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동구 정율성 옛집 / 임문철 기자





1938년 10월 조선의용대 창설 기념사진. 원안이 김일곤(문명철)


한장의 사진만 남았다. 앳된 얼굴, 얼굴도 앞뒤에 반쯤 가려져 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만이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모두들 그를 문명철이라 부른다. 문명철, 그의 본명은 전남 담양출신 김일곤이다.

단 한장의 사진은 1938년 10월 10일 촬영한 조선의용대 창설 단체사 릴게임갓 진이다. 네덜란드 영화감독 요리스 이벤스(Joris Ivens)가 찍었다고 알려졌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요리스 이벤스는 그 해 중국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중국 인민의 항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4억의 사람들(The 400 Million)'을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국민당과 교류한 한국 독립운동가들을 만났을 가능성은 있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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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곤


김일곤은 어떻게 조선의용대원 문명철이 됐을까.
조선의용대는 중국 관내(만주를 제외한 중국 대륙)에서 최초로 결성한 한인 독립무장 부대였다. 중국 국민당 장제스의 지원을 받아 민족혁명당 검증완료릴게임 세력이 결성했다. 임시정부 민족주의 세력과는 약간 결이 달랐다. 그렇다고 사회주의 계열로 보기는 힘들다.
이들을 지원한 중국 세력이 반공을 내세운 장제스였다. 의용대원은 200여 명에 달했지만, 기념사진에는 90여 명이 도열해 있다. 조선의용대의 한글 자·모음을 풀어 쓴 깃발 중앙에 총대장 김원봉이 늠름하게 서 있다. 이 사진의 오른쪽 뒷 야마토게임예시 편에 얼굴이 약간 가린 앳된 표정의 대원이 바로 김일곤이다. 당시 24세로 추정된다.
김일곤은 1912년 3월 전남 담양군 금성면 대성리 548-1에서 태어났다. 중국 쪽 자료에는 문명철(文明哲), 한광(韓光)으로 등장한다. 그는 1929년 광주학생운동 때 비밀 연락원으로 활동하다 체포됐다. 일경은 당시 15세 어린 그를 악독하게 고문하고 바다이야기릴게임2 감옥에 가뒀다. 약 반년 만에 출옥했다고 한다.

이후 요시찰 감시를 피하기 위해 실업강습소에 들어갔다가 1933년 중국 망명길에 오른다. 그가 중국으로 떠날 때 동행한 인물들의 증언은 명확하게 남아 있다.




김재호(왼쪽) 일가


그는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간부학교) 제2기생으로 입교하기 위해 조선을 떠났다. 간부학교는 의열단 단장 김원봉이 1932년 중국 난징에 세운 군사 간부 양성학교였다. 지금의 사관학교 격이다.
김원봉은 개인의 희생을 전제로 한 의열투쟁의 한계를 인식하고, 항일군대의 창설을 꿈꾸었다. 중국이 세운 황포군관학교에 입교, 스스로 장교훈련을 경험했다. 마침내 장제스의 지원을 받아 군대를 지휘할 간부를 키울 군사학교를 열었다. 정식명칭은 '중국국민정부 군사위원회 간부훈련반 제6대'이다.
이 학교 설립목표는 '한국의 절대독립'과 '만주국의 탈환'에 두었다. 졸업생들은 국내와 만주로 파견돼 ①일만요인 암살, ②재만 항일단체와의 제휴, ③노동·농민층에 대한 혁명적 준비공작, ④ 위조지폐 남발을 통한 만주국의 경제교란, ⑤ 특무활동에 의한 물자획득 등을 전개할 계획이었다.

교육내용은 정치과목·군사과목·실습과목이며, 주 과목은 파괴·기습·유격전 등 특무공작에 필요한 군사과목들이었다. 1기생들 26명이 졸업, 간부학교 교관이나, 대적 전선에 투입됐다.




김승곤


간부학교측은 1933년비밀리에 2기생 모집에 나섰다. 영호남 지역 모집책은 정의은과 시인 이육사였다. 이들은 간부학교 1기생으로 알려져있다. 호남지역 초모공작 임무를 맡은 정의은은 광주 출신으로 친형 정충룡이 중국 군관학교를 졸업한 국민혁명군 장교였다. 정의은의 임무를 지원할 전남 출신 인사도 한명 더 있었다. 담양이 고향인 간부학교 교관 김종이었다.

정의은은 국내에 투입돼 전주 신흥학교 졸업자, 동생 정율성, 나주 출신 김재호, 교관 김종의 조카인 김일곤과 김승곤을 접촉했다. 그 해 5월 일단의 청년들이 목포항에 모였다. 다들 낯선 인물들이었다. 서로 눈인사도, 이름을 말하는 것도 금지였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간 뒤, 나가사키를 거쳐 상하이로 향했다.




