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석일지 전 3권·류영모 지음·정양모 주해·도서출판 길 발행·2,186쪽·15만 원


맹렬하고 아름답다. 편집 부문 본선에 오른 열 종의 책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편집자들의 고민과 노력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묻어나는 듯했다. 텍스트가 편집자의 몸을 통과하며 비로소 오롯해진다는 것을 작가도 독자도 잘 의식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는 걸 감안하면, 그만큼 외로운 고투이지 않았을까도 짐작해본다.
편집자의 일이 까다로운 건 매번 매 책마다 새로운 과제와 대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편집자의 성향과 역량에 따라 오션파라다이스게임 책의 방향이나 완성도도 천차만별이다. 언젠가 어느 작가가 "편집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책을 둘러싼 1,000개의 과제를 해결하던 사람이라,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남들보다 금세 능숙해질 수밖에 없다"고 하는 걸 들은 적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나아가 보자면 단련된 안목으로 텍스트의 안팎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일, 그러기 위해 다방면으로 지식을 릴게임갓 섭렵하고 인간-됨을 사유하는 훈련을 거듭해야 하는 꽤나 까다로운, 돈 되는 효율과는 꽤나 거리가 먼 일이 편집자의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제66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본선에 오른 책들은 모두 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다. 그에 따라 본심에 오른 책들을 두고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편집이란 무엇인가' 혹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릴게임모바일 의견이 오갔다. 그러나 상은 단 한 권에 주어지는 것이므로 의견을 좁혀가야 했고 특히 마지막까지 '그래픽 크리틱'(안그라픽스)과 '다석일지'(도서출판 길)를 두고 고심했다.
한국 시각문화 연구자이자 출판 기획자인 전가경의 책 '그래픽 크리틱'은 한국 출판문화에서 타이포와 표지 디자인 등이 지닌 역할과 의미를 조명하며 그래픽 디자인 역시 오션파라다이스예시 시대와 함께 호흡해왔음을 밝힌다. 오랜 시간 소외되어왔다고 해도 무방한 한국 출판 디자인과 그래픽의 다양한 면모와 역사를 연구자의 열정적이고 날렵한 시선으로 써내려간 귀한 책이다. 또한 주제에 걸맞은 본문 구성은 연구의 내러티브를 충실히 반영해 오랜 기간 시각문화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책을 출간해온 안그라픽스의 편집 역량을 확인하게 해준다.
온라인골드몽길 출판사에서 펴낸 '다석일지'(전 3권)는 성서 신학자 정양모 신부가 방대하고도 난해하기로 유명한 일지를 주해한 대작이다. 정 신부의 20년에 걸친 집요한 다석 연구가 없었다면 출간되기 어려웠을 이 책은, 다른 한편으로 한국 학술서 출간의 명맥을 굳건히 지켜온 길 출판사의 인문학 정신과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없었다면 역시 제대로 출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결국 '다석일지'에 표를 던졌다. 이 책은 인문학이 무너지며 알량한 지식이 대단한 것인 양 과대 포장되기 쉬운 시대에, 인문학 편집의 날카로운 지성과 집요함, 인내심 같은 변치 않는 기본기를 보여준다. 한국 학술 출판의 황량해진 현실을 잘 알면서도 굳건하고 단단하게 학술서들을 펴내온 길 출판사의 인문 정신이 과연 무엇인지 또한 잘 드러난다. 무엇보다 긴 시간 축적된 방대한 연구를 정연한 단행본으로 정리하고 묶어, 역사의 기록으로서 남기려는 편집자 정신이 빛난다.
박영신 코라초 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