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7일 11: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강민규 EY한영 감사부문 포렌식 윤리경영자문 서비스팀 파트너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 억제를 위한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특히 중소·중견기업은 은행 대출조차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규모 횡령·배임 사건은 기업 신뢰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전kcc 주식
반에 대한 투자자와 시장의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경제가 불안정할수록 기업 신뢰는 생존을 위한 핵심 조건이 된다.
최근 기업들은 ‘내부회계관리제도’라는 형식적 틀을 강화해 왔다. 과거 단순 검토 수준에 머물던 제도가 외부감사를 거치도록 의무화되면서, 형식상 통제 수준은 높아졌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제오리지날게임
도 감사 의무화는 일정 부분 횡령·배임 사고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제도가 가진 순기능이 분명히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내부통제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사고는 반복된다. 최근 드러난 대규모 횡령 사건들 대부분은 자금 관리, 구매, 투자 등 핵심 재무 영역에서 통제가 실행되지 않은 데황금성동영상
서 비롯됐다. 문서상 절차는 갖추었지만 실제 운영은 허술했고, 경영진의 무관심 속에 사고는 방치됐다.
특히 선급금 지급이나 특수관계자 및 거래처에 대한 위장 대여금 등 영업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금 흐름은 대표적인 취약 지점이다. 일단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면 회수가 쉽지 않고, 결과적으로 회사 손실로 직결된다. 현행 ‘주식회사 등SIMPAC 주식
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22조는 부정행위 적발 시 법률상 의무 조사를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 다수의 재무제표 부정조사 사례에서도 통제 실행 부재로 인한 유사한 횡령 패턴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결국 제도의 유무보다 중요한 것은 통제가 실제로 작동하는가 하는 ‘실행’ 여부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미국 범죄학자 도널드 크레시(Dona손오공
ld Cressey)의 ‘부정의 삼각형(Fraud Triangle’ 이론에 따르면, 기업 내에서 횡령·배임·회계부정 등의 부정 행위는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충족될 때 발생한다. •    동기(Motivation): 성과 압박이나 경제적 불만족 등에서 비롯되는 압력•    합리화(Rationalization): “규정쯤은 어겨도 된다”거나 “내가 회사에 기여한 게 큰데 이 정도는 괜찮다”는 식의 자기 정당화•    기회(Opportunity): 허술한 통제나 경영진의 무관심으로 인해 부정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세 가지 요소가 맞물릴 때, 부정은 현실화된다.
EY한영이 최근 실시한 국내 기업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수치로 보여준다. 응답 기업들은 부정 발생 원인으로 ▲윤리의식 부재(62%), ▲내부통제시스템 부재(50%), ▲경영진의 월권·우회(43%), ▲경영진의 무관심(30%) 등을 꼽았다. 즉 부정의 기반인 ‘합리화’와 ‘기회’가 여전히 조직 내부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가운데 특히 윤리의식 결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윤리의식은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이 당장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대응은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경영진이 이를 주기적으로 점검·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기업들이 스스로 꼽은 예방 대책이 모두 ‘실행력’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설문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적극적 활용(33%), ▲내부 감사 인력 보강과 불시점검(26%), ▲정기적 직무 순환과 내부고발 활성화(25%), ▲윤리의식 교육(16%) 등이 제시됐다. 단순 제도적 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 실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경영진 스스로가 내부통제를 존중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준수하려는 의지다. 특히 부정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경영진의 월권 및 통제 우회’는 한순간에 전체 통제 시스템을 무력화시킨다. 그럼에도 이를 견제해야 할 감사·감사위원회, 사외이사 등의 역할은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실효성 있는 감시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 같은 한계를 인식한 일부 기업들은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자체 감사 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외부 전문가에 의한 독립적 검증,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예상치 못한 부정 위험의 사전 식별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통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기업이 내부통제를 실질적으로 운용한다는 것은 단순한 사고를 방지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이 부정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주주, 투자자, 그리고 시장에 명확히 전달하는 행위다.  이러한 신호는 신뢰로 이어지고, 신뢰는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며,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을 만든다. 반면 이를 소홀히 할 경우 단 한 건의 사고만으로도 수년간 쌓아온 기업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최근의 대규모 사건들이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형식적인 제도에 안주하지 말고, 내부통제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실행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필요 시 내부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검증 절차를 병행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조직 전반에 투명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 기업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시장은 단기 성과나 이익의 크기보다 투명한 운영과 신뢰 가능한 기업 태도를 더 높이 평가한다. 반복되는 사고가 남긴 교훈은 하나다. 통제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기업은 시장의 신뢰를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