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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기로에 선 세계상' 수상자 마리안 게티·아녜스 나밧 12만 명 이상 여성들이 당한 성적 가해…보도 찾을 수 없어 직접 잠입 취재 여성들 몸에서 제거한 전쟁 성범죄 증거물도..."국제적 힘으로 정의 실현 절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마리안 게티(Marianne Getti, 왼쪽)와 아녜스 나밧(Agnes Nabat). 사진=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야마토게임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Tigray) 지역에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인종 학살'을 목적으로 한 참혹한 전쟁이 일어났다. 에티오피아 인구의 6%를 차지하는 소수민족인 티그라이인들을 '인종 청소'하기 위해 반(反)티그라이 연합군(에티오피아 정부군·에리트레아 정부군·에티오피아 북서부 암하라주의 파노민병대)은 티그라이군과 민병대뿐만 아니라 릴게임신천지 민간인들까지 마구잡이로 살인했다. 60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최악의 전쟁이었음에도 '목격자 없는 전쟁'을 만들기 위한 에티오피아 정부의 철저한 언론 통제와 아프리카에 대한 국제사회의 낮은 관심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 성범죄는 심각했다. 전쟁 시작 직후부터 8개월 동안 티그라이 황금성슬롯 여성 인구의 10분의 1에 달하는 12만 명 이상의 여성들이 성적 가해를 당했음에도 관련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간극에 문제의식을 느낀 프랑스 프리랜서 여성 영상기자 마리안 게티(Marianne Getti)와 아녜스 나밧(Agnes Nabat)은 티그라이에 잠입해 전쟁 성범죄 실태를 고발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3일 해당 보도로 '2025 힌츠페터 릴짱 국제보도상'의 대상 '기로에 선 세계상'을 수상한 두 기자를 만났다. 이들은 여성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 지난 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아녜스 나밧(Agnes Nabat). 사진=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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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취재 “빠져나가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대신 알릴 수 있게 준비”

여성을 향한 성적 가해는 티그라이인의 탄생과 재건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목적으로 자행됐다. '자궁학살'이라고 까지 불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고, 반티그라이 연합군의 조직적이고도 의도적인 명령으로 자행된 전쟁 성범죄였다. 에티오피아 고위 관리들은 공개적으로 살인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고, 에티오피아 총리 아비 아머드는 여성 강간을 사소한 일로 치부했다. 마리안과 아녜스는 티그라이 전쟁의 성범죄 통계를 다룬 한 기사를 보고 처음 실태를 접했다. 믿을 수 없이 충격적인 숫자였지만 관련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 지난 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마리안 게티(Marianne Getti). 사진=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보도가 없었던 이유는 '사람들 관심 밖' 주제였기 때문이었다. 전쟁으로 인한 언론 통제로 기자들이 2년 동안 해당 지역에 접근할 수 없었던 상황이기도 했다. 다른 취재로 에티오피아에 방문했던 한 프랑스 기자가 모든 허가와 서류가 있었음에도 7일 동안 감옥에 감금된 일이 발생한 적도 있었기에 위험도가 높았다. 마리안과 아녜스 역시 본격적으로 취재하기 1년 전부터 전쟁 성범죄 취재를 위한 접근을 시도했으나, 유사한 이유로 보도물을 송출할 방송사를 찾을 수 없었고 취재는 늦춰졌다.

이들은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 공영방송채널인 'ARTE-TV'를 만나면서 취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명분 없이 계속되고 있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언론 통제 속에서도 마리안과 아녜스는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목숨 건 취재를 시작했다. 위험이 있기에 언론인이 아닌 여행객 비자로 티그라이에 진입했다. 취재진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작은 크기의 카메라와 셀카봉, 핸드폰 등 최소한의 취재 장비만 챙겼다. 현지에서 공수한 마이크를 셀카봉에 달아 자체 마이크봉을 만들어 촬영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용은 매일 저녁에 번역하며 영상에 담을 증언을 분류했다.



▲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에서 취재를 진행 중인 취재진들. 이들은 취재진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작은 크기의 카메라와 셀카봉, 핸드폰 등 최소한의 취재 장비만 챙겼다. 사진=마리안 게티(Marianne Getti)·아녜스 나밧(Agnes Nabat) 제공.



