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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자력잠수함 건조 실태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월 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원자력잠수함인 ‘알렉산드리아함’(SSN-757·6900t급)이 지난 2월 10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국내에 처음 입항하는 이 잠수함은 길이 110m, 인터넷게임사이트
폭 10m, 승조원 140여 명이며, 잠수한 채 시속 45㎞ 이상의 속도로 항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30년 묵은 안보 과제인 원자력잠수함(원잠) 도입의 물꼬가 트였다.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에 막혀 수십SK이노베이션 주식
년간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원잠 도입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 이튿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가시화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필라델피아 조선소(한화오션 인수 필리조선소)에서 한국 핵잠을 건조한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그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한국의 실질적인 원잠 도입 가능성릴게임오션
을 차단한 단순한 정치적 수사인지, 미국 내 조선산업 재건과 동맹국의 안보·조선산업 분야의 동반 발전을 꾀하기 위한 것인지 논란이 분분하다. 한국 원잠 건조 기술 현황과 가능성, 필라델피아 조선소 건조 시 실익 등을 짚어봤다.
1. 원잠과 기존 디젤잠수함의 차이점은
기존 디젤 추진 잠수함과 원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수중작사이다 릴게임
전 지속 능력이다. 초대 ‘핵추진잠수함 추진단장’인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에 따르면 디젤잠수함은 하루에 1∼2회 스노클(공기흡입 장치)을 물 밖으로 올려 엔진을 가동해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반면, 원잠은 식량과 승조원 체력 유지에 문제가 없을 시 무제한으로 수중작전이 가능하며 필요시만 부상하면 된다. 기동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지구 한 바퀴(약 4황금성나비
만120㎞)를 도는 데 디젤잠수함은 시속 15㎞로 140여 일이 걸리는 반면, 원잠은 시속 46㎞로 40여 일이면 된다.



2. 한국형 원잠 왜 필요한가
원잠은 북한이 건조 중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전략원잠 추적 감시작전에 필수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1년 1월 원잠 설계를 끝냈다고 발표했고, 2024년 1월 원잠 건조 조선소를 방문했다. 정보당국은 북한과 러시아가 2023년 9월, 2024년 6월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원잠 건조 기술 협력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변국의 해양 영토확장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도 원잠이 필요하다. 중국은 진(晉)급 SSBN(Submersible Ship Ballistic Missile Nuclear·SLBM 탑재 전략핵추진잠수함), 상(商)급 SSN(Submersible Ship Nuclear·공격핵추진잠수함)을 실전배치해 서해 내해화 및 이어도 등 해양 영토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이즈모급 항모 개조 및 4000t급 다이게이급 신형잠수함을 건조해 독도 영유권 주장 및 7광구 독자개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3. 이 대통령 핵연료공급 요청 이유는
한국은 이미 잠수함 설계·건조, 원자로 제작·운용 기술, 전문 인력과 시설을 모두 갖춘 가운데,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15년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123협정) 제13조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사실상 가로막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합의를 통해서만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농축할 수 있으며, 군사적 이용도 불가능하다. 미국산 핵연료(저농축우라늄(LEU)·고농축우라늄(HEU))를 잠수함 추진용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게 돼 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해법은 ‘협정 개정이 아닌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의한 예외 적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이를 지시하는 것이 가장 신속하고 현실적인 방안이다.
4. 원잠 설계 기술 여건은 갖춰져 있나
HD현대와 한화오션 등은 재래식이긴 하지만 세계 최정상급의 3000t급 이상 잠수함 건조 능력을 갖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도 상당히 발전했기 때문에 미국이 핵연료 지급만 보장한다면 기술적 제약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잠은 이미 개념 설계까지 진행된 바 있다”면서 “우리 기술력은 충분히 확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독자적으로 개발을 추진한다면 약 10년 내 원잠 건조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원잠은) 국내 조선사들도 만들어본 적이 없는 선종이기 때문에 실제 건조를 하려면 설계부터 공장 증설까지 준비에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면서도 “기존에 만들지 않았던 쇄빙선 같은 분야에서도 한국이 성공한 사례가 있듯 원잠도 충분히 국내 기술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화오션은 일명 ‘보일러 프로젝트’라는 원잠 운영 시뮬레이션을 최근 시험 가동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독자적으로 원잠 선체 설계와 건조, 운용 등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는 것은 한국이 독자적 개발이 가능할 만큼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보고 있다.
