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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정윤경 기자)
한국 정치에서 '국정운영을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 그 질문을 가장 선도적으로 던졌던 인물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앞으로 국무회의 토론 과정은 청와대 춘추관(기자실)으로 연결하고, 부처별 보고도 각 부처 사무실에 중계방송하는 것을 논의해 봅시다. 배석도 자유롭게 합시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회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국무회의 토론을 기자실과 각 부처에 중계하자는 발상이었다.
참석자들은 충격 손오공게임 을 받았고, 제안은 곧 철회됐지만 이 시도는 노무현의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권위주의적 국정운영을 거부했고, 밀실의 결정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국정 전반은 국민과 최대한 공유돼야 한다는 인식이 그의 리더십 전반을 관통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노 전 대통령이 끝내 '생중계'라는 형식에는 선을 그었다는 사실이다 바다이야기릴게임 . 국정운영이 투명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대통령의 발언이 정제되지 않은 채 즉시 정치적 메시지로 소비되는 상황은 경계했다. 그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택했고, 그 균형의 핵심은 '형식의 절제'였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노 전 대통령이 끝내 넘지 못했던 '전면 공개'의 문턱을 이재명 대통령은 거침없이 넘어 릴게임바다신2 섰다. 이 대통령은 부처별 업무보고를 전면 생중계하며 정책의 기획부터 점검까지 전 과정을 국민 앞에 펼쳐 보인다. 회의는 각본 없이 진행되고, 대통령은 실시간으로 질문을 던진다. 부족한 답변엔 날카로운 지적이 따르고, 성실한 준비에는 즉석에서 격려가 돌아간다. 보고의 형식을 깨고, 책임과 성과 중심의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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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2월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말이 참 길다"…생중계된 대통령의 쓴소리
하지만 생중계 업무보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려했 체리마스터모바일 던 바로 그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여과 없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면서 메시지의 무게와 리스크 역시 정교한 정무적·전략적 계산과 판단 없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환단고기' 논란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중 "이른바 환빠(환단고기의 내용을 사실로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들이 왜 저런 주장을 하게 됐는지를 연구해야 한다"며 위서로 규정된 '환단고기'를 언급했다. 곧바로 역사학계와 정치권의 강한 반발로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연구를 지시하거나 동의한 취지는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최고 권력자의 발언이 즉시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사례가 됐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의 공개 설전도 마찬가지다. 외화 밀반출 대응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질의에 이 사장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자 "저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말이 참 길다"는 날 선 지적이 생중계로 전해졌다. 이후 이 사장이 SNS를 통해 반박 입장을 내자 대통령은 다시 공개 석상에서 "공직 책임을 지지 않겠다면 나가야 한다"고 재차 비판했다. 사전 조율 없는 즉석 질문과 공개 지적이 반복되면서 검증을 넘어선 정치적 충돌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방식은 불필요한 정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생중계로 진행되는 업무보고가 정책 점검보다는 정치적 메시지 전달이나 장면 연출에 치우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2월18일 논평에서 "업무보고는 흥행을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정책의 성과와 실패를 점검하고 국정의 방향을 바로잡는 엄중한 자리"라며 "이를 대중오락 콘텐츠에 빗대어 '재미'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순간, 국정은 책임의 영역에서 쇼의 영역으로 밀려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공개 질책이 반복되면 공직사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조직문화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전한 답변'을 우선시하거나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할 말을 추정해 대응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을 경우 자율적인 정책 토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도 이런 식의 고압적인 회의 운영이 된다면 공직사회는 그 누구도 대통령 앞에서 바른 소리는커녕 질책받지 않기 위해 아부와 보신주의에 젖어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은 그저 대통령의 일방통행 운영이 될 것"이라며 "나보다도 모른다거나 심지어 '도둑놈'이란 거친 말까지 써가며 질책하는 고압적 회의 주재는 권위 있는 민주적 리더십이 아니라 지위를 이용해 상대를 모욕하는 '갑질'에 불과하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 부처 안팎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정부 관계 기관이 사실상 초긴장 상태"라며 "대통령과의 대화가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김남준 대변인이 12월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정부 부처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도어스테핑보다 논란 더 키우는 구조"
일각에선 이번 생중계 업무보고가 전임 정부 인사들에 대한 퇴진 압박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목적은 정책에 대한 검증보다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압박하는 데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서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을 놓고 대통령이 즉석에서 질문을 던지고, 마치 장학퀴즈식으로 망신을 주는 방식은 퇴진을 유도하는 장면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생중계 업무보고를 윤 전 대통령 시절의 '도어스테핑'에 빗댔다. 형식과 목적 면에서 분명 차이가 있지만, 발언 이후 참모들이 수습에 매달려야 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실무자들이 도어스테핑 하나만 관리해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며 "대통령의 돌발 발언 한마디를 수습하려고 참모들이 하루 종일 골머리를 앓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는 그래도 질문을 받는 수동적 형식이었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먼저 의제를 던지면서 논란을 더 키우는 구조"라며 "이런 방식은 결국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질의가 좀 더 구조적이고 민생과 밀접한 의제에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업무보고 생중계가 국민과 국정을 연결하겠다는 취지라면 대통령은 국민이 지금 가장 관심을 갖는 사안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최근 환율 문제만 해도 심상치 않은데, 정작 대통령이 다루는 질문은 탈모나 환단고기 같은 지엽적인 소재에 머무른다. 책 속에 100달러를 숨기는 범죄 수법 같은 건 일반 국민과 거리가 먼 얘기일 뿐"이라며 "국정운영의 큰 그림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 업무보고의 본래 목적이다. 그런 장면만 반복되면 생중계의 취지는 흐려지고 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