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이 좋을 리가 있나


햅삐펭귄 프로젝트 지음, 파람북 펴냄
“운둔·고립 청년에겐 편견과 비난이 아닌 연결이 절실하다.”
아기 펭귄은 털갈이 전까지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란다. 살다 보면 견디기 힘든 일을 겪는데 누군가는 털갈이를 마치고 나서 겪고 누군가는 그 전에 겪는다. 털갈이를 미처 마치지 못한 채 물에 빠진 펭귄을 어떻게 봐야 할까? ‘행복공장’은 은둔과 고립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운둔·고립 청년들을 이 펭귄에 비유한다. 2023년 행복공장 릴게임종류 과 운둔·고립 청년들이 함께 ‘출구 없는 방’이라는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당사자들이 직접 들려준 목소리를 간추린 기록이다. 이들이 은둔하게 된 계기가 각기 다르고, 회복의 실마리 역시 마찬가지다. 필요한 건 섣부른 평가가 아니라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회복을 응원하는 마음이다.

 

바다이야기릴게임2


헌 옷 추적기


박준용·손고운·조윤상 지음, 한겨레엔 펴냄
“버려지는 옷은 어디로 가게 될까?”
〈한겨레〉 기자가 헌 옷 153벌에 추적기를 달아 의류 수거함에 넣어봤다. 2개월 릴게임사이트 이 지나자, 추적기가 해외에서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배우 김석훈씨의 검은색 바지는 말레이시아 항구에서, 운동화는 더 멀리 있는 볼리비아 고산지대에서 발견됐다. 4개월 뒤 153벌 중 약 30%가 이국 땅에 도착했다. 가장 많은 옷이 발견된 나라는 말레이시아·인도·필리핀이었다. 버려진 옷은 해외에서 소각되거나, 매립되거나, 공터에 덩그러니 널브러져 있었 메이저릴게임사이트 다. 옷을 더 자주 소비하고 더 빨리 폐기한다는 ‘울트라 패스트 패션’. 이 유행의 뒤안길에 남는 건 그저 헌 옷뿐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야생의 존재


릴게임몰 케기 커루 지음, 정세민 옮김, 가지출판사 펴냄
“망가진 행성에서 우리의 집을 다시 그리려면, 먼저 그들의 집을 그려야 한다.”
사람과 동물이 관계 맺어온 4만 년의 시간을 오가며 이어지는 방대한 이야기. 분량만 700여 쪽에 달한다. 책 두께에 놀라지 말자. 호기심이 동했다면 몇 장만이라도 넘겨보라. 자꾸만 페이지가 넘어가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에 분명 반하게 될 테니. 책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커다란 멧돼지, 소녀, 빵 한 덩어리, 촛대 그리고 12시를 가리키는 시계가 찍혀 있는 사진. 맞다, 책 표지 사진이다. 사진의 주인공은 1970년대 여성 생태학자 시모나 코사크다. 그가 폴란드 숲속에 머물며 야생동물과 유대를 쌓았던 시간이 몇 장의 사진으로 남아 있었다. 저자는 그 사진 앞에서 오랜 시간 품어온 질문을 해결해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우리의 마음, 삶, 땅, 문명에 깊숙이 뿌리내린” 동물에 대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빌어먹을’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해서 가르침을 주는 동물들을 찾아 나섰다.

 




긴 잠에서 깨다


정병호 글·구술, 푸른숲 펴냄
“일제강점기, 참혹한 강제노동을 당하다 죽고 숲속에 아무렇게나 묻혀 수십 년 동안 방치된 유골들이 있다.”
인류학자 정병호는 1989년, 현장 연구를 위해 일본의 한 어린이집을 찾았다. 그곳을 운영하는 도노히라 승려를 만났다. 그는 홋카이도의 선주민이라는 이유로 박해받은 아이누, 강제노동 희생자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제안으로 강제노동 희생자들의 유골이 묻혀 있다는 곳을 방문했다. 슈마리나이 현장은 방치된 땅으로 묘지라고 할 수 없었다. 언젠가 돌아와 유골 문제를 해결하겠다 결심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유골 발굴이 이어졌다. 광복 70주년이던 2015년, 유골 115구를 한국으로 모시는 ‘70년 만의 귀향’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는 지난해 타계했다. 그의 동료·제자들이 힘을 합쳐 구술 녹취록을 바탕으로 책을 펴냈다.

 




인터뷰로 만나는 태국 민주주의


이정우 지음, 산지니 펴냄
“내가 관찰한 태국을 세상에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관광의 나라로 기억되는 태국(타이)의 정치 제도는 입헌군주국이면서 의원내각제다. 형식상 군주는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지만 현실은 다르다. 왕실과 충돌하는 정치인을 군부가 쿠데타로 제거하면 국왕이 승인하는 방식을 반복해왔다. 태국 정치 연구자인 저자는 쭐라롱꼰 대학 정치학부에 방문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그곳 활동가들을 만났다. 2020년부터 이듬해까지 왕실 개혁 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왕실모독죄로 기소당하거나 조사를 받고 있었다. 개혁을 외쳤으나 대부분 감옥에 가거나 망명을 가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타이 정치 구조와 오렌지 정당, 탁신에 대한 활동가들의 분노와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익숙한 약물 이야기


마쓰모토 도시히코 지음, 오시연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놀랍게도 약물의 합법과 불법을 가르는 명확한 의학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약물의존 문제를 연구해온 정신과 의사가 썼다. ‘좋은 약물’과 ‘나쁜 약물’이 나뉜다는 대중적 생각이 선입견이라고 적었다. 알코올과 카페인은 허용되고 대마나 각성제, 기타 ‘마약류’는 규제하는 게 다수 국가의 정책이다. 그런데 이 분류에는 의학적 기준뿐 아니라 세금이나 대기업 이해관계, 권력층의 선호 등 사회·정치적 요인도 얽혀 있다. 이런 의미에서 ‘마약과의 전쟁’은 ‘약물 간의 전쟁’ 성격도 있다고 덧붙였다. 알코올·카페인·니코틴 등 ‘허용되는 약물’의 위험성을 다뤘다. 왜 인간은 이들 약물을 그토록 원하는지, 그 그릇된 사용법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상세히 적었다. 국가가 이들 약물을 용인하는 까닭은 안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싸움에 패했기 때문’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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