5. 국내 기술로 원잠 소형 원자로 만들 수 있나
원잠에 들어가는 엔진과 기본적으로 원리가 같은 SMR의 제조 기술을 국내 기업이 갖고 있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HD현대가 SMR 기술을 기반으로 한 원자력 추진 선박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원자력 추진 선박과 원잠은 공간의 차이는 있지만 사용되는 SMR은 원천적으로 동일한 기술이다. 특히, HD현대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한 테라파워와 손잡고 SMR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6. 미국 조선소서 한국 원잠 건조 가능한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상선 중심의 상업용 조선소로, 잠수함 건조시설이나 핵연료 취급 설비가 전무하다. 이곳에서 원잠을 건조하려면 잠수함 건조동, 원자로 모듈 제작라인, 방사선 차폐시설, 보안·방호 체계, 환경영향평가와 지역사회 수용 절차 등을 모두 새로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 최소 3∼5년, 길게는 10년이 예상된다. 문 특임교수는 “잠수함 건조의 핵심은 인력과 공급망이다. 원잠은 수만 개 부품이 초정밀하게 조립되는 시스템 산업이다. 그러나 미국 내 군함 건조 인프라는 이미 붕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인력 부족과 부품 공급 병목이 심각한 미국에서 새 잠수함 생산라인을 구축하려면 한국의 인력과 공급망을 대거 투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7. 한국에서 원잠 건조 시 특징은
핵연료 확보 절차가 매우 복잡하지만, 잠수함과 원자로를 국내에서 제작하고 핵연료만 수입 또는 국내 제조하면 원잠 관련 기술을 충분히 축적할 수 있다. 농축률 20% 수준의 저농축 핵연료를 사용해서 5∼10년마다 핵연료를 교체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해도, 국내에서 작업하므로 부작용을 다소 줄일 수 있다. 국내 연구·개발(R&D) 과정에서 해군 요구성능(ROC)을 쉽게 반영할 수 있고, 창정비와 성능개량도 쉽다. 국산 잠수함 수출도 탄력을 받는다. 최첨단 무기인 원잠 건조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잠수함 시장에서 K-방산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질 수 있다.
8. 필리조선소 원잠 건조 시 특징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잠 건조 장소로 낙점한 미국 필리조선소는 지난해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지분 100%를 인수한 곳이다. 필리조선소는 아직 잠수함 자체를 건조한 실적이 없으며 330ｍ 규모의 드라이독 2기만 있는 등 시설이 열악하다. 또한 필리조선소의 연간 건조 여력은 상선 기준 1∼1.5척 수준으로 대형 전략자산을 단기간에 건조하기엔 물리적 여유가 없다. 그러나 필리조선소는 최근 5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투자가 진행되면 기존 필리조선소 주변에 있는 과거 미 해군 조선소가 다시 가동되는 것이고 원잠을 충분히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간 조선업 협력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로 인해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 원잠을 건조하기 위한 미국 내 규제와 법률 개정도 필요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원잠용 핵원료를 미국으로부터 받는 경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만 허용하는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 외에 별도 협정 체결도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건조와 운영유지에서도 미국이 주도권을 쥐게 된다. 핵 비무장국이 핵물질을 무기로 전용하지 않도록 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체계와 관련, IAEA와도 협의가 필요하다.
9. 원잠 건조 비용은
한국형 원잠 크기, 규모는 독도·이어도를 포함한 한반도 주변 및 해상교통로인 말라카 해협 등 작전해역 고려 시 프랑스 바라쿠다급(5400t급·1조6900억 원) 및 영국 아스튜트급(7519t급·1조7810억 원)이다. 그 비용은 탑재 무장 및 성능 수준 고려 시 척당 2조4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잠수함 사용자 입장인 한국은 막대한 비용을 미국 내 산업기지 투자와 생산능력 확충 등에 써야 한다. 오커스(AUKUS)에 참여하는 호주는 핵추진 잠수함을 얻고, 미국에서 HEU를 핵연료로 공급받는 대가로 2030년까지 80억 달러(11조5000억 원) 이상을 미국·영국에 투자 형태로 분할 지급한다. 이후 매년 수십∼수백억 달러 규모로 추가 투자를 한다. 30년간 누적 액수는 최대 2400억 달러(344조 원)로 추산된다. 한국은 호주의 계획보다 규모가 적은 4척을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막대한 예산 지출은 불가피하다.
10. 원잠 독자 건조를 위한 현실적 해법은
문 특임교수 등 전문가들은 원잠 독자건조 관철을 위해 우선 핵연료 문제는 다자적 실무협상을 통해 풀 것을 주문한다. 미국과의 협의를 기본으로 하되, 필요하면 제3국을 통한 LEU 조달이나 공동 R&D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조선협력을 ‘조선·방산·에너지 기술을 포괄하는 조선협의체(SCG·Shipbuilding Consultative Group)’로 제도화하고, 이 틀 속에서 원잠 추진체계뿐 아니라 상선, 극지탐사선, 쇄빙선 등 미래형 원자로 선박의 공동 개발 협력도 논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미국에서의 건조 시 기간·비용·위험요소를 종합 비교한 후, 양국 합의하에 건조 장소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정치적 구호에 따라 ‘미국에서 건조하라’는 식의 접근은 실질적 협력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정충신·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