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저성장과 양극화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생산적·포용적·신뢰금융 등 ‘3대 금융 대전환’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위원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구조적 난제가 한국경제를 계속 짓누르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실물경제가 뚫고 올라가야 하고, 결국 금융이 뒷받 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생산적 금융’ 가속…첨단전략산업기금·모험자본 활성화그는 5대 금융지주가 생산적금융에 500조원대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에 관해 “단순히 양적 확대가 아니라 실제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게 시스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주들이 전담조직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소통하며 살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생산적 금 융 전환을 위해 다음달 출범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의 1호 투자 대상으로는 AI(인공지능)와 반도체 분야가 유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부는 첨단전략산업기금으로 총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내달 10일 첨단전략산업기금 출범과 동시에 많은 일들이 바로 일어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것 ”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첨단전략산업기금의 투자 선정 기준에 관해서는 “중소기업(투자) 비율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AI 등 9개 투자 분야가 있고, 지원 방식도 간접 투자, 지분 투자, 초저금리 대출, 인프라 투자 등으로 나뉘었다”고 설명했다.  생산적 금융의 큰 축인 모험자본 공급에 관해서는 “신규 종합투자사업자 종합투자계좌(IMA)·발행어음 지 정은 몰아서 하는 게 아니라 심사가 완료되는 대로 바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심사가 빠르게 진행되면 이달 내 첫 번째 지정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산적 금융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 비해 LP(민간출자자)가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기술 불확실성과 장기, 대규모 투자 부담으로 민간이 쉽게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정책자금과 국민성장펀 드가 마중물로서 위험을 분담하고 기반을 만들어 줌으로써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혹여 민간 출자자(LP) 부분에서 애로가 있다면 그런 부분은 계속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국감 후속조치…범죄 의심계좌 선제 정지제도 등 준비이 위원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안에 대한 후속조치로 △캄보디아 범죄 대응을 위한 선제적 의심계좌 정지 제도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 연내 도입 △해킹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징벌적 과징금 연내 도입 △중소기업 연대보증 개선 △금융권 임직원 성과·보수 제도 개선 △‘쪼개기 대부업’ 명륜당 사태 재발방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대해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를 지정하는 부분은 실무 작업이 거의 끝났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와 함께 범죄조직 자금 흐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제도적 대안으로 ‘선제적 의심계좌 정지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과 관련해서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을 연내 추진한다. 고도의 인프라와 체계성을 갖춘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종합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카드 해킹사태에 관해선 “해킹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할 수 있는 관련 정규법 개정안을 연내 목표로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유동화 보증을 이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연대보증 면제 필요성에 관해선 중기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조만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회사 임직원의 경영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도 예고했다. 이 위원장은 “소비자 보호 강화 차원에서 금융회사 임직원의 과도한 단기 수익 추구 방지를 위한 성과·보수 제도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사 임원 개별보수 공시, 보수 지급 계획 주총 설명을 의무화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와 금융사고 발생 시 관련 임직원의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보수환수제(클로백·clawback) 도입 등을 언급한 것. 제2의 명륜당 사태의 재발과 확산을 막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위원장은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을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면밀히 보고 있다”며 “신용보증기금,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들로부터 제2의 (명륜당) 사태로 흘러가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사례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회로가 되고 있는 (대부업) 총자산한도는 물론 자기 자본의 10배 이내로 운영해야 한다는 규제를 지방자치단체 등록 대부업자에게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근 명륜진사갈비를 운영하는 명륜당이 가맹점주에게 고리대금업을 했다는 논란이 일자 실태조사에 나섰다.“11월 정기국회…예산·입법활동 집중”향후 중점 입법과제로는 △신용정보법 △서민금융법 △자본시장법 개정안 세 가지를 꼽았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7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을 일괄 매각하는 ‘새도약기금’이 차주의 상환능력을 정확히 심사하기 위해 사전동의가 없어도 금융 자산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서민금융법은 서민금융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토큰증권 도입을 위한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도 조속히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한 방향으로 △국제적 정합성 △부가가치 높이는 혁신 수단 △금융시장 안전장치 마련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금감원과 ‘원팀’…이견, 건강하고 생산적”금융감독원과 금융위가 일부 이견을 드러내는 상황에 관해선 “원팀이라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약간씩 다른 의견이 있는 것도 건강하고 생산적”이라며 “다만 한국경제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에 인지수사권 부여를 요구하고, 민생침해 범죄에 대해서도 특사경 조직 확대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효율적인 조사나 업무 수행에서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권력이 오남용 남용 및 오용되면 더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 우려를 같이 봐야 한다”고 했다. 삼성생명 일탈회계 논란과 관련해서는 “회계 기준 원칙에 맞춰 정비한다는 기본 원칙엔 동의하며 다만 여러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거쳐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금융위가 최근 ‘삼성생명 일탈회계 관련 간담회’를 추진하는 것이 금감원 권한을 침범한다는 해석에 대해선 “실무자가 비공개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업무”라며 “그 자체가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