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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자들을 만나는 걸 좋아합니다. 섹스를 좋아하고 뻔한 것에는 금세 싫증을 느끼는 탓에 늘 새로운 여자를 만납니다. 이렇게 말하면 성적 쾌감만 탐닉하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은데 그건 아닙니다. 원 나이트는 안 합니다. 한달밖에 못 갈지언정 연애를 하고 대화를 즐기는 로맨티시스트입니다.
제가 섹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제각기 다른 성적 취향을 알아내는 것이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침대는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숨겨둔 공간입니다. 적나라한 화장품 영업 욕망은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모습을 드러냅니다.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상대방이 뭘 좋아하는지 탐색합니다. 편견 없는 겸손한 태도가 성공적일 때도 있고, 유교적 가면에 도전하는 도발적인 태도가 성공적일 때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대화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남에게 관심도 없고 기다리는 것도 질색하고 우리미소금융 직설적이라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대화의 기술을 익히게 된 건 여자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배려도 없고 공감도 못 하는 사람과 자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다행히 연애 시장에서 잘 먹혀 연애도 섹스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상대방을 만족시키는 섹스를 했을 때 성취감이 큽니다. 제 쾌감은 상 기업은행 파업 대방의 만족과 동기화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만족하는 걸 봐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진지하게 연구하고 피드백을 구합니다.
문제는 제가 영원히 젊지 않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발가락이 부러져서 한달간 섹스를 못 하고 지냈습니다. 나이 들었을 때의 삶을 미리 체험한 것이지요. 큰 부상이 아님에도 자동차대출이자 삶의 낙을 누리지 못하니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20대 때와 비교하면 이미 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걸 느낍니다. 40대 중반이 되면 더할 텐데, 그때는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할지 우울합니다. 이상준(가명·37)
죽을 때까지 몇명과 자보고 싶다는 포부를 거침없이 드러내던 분과 잠깐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직장인을위한대출 이분은 상대 여성을 칭할 때 항상 높여 부르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보통 이상의 깍듯함이었습니다. 예우와 전리품화를 어지럽게 오가는 얘기를 들으며 ‘이분에게 여성이란 뭘까’ ‘공손하게 부르다가 한낱 몇번째 여자로 전락시키는 간극 사이에는 무엇이 있나’ 하는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상준님의 글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질문이 떠오릅니다. ‘만족시키고자 받들다가 싫증을 느껴 떠나는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상준님의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상대방의 만족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상준님의 관심은 타인을 향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내가 얼마나 남들을 잘 파악하는지, 얼마나 타인을 잘 충족시켜주는지 내 능력을 확인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타인의 욕망을 알고자 하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과 친밀해지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내 유능함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타인은 나와 동등한 존재가 아니라 ‘내가 장악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는 전능감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땔감에 지나지 않습니다. 상준님이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타인의 깊숙한 내면이 아니라 신화 속 나르키소스처럼 상준님을 비춰주는 반영(reflection)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원 나이트를 안 한다고 하지만, 상준님의 연애는 원 나이트와 유사합니다. 상준님에게 타인은 주체성과 고유성이 지워진 익명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타인을 고유한 개인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침대는 타인과 연결되는 자기 초월적 공간이 아니라 나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나로만 가득 찬 폐쇄적 무대입니다.
이 몸에서 저 몸으로 휙휙 옮겨 다니는 상준님의 모습은 사랑 불능 상태에 빠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애적 전능감의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가능합니다. 자기애적 전능감 속에서는 모든 것을 혼자서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족적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타인에 대한 기대도, 필요도 없으므로 외부로부터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반면 사랑은 나 혼자로는 완전하지 않다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타인에 대한 의존과 기대를 인정하는 것이자, 누군가로부터 영향받을 수 있는 존재로 나를 열어두는 것입니다. 사랑이 수반하는 이 필연적인 수동성은 자기애적 전능감에 강한 도전이 됩니다. 누군가 내 안에 들어와 나를 뒤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불안, 언젠가 버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나를 취약한 위치에 두기 때문입니다. 규칙적으로 상대방을 떠남으로써 상준님은 ‘완벽한 나’라는 환상이 해체되는 고통을 피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한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완벽한 타인뿐입니다. 상준님을 유능한 존재로 느끼게 해주는 타인은 흥미롭고 깨어 있는 사람으로 이상화되어 잠시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나를 성적 활력이 넘치는 사람으로 반영해주지 않는 타인은 뻔하고 시시한 사람으로 평가절하됩니다. ‘오점’은 함께 갈 수 없기에 상대방은 대체되어야 합니다. 건전지 바꾸듯 끝없이 상대방을 갈아 끼우며 상준님은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깊은 무능감을 망각하려 애쓰는 것 같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발가락 골절은 성공적인(?) 회피도 그 효과가 일시적일 수밖에 없음을 조용히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상준님이 두려워하는 것은 성기능의 쇠락과 함께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공허감일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을 정복했다고 생각하지만, 누구의 마음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쓸쓸함이 어쩌면 상준님이 마주해야 할 깊은 내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아름 심리상담공간 숨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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