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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판매가 시작된 11일. 서울 중구 명동 서울중앙우체국 입구 주변에는 오전 7시에도 50여 명이 이미 줄을 서 있었다. 간이 의자를 가져와 반쯤 누워서 우표 판매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새벽 기온이 19.9도까지 내려간 탓에 일부는 외투를 입거나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고모(72)씨는 이날 0시 30분부터 줄을 섰지만, 18번째에 그쳤다. 고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역대 모든 대통령의 취임 기념우표를 모으고 있다”며 “우표를 후손들에게 보여주면 역대 대통령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급유 알 수 있다. 그게 우표 수집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우표 판매가 시작된 11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직원이 우표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체국 문 열 때 150여 명 디딤돌대출 조기상환 줄 서 있어… “기념 도장이 목적”이라는 수집가도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전국 230여 우체국과 인터넷우체국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판매를 시작했다. 통상 대통령 기념 우표는 취임 당일 발행되지만, 이 대통령은 대선 당선 직후 취임했기 때문에 100일에 맞춰 나왔다.
기념우표 발행 물량은 전지 22만장 개인파산면책전문 (낱장으로 328만장), 소형 시트 45만장, 기념우표첩 5만부이다. 가격은 낱장 1장과 시트 1매당 430원, 우표첩은 2만7000원이다. 지난달 인터넷우체국에서 우표첩 2만부를 사전 판매했을 때는 반나절 만에 매진됐다.
이 대통령 기념우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침이 밝아올수록 늘었다. 판매 시작 시각인 오전 9시가 되자 줄 선 사람은 농협 소상공인대출 150명을 넘었다. 이들은 빵과 커피로 피로를 달래며 앞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피곤하지 않냐’고 묻자 웃으며 “우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우표 수집이 취미인 사람들이었다.



11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를 구매 받고자 한 시민이 현장에서 봉투에 도장을 찍고 있다. /이호준 기자


줄을 가장 먼저 서 중앙우체국 정문 바로 앞에 있던 사람은 전날(10일) 오전 10시부터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경기 안양시 집에서 이날 새벽 3시 30분에 출발해 5시에 도착한 진모(59)씨는 “우표 수집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즐거움 그 자체”라고 말했다.
전날부터 줄을 설 정도로 우표 수집가들이 몰리는 것은 ‘도장’을 찍기 위한 목적도 있다. 기념우표를 사면 우표를 담아갈 봉투 등에 도장을 찍을 수 있는데, 구매한 날짜도 함께 찍힌다. 우표를 산 사람들은 우체국 안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방금 산 우표를 펼쳐놓고 도장을 찍었다. 신모(54)씨는 가방에서 직접 만든 봉투를 꺼내 보이며 “나는 기념 도장이 목적”이라며 “여기에 도장을 찍어 두는 게 제일 큰 재미”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역대 대통령 기념우표 거래 가격, 인기·발행량 따라 달라져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8년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 처음 발행됐다. 이후 윤보선 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역대 대통령이 제작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번의 임기 때마다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발행량은 매번 다르다. 전두환 전 대통령 기념우표가 1100만장으로 가장 많다. 2위는 930만장의 문재인 전 대통령 기념우표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첫 취임 때 50만장만 찍어냈다가 5번째 취임에는 350만장으로 늘렸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 기념우표는 낱장 기준으로 총 373만장이다.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우체국 포스트타워에서 우체국 홍보모델들이 '제21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를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수집가들이 기념우표를 거래하는 가격은 역대 대통령 인기와 발행량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비싼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첫 취임 우표다. 발행량이 5만장에 불과해 낱장 1장이 80만~90만원에 거래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5대 취임 우표는 50만장밖에 발행되지 않았고 62년이나 지나 현재 1장당 12만~15만원에 거래된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은 24%로 노무현 전 대통령(3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10일 서울 중구 회현 지하상가에서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를 판매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기념우표가 인기를 끌자 더 찍었다가 가격이 폭락한 경우도 있다. 회현 지하상가 내 한 골동품 매장 상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 우표는 초반에 인기가 많았지만 추가 발행 후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며 “발행량에 대한 약속이 있어야 시장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기념 우표는 어린 시절부터 취임 때 모습까지 모아 놓아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정가 2만3000원인 우표첩은 원래 2만부 발행됐지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자 24만9000부를 추가 발행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이번 취임 우표는 추가 발행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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