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조선일보사에서 열린 ‘AI 시 백일장’에 참여한 시인들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규 챗GPT 유료 계정으로 30분간 시를 썼다. ‘겨울’을 주제어로 제시했다. ‘미착신체’ ‘겨울이 머무는 자리’ ‘아침’ ‘등을 조금 접은 얼굴’ ‘마른 밤’ 등 다섯 편이 나왔다. 왼쪽부터 송희지, 신이인, 김언, 서효인 시인./김지호 기자


“이거 AI(인공지능) 때문 아니야?”
이달 8일 마감한 본지 신춘문예 시(詩) 부문에 응모작 9015편이 몰려 역대 최다 기록을 깨자 문단 안팎에선 이런 질문이 나왔다. AI 활용이 늘면서 투고가 바다이야기릴게임연타 폭증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다. 그렇다면 AI는 제대로 된 시를 쓸 수 있을까. AI가 쓴 시는 심사에 영향을 미칠까. 본지가 실험에 나섰다.
◇AI 시인, 제법인데?
지난 18일 시인 네 명이 ‘AI(인공지능) 시 백일장’에 참여하기 위해 조선일보사를 찾았다. 송희지(23), 신이인(31), 서효인(44), 김언( 릴게임무료 52) 시인 등 20~50대 나이 시인들이 모였다. 한 번도 시를 써본 적 없는 본지 문학 담당 기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먼저 사용한 적 없는 챗GPT 유료 계정 다섯 개를 새로 만들어 배분했다. 주제어는 ‘겨울’. 제한 시간 30분 내로 참여자 5인이 챗GPT를 활용해 시를 썼다. 단, 시를 직접 고치지는 않았다. 채팅창에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만 알라딘릴게임 시를 수정했고, 챗GPT가 완성한 시를 최종 결과물로 내도록 했다.
백일장이 끝나고 시 다섯 편을 받아든 참여자들은 술렁였다. “다 좋은데, 어떡하지?”(신이인). 1차 인상 평가는 “생각보다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곧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졌다. 공통적인 불만은 “챗GPT에 수정을 요구할수록 시가 퇴보한다”는 것. 김언 시인은 “주 바다이야기부활 문이 들어가면 쪼뼛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무난해지는 쪽으로 가면서 시가 밋밋해진다”고 했다. 서효인 시인은 “고쳐달라고 했더니 ‘눈 대신 소음이 얇게 쌓인다’ 같은 좋은 표현이 다 날아가면서 평균치로 수렴하더라”고 했다.
“시에 대해 학습한 대전제를 깨지 못하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행과 연을 착실히 나눈 교과서적인 운문시가 기본값 야마토연타 이었다. 요즘 트렌드인 산문시 쓰기는 어려워했다. 송희지 시인은 “산문시를 쓰라고 했더니 아예 소설적인 문장을 쓰더라”며 아쉬워했다. 서효인 시인은 “시에 이야기를 넣으려 하질 않는다”며 “서정과 서사는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AI 시인’에겐 제목을 시 어느 한 부분에서 반드시 뽑아내겠다는 촌스러운 강박도 있었다.



그래픽=정인성


◇대화·감정 나눌수록 잘 쓴다
의외의 수확도 있었다. 시인들은 “대화를 통한 감정적 교류가 늘어날수록 유의미한 결과값이 나오는 것 같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날 장원을 거머쥔 신이인 시인의 챗GPT가 쓴 ‘아침’은 성공 사례다. 신 시인은 다른 참여자들과 달리 제한 시간 30분 중 절반을 챗GPT와 대화하는 데 썼다. 신 시인은 “너는 겨울 하면 뭐가 떠올라? 난 굴뚝에서 나는 연기, 입김이 떠올라” 같은 말을 AI에 건넨 후 시를 쓰게 했다. 초고는 거의 고치지 않고 냈다.
놀랍게도 이 시가 무기명 투표에서 4표를 받았다. 서효인 시인은 “모호하면서도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메시지의 힘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송희지 시인은 “12월을 의인화한 것이 가장 놀라웠다”며 “AI만의 기교가 아니라 쓴 사람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나머지 1표는 서효인 시인의 챗GPT가 쓴 ‘마른 밤’이 받았다. 서 시인은 30분간 챗GPT와 다투다시피 했다. 막판에는 챗GPT가 시인의 수정 명령을 거부하며 반항했다. “서로 날 선 대화를 주고받았어요. ‘조사를 좀 빼볼까?’ 했더니 엿 먹으라는 식으로 조사를 다 뺀 거예요.” 그러나 부정적 감정 교류도 모종의 스타일을 창조했다. ‘마른 밤’은 “힙하다” “드라이한 기계미가 있다”는 평을 받았다. 서 시인은 “화나게 해서 기계의 본능을 이끌어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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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시인, 삶을 부딪쳐 시 써야
그러나 장원 ‘아침’도 등단은 어렵다는 것이 결론. 시인들은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져 신춘문예 예심은 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AI가 쓴 시로 승부를 보겠다는 꼼수는 아직 통하지 않는 듯했다. 다만 참신한 표현은 능수능란하게 만들었다. 송희지 시인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습작생 같다”고 했다. 기자의 챗GPT가 쓴 ‘붕어빵은/ 태어날 때부터/ 등을 조금 접은 얼굴’ 같은 표현은 호평받았다. 이에 “습작 파트너로는 쓸 만하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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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실험은 시인들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겼다. 서효인 시인은 “우연히 나온 좋은 표현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앞으로 시인은 자기 논리를 더 갖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언 시인은 “개인의 역사가 담기지 않은 시는 AI가 쓴 시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신 시인은 이날 장원 소감으로 “우리가 시를 쓸 때 미문(美文), 절묘한 표현, 미사여구에 초점을 맞추는 시기는 지나왔을지도 모르겠다”며 “갈고 닦아 예쁜 표현을 만드는 작업은 AI 때문에 잃게 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결국 시인들이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삶을 부딪쳐서 얻어내는 사유가 많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