. 공장장 때는 허랑허랑해 보이던 그가 사장이 된 후 쇄신한다면서 힘을 주기 시작했어. 야근이 어려운 나를 사무실에 불러 공부와 공장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거야. 공부를 포기할 수 없는 나는 과자공장을 그만두고 야학 친구가 다니는 문래동의 전자 공장으로 옮겼어. 거리가 멀어졌지만 할 수 없지. 라디오 부속품을 조립하는 공장인데 처음 배치된 부서는 권선반이었어. 기계로 가느다란 동선을 감는데 환경이 깨끗해서 가장 선호하는 부서야.
내 옆자리에 유선 언니가 있었어. 언니는 매일 시를 적어 권선기(코일을 감는 기계) 옆에 올려두고 외우거나 고운 종이에 적어서 나에게도 줬어.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변영로 시인의 시라는데 좋아서 나도 외웠지.
이 공장은 사탕 공장보다 훨씬 규모가 커서인지 작업복도 주고 사내 식당도 있어서 좋아. 그런데 어딜 가나 정규 시간 다 일하는데도 야근이 문제가 되는구나. 얼마 전 반장이 연장근무 못 하는 사람 이름을 적어 가더니 철심반으로 보내지 않았겠어. 철심반은 시커먼 철가루투성이 네모난 코어를 맨손으로 조립하는 곳인데 일하다 보면 콧구멍이 새까매져. 모두가 꺼리는 철심반도 싫고 유선 언니와 멀어지는 것도 아쉬웠지만, 야학을 포기할 수는 없어.
1976년 초에 받은 ‘신정야학’ 졸업장. 정식 학력은 인정되지 않았다. 필자 제공
야학 친구 네명이 이 공장에서 일하는데 두명은 나보다 더 형편이 어려워서 결국 공부를 포기했어. 순미라는 친구랑 나는 얼룩진 콧등을 대충 닦아내고 손톱 밑에 철가루는 어쩌지 못한 채 야학으로 달려가. 문래동 공장과 신정동 사이에 하천이 있는데 문래동 둑을 올라 하천으로 내려가면 신정동으로 건너가는 작은 다리가 놓여있어. 우리에겐 공장과 야학을 이어주는 다리라고나 할까? 신정동 종점 옆 쪽박산이라 부르는 벌판에 천막 교실이 있거든. 달리다 보면 겨울에도 땀이 나고 자주 지각하게 되지만 천막 끝을 살짝 들고 고개를 들이밀면 선생님이 따뜻하게 웃어주신단다. 고단은 해도 희망이 있으니 꿈을 꾸게 돼.
너와 내가 작가가 되어 서로의 글에 첫 독자가 되는 꿈.
장남수
원아, 3학년을 마치는 봄은 어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너에게 달콤한 사탕이라도 선물해 주고 싶구나.
어떤 사탕을 좋아하니? 갈색의 쫀득한 캐러멜, 투명한 다이아몬드 사탕, 무지개 줄무늬의 구슬 사탕…, 나는 사탕 한국릴게임 만드는 공장에서 한동안 일했어.
동네 목욕탕 벽에 붙은 모집공고를 보고 갔는데 바로 내일부터 나오라더군. 깜짝 놀란 건 나보다 어린아이들이 꽤 있었다는 거야. 일은 또 얼마나 악착스럽게 하는지 감탄할 정도야. 여자가 서른명쯤 되고 남자는 공장장까지 네명 정도.
사탕이 만들어지는 걸 보면 신기하단다.
주임 릴게임온라인 이라는 남자가 엄청나게 큰 솥에 설탕 포대를 쏟아 넣고 물엿 여러통을 가득 부은 후에 노를 젓듯이 큰 주걱으로 휘저으며 오래 끓여. 짙은 눈썹과 두툼한 입술의 주임은 어깨끈이 가느다란 옷을 걸치고 일하는데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불뚝불뚝 솟더구나. 언니들이 뱁새 같은 눈으로 주임의 팔뚝 알통을 힐끔거려. 빙글빙글 돌아가는 거대한 솥 앞에 서서 장인처럼 집중하 바다이야기무료 는 모습이 좀 멋지긴 해. 슬쩍슬쩍 눈빛을 받는 구릿빛 얼굴엔 자만심이 서려 보여. 한참을 팔팔 끓인 후 윤기로 번들거리는 걸쭉한 액체를 기계에 붓고 스위치를 돌리면 틀에서 모양이 만들어진 사탕이 뽑아져 나온단다. 마치 설을 앞둔 방앗간에서 줄줄 나오는 가래떡처럼.
