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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이 형상화하는 몸의 찢김과 통증은 언뜻 치유된 것처럼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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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프로토스짱 작성일 25-11-08 05:41 조회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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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마일라식 사실은 망가지고 배제되어 있는 내부로부터 온다. 그러한 점에서 세 번째 시집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문학동네, 2024)의 ‘자연’ 연작에 등장하는 ‘신도시’는 파괴와 재건이 순환하는 몸을 닮아있다. 이 시집의 ‘신도시’, 즉 고양과 일산은 시인의 실제 삶과 기억이 고스란히 누적된 장소다. 하지만 “무덤을 뭉개고 세월 위에 아파트를 짓는”(‘자연―백마’) 개발은 이곳에 뿌리내린 생명들을 “신도시를 만들 때 부록처럼 조경당”(‘자연―나무의 무쓸모’)하는 고통에 몰아넣는다. 다른 시 ‘종일’에는 일산신도시 건설계획 추진과 맞물려 1990년 9월 고양 일대에 발생한 초유의 홍수 사태가 언급된다. 시인은 당시 홍수로 인해 “영원히 아홉 살에 멈춰 있는” 친구 ‘종일’의 죽음을 기억하며 “나는 없는 종일을 영원히 있게 하려/시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한다. 지금은 번듯해진 신도시, 흔적조차 남지 않은 상실의 아픔을 증언하고자 시인은 허물어짐을 감내하면서도 말을 빚는다. 현재는 ‘만성적 상실’의 시대다. 기존의 것이 사라졌음을 미처 자각하기도 전에 새로운 것이 공백을 채우는 세계, 무언가를 잘라냄으로써 살아가는 방식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권민경의 언어는 현재 우리가 ‘치유’라고 부르는 삶의 방식에 물음을 제기한다. 잘려나간 줄기 위에 싹을 틔우는 “식물성 힘”(‘자연―복수’)의 강인함을 믿으며, 시인은 보이지 않는 고통의 임상을 섬세히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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