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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보호재 작성일 25-10-29 08:29 조회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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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10시, 경주 황리단길 초입.
전날의 혼잡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거리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카페 직원은 문을 열며 커피머신을 닦고, 상점 주인은 진열대를 정리했다. 골목 끝에서는 형광 조끼를 입은 경찰관 두 명이 순찰을 돌며 무전을 주고받았다. 그들 뒤로,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점의 유리창에 아침 햇살이 잔잔히 번졌다. "오늘은 비교적 조용하네요. 외국인 관광객은 점심 지나야 몰립니다." 순찰 중이던 경찰관의 말처럼, 오전의 황리단길은 느리게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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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리단길 골목 초입, 주말 못지않은 인파가 몰려 관광객들이 거리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 서의수 기자


△ 오전의 정적, 오후의 물결.
정오가 가까워지자 공기가 달라졌다. 햇살이 골목길을 비추자 이방인의 말소리가 들렸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뒤섞인 인사말이 카상신브레이크 주식
페 앞을 지나며 퍼졌다. 한 외국인 부부가 손을 잡고 걷다 '황리단길' 간판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호주에서 왔다는 앨런(32)은 "어제 뉴스에서 APEC이 경주에서 열린다고 봤어요. 도시가 깨끗하고 질서정연하네요. 길거리 분위기가 흥미로워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골목 안쪽 기념품점은 낮이 되자 활기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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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리단길 메인도로를 따라 관광객들이 걷고, 상점가 곳곳엔 APEC 주간을 맞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서의수 기자


외국인 손님들이 한글이 새겨진 옷 삔과 자개 거울, 냉장고 자석을 고르며 진열대를 기웃거렸다. 점포 직원 박모 씨는 "알라딘릴
주말이 아닌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오랜만이에요.
외국인 손님이 절반은 돼요. APEC 덕분에 거리가 살아난 것 같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길거리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바람을 탔다. 십원빵 가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으며 차례를 기다렸다. 닭강정 파는 노점마다 사람들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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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첨성대를 찾은 관광객들이 유적지 주변을 거닐며 사진을 남기고 있다. 서의수 기자


△ 첨성대, 세계인의 배경이 되다.
황리단길을 빠져나와 첨성대로 향하자 단체 관광버스가 줄지어 섰다.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내려와 잔디밭에서 셀카를 찍었다. 프랑스에서 온 마리(28)는 "고대 도시가 세계의 회의 장소가 된 게 인상적이에요. 꽃이 이뻐요."라며 손에 든 음료를 들어 보였다. 첨성대 주변에는 고요한 현악 소리가 퍼졌다. 인근 공연장에서 리허설 중인 국악단의 대금과 해금 소리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그 선율은 도시의 분주함과 묘하게 어울렸다. 한 자원봉사자는 "국악 리허설이 오후에도 이어져요. 관광객들이 잠시 멈춰서 듣더라고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 첨성대 포토존 앞에 줄 선 관광객들이 안내문을 살펴보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오후, 활기로 물든 거리.
오후 3시, 황리단길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했다.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 사이로 커피 향과 길거리음식 냄새가 뒤섞였다. 카페마다 자리가 부족했고, 거리 곳곳에선 팝송과 케이팝 소리가 번갈아 울렸다. 이질적인 소리들이 어우러지며 묘한 조화를 만들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글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상인들은 웃으며 손님을 맞았다.
태국에서 온 사린(24)은 "한국의 전통도시가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인 줄 몰랐어요. 축제 같아요."라고 말했다.



▲ 첨성대 인근 덩굴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여유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다.서의수 기자


식당 직원 이수현(25) 씨는 "어제는 손님이 없었는데, 오늘은 달라요. 평일인데도 손님이 몰렸어요. 주말 같아요. APEC 덕분인지 외국인들이 밥 먹고 사진 찍고, 길거리 공연까지 구경하고 가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차를 댈 데가 없어서 손님이 돌아가는 게 아쉽죠. 그래도 이런 활기가 경주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언어가 뒤섞이고, 웃음이 흘렀다. 그 하루 동안 경주는 잠시, 세계가 머무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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