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유현호


친구와 야구장에 가던 날이었다. 윗옷 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이 문득 만져지지 않는다. 바지 주머니를 뒤져봤다. 역시 없다. 마음이 낮게 내려앉는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아니겠지, 이런 말로 잠시나마 불길함을 막아본다. 내 어수선함을 읽은 친구가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지갑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답한다. 잘 찾아보라는 친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현실을 인정한다. 이내 울상이 된다.
잃어버림 직후에 오는 감정은 불안이다. 지갑 속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와 신분증이 먼저 떠오르는 탓이다. 카드 회사에 전화를 걸 릴게임추천 어 분실 신고를 한다. 카드 명의자 본인이 맞느냐는 상담원의 질문에 풀 죽은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한다. 나도 이런 나 자신이 싫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카드가 사용된 장소와 시간을 확인하고 조금 안도한다. 하지만 신분증은 도리가 없다. 부디 악용되지 않고 차라리 어딘가에 파묻혀 버려지기를 바랄 수밖에.
불안 다음에 오는 것은 후회다. 뽀빠이릴게임 중요한 시합이니 중계방송이 아니라 직접 봐야 한다고 결심했던 지난주의 나를. 주말을 앞두고 꽤 많은 현금을 인출해 지갑에 넣어둔 사흘 전의 나를. 외출 가방을 꾸리다 말고 그냥 단출하게 다녀와야지 생각했던 어젯밤의 나를. 주머니가 깊지 않은 옷을 입고 나온 아침의 나를. 식당에서 현금 대신 카드로 결제하고 나온 점심의 나를. 지나온 모든 시간을 후회한다. 릴게임한국 모처럼 친구와 야구장 가는 즐거운 날에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표정과 말투와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고 있는 지금의 나를, 또 후회한다.
야구장 내야석에 앉자, 이제는 승리만이 남았다. 경기의 승리가 아닌 정신의 승리. 이미 서로의 됨됨이를 익히 아는 사이지만 나는 친구에게 애써 대범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평소보다 크 바다이야기예시 게 응원가를 따라 부른다. 순간순간 우울이 찾아올 때마다 투수와 타자에게 집중한다. 지갑을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잠깐 기대하다가 실망이 클 테니 단념한다. 그 대신 나쁜 일이 있었으니 곧 좋은 일도 있겠지, 추상적인 희망을 품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간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기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공원에서 운동하다 바다이야기5만 지갑을 잃어버렸다. 좋아하는 이에게 선물받은 지갑이었기에 한동안 슬퍼했다. 몇 해 전에는 지갑과 노트북이 들어 있던 가방을 잃어버린 적도 있었다. 그때는 다행히도 되찾을 수 있었다. 지갑 속에 있던 내 명함을 보고 어떤 고마운 분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이 외에도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린 적이 적지 않다. 다만 이제는 다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당시에는 큰일이었지만 결국 작은 일이 돼버린 것이다.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을 습득한 적도 있다. 신기하게도 이 기억만큼은 선명하다. 잃어버린 이에게는 큰일이었겠지만 주운 내게는 작았던 일. 하지만 그것을 찾아주거나 돌려준 기억은 점차 내 안에서 거대해진다. 실수나 우연이 아닌 나의 의지로 만든 일이 한 사람의 기억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이니까. 어떤 선한 의지는 잃을 수도 잊을 수도 없으니까.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