정율성


김승곤 선생은 생전에 회고담을 남겼다."일행이 일곱명 이었어요. 정의은, 또 의은이의 동생 정부은, 전주사람 리명선, 이것은 가짜 이름이예요. 그다음 신익희 선생의 사위 김재호, 중국에 가서 사위가 되었어요. 그리고 내 종형 김일곤, 중국가서 문명철…" ('독립유공자증언자료집 57쪽'국가기록록원 참조)

정부은(훗날 정율성 개명)도 이날을 기억했다. "나의 형은문명철, 왕현순, 리명선, 최계원, 호건, 황훈, 정국훈 등을 모집했다. 우리는 1933년에 조선 목포에서 려객선 헤이안마루호를 타고 부산, 나가사끼를 경과하여 상해에 왔으며 다시 남경 의렬단으로 갔다" (정율성 작성 '나의 정치이력')




정의은 가족


정의은이 모집한 호남 청년들은 간부학교 2기생으로 모두 입교했다. 5월에 중국 상하이에 도착했지만, 이력조사와 기본 학습 등을 거치면서 9월 16일에야 정식 입교식을 가졌다. 모두 53명이었다. 정부은은 류대진, 김일곤은 문명철, 김재호는 호건, 김승곤은 황민으로 이름을 바꿨다. 보안을 위해 결코 본명은 말하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2기생 중 14명이 졸업 직전인 1934년 4월 중순 중국 중앙육군군관학교 뤄양분교(洛陽) 한인특별반으로 전학했다. 임시정부 김구의 요청을 수용한 입교였다. 김승곤, 이제는 문명철이 된 그는 다시 '한광'이라는 가명을 썼다. 이듬해 4월 졸업하고 난징으로 가서 대기하다 7월에 김원봉이 주도한 민족혁명당이 창당하자 입당했다.
김승곤, 황민도 동일한 길을 밟았다. 이들은 간부학교-낙양분교 한인특별반-민족혁명당 당원으로 김원봉의 노선을 따랐다.
정부은, 류대진은 간부학교 졸업 후 두가지 비밀임무에 투입됐다. 하나는 난징 고루전화국에 취직해 난징 일본인들의 통화를 감청하는 임무였다.
다른 하나는 다소 엉뚱했다. 상하이 음악학교에 적을 두면서 음악공부와 동시에 상하이 주요인사들의 동정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음악적 재질을 파악한 김원봉 교장의 결정이었다. 그는 난징과 상하이를 오가며 음악공부에 매진했다. 그를 가르친 러시아 출신 크리노아 교수는 이탈리아 유학을 권했다. 그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항일 전선에 선 전사였으니…
문명철과 황민은 민족혁명당 특무대로 활동하다가, 1937년 중앙육군군관학교 싱쯔분교(星子分校) 제6기 특별훈련반 제4중대(통칭 '조선중대')에 편입학, 훈련받았다. 이 와중에 일본이 중국 대륙을 침탈, 중일전쟁을 일으켰다.

이들은 1938년 5월 24일 특별훈련반을 졸업하고 우창(武昌)으로 이동했다. 일본과 한판 대결을 벌일 한인 군대를 창설한다는 것이다. 그 해 10월 10일 마침내 조선의용대를 창설했다. 문명철은 먼 길을 돌고 돌아 이 한 장 사진의 주인공이 되었다.




조선의용대 완장. 황민대원이라고 새겨져 있다. 황민은 담양출신 김승곤이다.


황민의 이름도 조선의용대의 전설로 전해진다. 조선의용대 완장에 '黃民 隊員'이라는 김승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의용대의 남은 완장에 그의 이름이 남아 있다. 황민은 1941년 무렵 문명철과 길을 달리한다. 문명철이 황하를 건너 화북지대로 넘어갈 때 그는 임시정부를 택했다. 조선의용대의 화북지대 행로는 마오쩌둥 팔로군 관할지역으로 넘어 간다는 의미였다. 황민과 호건(김재호)은 임정을 선택했다.
김일곤은 조선의용대 대원으로 화북지역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유격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1939년 통성·숭양지구 전투에서 일본군 탱크 2대를 격파한 공으로 중국 정부의 '광영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화북지대에서 일본군과 직접 전투를 치렀다. 그러다 1943년 4월 14일 산시성 황룡왕구에서 100여 명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탄환이 소진될 때까지 항전하다가 끝내 전사했다.

1990년 대한민국 정부는 1990년 김일곤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1997년 중국에 묻혀 있던 유해가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안장됐다. 2020년 국립대전현충원은 11월의 '현충인물'로 그를 선정해 항일 정신을 재조명했다.




조선의용군, 조선독립동맹이 1945년 9월 옌안을 출발하기 전 찍은 단체사진이다. 원안이 정율성.


또 한장의 사진이 남았다. 1945년 9월 중국 옌안 나가평 지역에서 촬영한 조선의용군과 조선독립동맹원, 가족들의 단체사진이다. 이 사진의 맨 앞줄 중앙에 정율성이 앉아 있다. 그는 1937년 중국 공산당의 근거지 옌안에서 음악활동을 하다, 40년 태항산에 집결한 조선의용대 화북지대원으로 다시 대적 전선에 섰다.
그러다 해방을 맞아 조국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중국 대륙을 담은 사진 한 장을 찍었다. 훗날 이 사진의 주인공들은 중국 국공 내전과 한국전쟁의 와중에 스러져갔다. 남은 몇 명은 김일성 체제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겨우 정율성만 살아 남았다.
중국으로 떠났던 청년들은 2장의 사진을 남겼다. 조선의용대 김일곤, 조선의용군 정율성…. 무등산 너머 중국 타이항산을 울린 항일 무장군대 조선의용군이여~!!.
/이건상 기자 lg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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