마리안과 아녜스, 현지 통역사까지 셋으로만 꾸려진 취재진은 지난해 7월 약 2주 간 취재를 진행했다. 티그라이에 갈 때는 직항으로 갔지만, 프랑스로 돌아갈 때는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를 거쳐야 했기에 발각될 위험이 있었다. 마리안은 “영상물, 녹음본 등 취재물을 갖고 있었기에 뺏길 수도 있어 최대한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고 복원해놨다”며 “혹시나 에티오피아를 안전하게 빠져나가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대신해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알릴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녜스 역시 “전쟁이 일어난 나라여서 관광객이 많이 오지 않아 의심받기 쉬웠다. 일부러 유명한 관광지에 가서 인증 사진을 찍어놓으며 관광을 했다는 증거물을 남겨놓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에서 취재를 진행 중인 취재진들. 이들은 취재진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작은 크기의 카메라와 셀카봉, 핸드폰 등 최소한의 취재 장비만 챙겼다. 사진=마리안 게티(Marianne Getti)·아녜스 나밧(Agnes Nabat) 제공.



마리안과 아녜스는 전쟁 성범죄로 피해를 입은 수많은 생존자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음악가이자 여성 활동가인 '메세렛 하두쉬'(Meseret Hadush)와 강간 피해자들을 치료하는 공공병원 간호사 '물루 메스핀'(Mulu Mesfin)을 만나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티그라이 전쟁 성범죄의 구체적 양상과 규모를 영상에 담았다. 메세렛은 그를 다룬 기사를 통해 알게 됐고, 물루는 성범죄 피해자를 다룬 그의 저서를 통해 처음 접했다. 이미 세상은 알고 있다며 인터뷰를 거절하는 물루에게 취재진은 “세상은 아무 것도 모른다”며 취재를 설득했다.




▲ 전쟁 성범죄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메세렛 하두쉬(Meseret Hadush)의 모습. '침묵의 무기' 보도화면 갈무리.



마리안과 아녜스는 메세렛이 운영하는 협회에서 지원을 받는 20명의 피해 여성을 인터뷰해 증거를 모았다. 피해 여성들을 치료하는 병원에선 하루 정도 머물면서 여성들을 만났다. 마리안은 “병원에 하루를 머물렀을 뿐인데도 2년 전 있었던 전쟁에서 입은 피해를 아직도 겪고 있는 여성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다”며 “예상하지 못했던 규모의 너무 많은 여성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진짜 회복 위해선 정의 필요…국제적 힘으로 정의 실현 절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순간은 여성들의 몸에서 제거한 전쟁 성범죄 증거물을 발견했을 때다. 마리안과 아녜스는 반티그라이 연합군이 성적 가해를 자행하며 여성들의 자궁에 넣은 면도칼, 못, 탄피, 티그라이 여성들을 증오하는 내용이 담긴 쪽지삽입물 등 잔혹한 전쟁 범죄의 증거물들을 최초로 영상에 담아 세상에 알렸다. 물루와 그의 치료팀이 작은 상자에 일부만 보관하고 있던 증거물들이었다. 아녜스는 “우발적인 범죄가 아니라 조직적인 구조 안에서 의도적으로 여성들을 강간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발견 당시의 순간을 설명하며 눈물을 보인 마리안은 당시 “이 곳을 왜 우리만 취재하고 있는가”라는 회의감을 느꼈다고 했다. 마리안은 “과연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이 상황에 왜 우리밖에 없는가, 왜 다른 기자들은 우리와 함께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회의감과 허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반티그라이 연합군이 성적 가해를 자행하며 여성들의 자궁에 넣은 면도칼, 못, 탄피, 티그라이 여성들을 증오하는 내용이 담긴 쪽지삽입물 등 잔혹한 전쟁 범죄의 증거물. '침묵의 무기' 보도화면 갈무리.



피해 여성들은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고도 가족과 사회로부터 배척 당하며 혼자가 됐다. 이들에게 메세렛의 협회는 혼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끔 400유로 상당의 지원금을 제공했다. 여성들은 지원금을 통해 닭, 소, 양 농장을 시작하기도 하고 미용실을 열거나 작은 식료품 가게를 열기도 한다. 여성들이 언제든 와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끔 데일리 센터를 운영하고, 피해자들이 함께 생각을 교환하면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정신적 회복을 돕는 교육도 진행한다. 특히 메세렛은 정부에 맞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피해 생존자들의 신원을 확보하고 이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있다.

두 기자의 보도물은 '침묵의 무기(The Silent Weapon)'라는 제목으로 'ARTE-TV'를 통해 지난해 11월 방송됐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사회의 관심은 부족하다. 아녜스는 “정부에서 조치를 기대하기에는 너무 적대적인 관계에 있고 범죄 실태에도 관심이 없다”며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제적인 방법뿐이다. 이 보도가 더 큰 진전을 위한 문을 열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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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도 “피해자들의 진짜 회복을 위해선 정의가 필요하다”며 “전쟁을 일으켰던 에티오피아 총리는 아직까지도 총리직을 맡고 있고 심지어 2019년 노벨평화상도 수상했다. 해당 총리가 6월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등 대외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광경을 보면서 국제적인 힘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게 더 절실하다고 느꼈다. 우리는 그 방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얹어질지 주목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