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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앞머리가 이마 위에서 곡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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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중킴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5-10-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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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변호사 경나는 단정한 이마 위쪽에 작은 혹이 있다는 걸 안다. 그 감촉을 기억한다. 어린 양가죽 같던 할머니의 손등과 볼록 튀어나온 정맥을 만질 때 전해오던 온기를 기억한다. 향년 98. 어린 시절 방학에 외가에 가면 할머니는 우무를 넣어 콩국수를 만들어줬다. 할머니에게서 뜨개질을 배웠다. 아이보리색 실로 목도리를 만들었는데 마무리는 하지 못해 한쪽 끝은 동그란 털실 구멍이 숭숭 뚫려 할머니는 마지막 석 달 동안 콧줄로 영양분을 공급받았다. 나는 할머니를 보러 가지 않았다. 울 자격이 없었다. 6년 전 할머니는 뇌졸중으로 몸의 반쪽 감각을 잃었다. 언어를 담당하는 쪽 뇌가 타격을 입어 말할 수 없었다. 요양원에 가면 엄마는 말하는 대신 할머니가 좋아하는 ‘내게 강 같은 평화’ 같은 찬송가나 ‘동백 아가씨’ 노래를 틀었다. 그 요양원에서 할머니는 6년을 더 사셨다. 침묵 속에서, 가끔 터져 나오는 비명과 울음으로. 대체 이 고통은 다 무엇일까? 지난 6월 말, 책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등을 쓴 이현주 목사가 경남 남해에 와 강연했다. 남해가 고향인 한 약사가 자기 어있었다. 그 목도리를 두르고 회색빛 슬레이트 지붕이 늘어선 장터를 뛰어다녔다. 싸라기눈이 날렸고 목도리는 한 올씩 풀렸다. 아이보리색 실이 눈물처럼, 콧물처럼 축축한 겨울바람에 흩날렸다. 여름밤, 내 머리에서 이를 잡던 할머니의 무릎은 나를 구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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