우리는 사탕 포장지 한 묶음을 가지런히 앞에 놓고 무릎 사이로는 빈 설탕 쿨사이다릴게임 포대를 끼운 채 전깃줄 위 참새처럼 기다려. 대형 선풍기 바람으로 식힌 뜨거운 사탕이 컨베이어 철판에 부어지고 벨트가 흐르는 동안 한 무더기씩 제 앞에 끌어당겨 놓고 일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해. 네모 비닐에 사탕을 한알 한알 올린 후 풀리지 않게 양쪽 끝을 꽉 비틀어 돌리는 거야. 반짝반짝 옷을 입은 사탕이 무릎 사이의 자루에 가득 차면 반장이 무게를 달 골드몽 아 적은 후 임금을 지급해. 도급제라고 하더군. 그 후 완성반 팀이 큰 포장지에 담아 접착기로 착착 눌러 시장으로 가는 거야. 완성반의 임금은 월급제로 정해져 있다고 해. 도급제인 우리는 철판 위의 사탕을 최대한 끌어당겨 한개라도 더 빨리 싸려고 손을 놀리게 되지. 그중에도 유난히 척척 자루를 채우는 손 빠른 사람이 있어서 부러움을 산단다.
대형 철판 위에서 수십개의 손가락이 일제히 꽈배기처럼 춤을 추는데, 공간을 채우는 사라락 사라락 소리가 마치 급박해진 시곗바늘처럼 손가락을 달리게 해. 색색의 도안이 인쇄된 빳빳하고 날카로운 비닐을 왼손 검지로 착착 집어 오른손으로 사탕을 올려 한알 한알 싸다 보면 손가락에 피가 맺히거나 베이는 건 다반사란다. 그래도 웬만하면 참고 일해. 한 타임이 끝나면 그제야 반창고를 받아서 감고 또 일하는 거지. 오후가 되면 반창고를 찾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자그마한 키에 자글자글 웃는 부장이 반창고를 들고 돌아다니며 나누어 주는구나.
어떤 사탕과 캐러멜에는 나와 동료들의 손가락에서 톡 떨어진 피 한방울이 묻어 있을지도 몰라.
지금 내 양쪽 검지에도 반창고가 감겨 있어. 벌써 이러다가는 손가락이 남아날지 모르겠다 싶기도 해. 베이고 닳아도 너에게 편지는 쓸 수 있겠지. 하하.
1974년 신정야학 친구들과 찍은 사진. 왼쪽 두번째가 필자. 그는 “소중히 보관해 온 사진 속 친구들의 연락을 바란다”고 말했다. 필자 제공
공장 정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사장 집이 붙어 있어. 그러다 보니 사장이 수시로 불쑥불쑥 공장 안을 한바퀴 돌고 가는데 그가 들어선 딱 그때 입안에 사탕을 물고 있다가는 낭패야. 아무래도 산더미처럼 쌓인 사탕이 눈앞에 있으니 하나씩 집어먹게 되거든. 사장은 고양이처럼 살며시 들어와 매의 눈빛으로 사람들 얼굴을 쭉 훑어. 아니 입 모양을 훑는다는 게 맞겠지. 볼록해진 입에 꽂힌 사장의 화살을 꿈에도 모르고 달콤한 침을 삼키며 열심히 손을 놀리다 보면 급기야 분위기가 싸해진단다. 고개를 들면 사장이 너, 하고 지목해 일으켜 세우는 거야. 달콤했던 위장은 잠시, 순식간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거지. 사장이 세워 놓고 일장 연설을 하는 동안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뱉지도 먹지도 못한 채 울상이 되고. 놀란 가슴 쓸어내린 나머지 사람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계속 손만 움직이는 동안 사장은 온갖 고사성어를 들먹이며 도덕군자의 훈시를 해. 끝에 꼭 붙이는 말은, 내가 이런 이야기 대학교 가서 하면 얼마 받는지 알아? 하고는 징그러운 벌레라도 털어내는 듯 눈빛을 쏘고 휙 나가 버려.
하필 그때 사탕을 입에 넣은 죄로 벌은 벌대로 받고 자루는 덜 채우게 된 이들은 다음 타임에서 더 죽어라 사탕을 싸는 거야. 궁여지책으로 반장 눈을 피해 사탕 몇개를 주머니에 집어넣은 후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빠르게 먹기도 해. 사장의 눈이 화장실까지 따라올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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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자리에 유선 언니가 있었어. 언니는 매일 시를 적어 권선기(코일을 감는 기계) 옆에 올려두고 외우거나 고운 종이에 적어서 나에게도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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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로 시인의 시라는데 좋아서 나도 외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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